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일본 정부가 30여년 만에 고래잡이를 재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우려와 반발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중국의 유명한 인권운동가 왕취안장 변호사 재판이 비공개로 열렸습니다.
진행자) 일본 정부가 고래잡이를 다시 하겠다고 선언했군요?
기자) 네. "내년 7월부터 상업 포경을 재개하며, 이를 위해 국제포경위원회(IWC· 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했다"고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26일 발표했습니다. IWC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고래를 잡는 걸 규제하는 국제기구인데요. 일본은 1988년부터 IWC 규정에 따라 상업적 포경을 중단해 왔습니다.
진행자) 고래잡이를 금지했던 국제 약속에서 일본이 나가겠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내년 1월, 그러니까 다음 달에 IWC에 탈퇴 의사를 통보하면, 6월 말에 발효된다고 스가 관방장관은 설명했는데요. 내년 하반기부터는 일본 어선들이 고래잡이에 나서게 되는 겁니다. 일본 각료회의는 이런 결정을 전날(25일) 의결했지만, 하루가 지나서 공식 발표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보통 각의가 끝나자마자 언론에 브리핑하는데요. IWC 탈퇴 결정 부분은 곧바로 공개하지 않고, 밤새 발표문의 문장 하나하나 세심한 조율을 거친 것으로 현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왜 하루가 지나고 발표했을까요?
기자) 국제사회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영국이나 호주와의 관계 악화를 외무성이 우려하고 있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26일 전했는데요. 특히 “일본-호주 관계가 나빠지면, 미국과 함께 참여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역내 주요 외교전략이 어려움에 부딪힐 수 있다는 건데요. 호주는 상업적 포경을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진행자) ‘상업적 포경’이란 건 어떤 의미인가요?
기자) 고기를 먹거나 고래기름을 사용하려고 고래를 잡는 겁니다. 20세기 들어 세계 각국에서 무분별한 포경으로 고래가 멸종 위기에 처했는데요. IWC가 연구·조사를 위한 경우에만 일정량 허용하고, 그 외 목적의 고래잡이를 엄격하게 제한해왔습니다.
진행자) 국제 관계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일본이 상업적 고래잡이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일본 사람들이 고래 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요시카와 다카모리 일본 농림수산상이 이번 IWC 탈퇴 결정 배경을 설명했는데요. 들어보시겠습니다.
기자) “상업 포경이 필요한 이유는, 일본에 고래 식용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일본은 최근 IWC 총회에서 “고래 개체 수가 회복되고 있다”면서, 제한을 풀자고 여러 차례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회원국들의 압도적인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탈퇴하고 고래잡이에 나서기로 한 겁니다.
진행자) 고래를 보호하자는 국제기구 입장과, 전통 음식문화를 회복하겠다는 일본의 입장이 부딪힌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지난 9월 브라질에서 열린 IWC 총회에서 일본 대표단과 다른 회원국들의 논쟁이 격렬했는데요. 논쟁 끝에 일본이 ‘상업포경 허용’ 안건을 상정했을 때, 가장 강하게 부결을 주도한 나라가 앞서 말씀 드린 호주와 영국입니다. 호주 ABC 방송과 영국 BBC는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을 일제히 주요 기사로 다루고 있는데요. 앞으로 이를 둘러싼 갈등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진행자) 일본의 고래 식용 문화는 어떤 양상인가요?
기자) 196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에 가면 고래 고기가 흔했습니다. 학교 급식에 자주 나올 정도였는데요. 일본 농림수산성 자료를 보면, 1962년 고래고기 소비량이 23만t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러다가, 1970년대 이후 국제환경단체들이 고래 개체수 감소를 본격적으로 우려하기 시작했고요. 잔혹하게 고래를 잡는 방법에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진행자) 고래를 잡을 때 어떻게 하길래 잔혹하다고 하는 겁니까?
기자) 포경선이 고래를 좁은 곳으로 몰아넣고 작살을 꽂아 피를 많이 흘리게 합니다. 이렇게 장시간 방치해 고래의 숨을 끊는데요. 이 때문에 고래 식용 문화는 국제적인 비판 대상이 됐습니다. ‘포경 반대’ 국제 여론이 형성되면서, 일본내 고래 고기 소비도 1980년대 4만t 전후까지 줄었습니다.
진행자)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에, 일본 내부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확연하게 갈립니다. 우선, 과거 포경을 중심으로 번영하던 어촌 지역에서는 적극적으로 반기고 있고요. 포경선 업계, 그리고 음식점 주인들도 환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포경선 거점인 야마구치현과, 연안 포경이 활발하던 와카야마현의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현지에서 기대하는데요. 야마구치는 아베 신조 총리 지역구이고, 와카야마는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의 정치 기반이어서, 각료회의와 당정 협의 과정에 ‘IWC 탈퇴’ 강행으로 힘이 실린 것으로 일본 언론은 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반대하는 쪽 의견은 뭡니까?
기자)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다고 국제기구를 탈퇴하면 고립을 자초하는 꼴이라는 의견이 높습니다. 주로 야당과 환경단체들이 내는 목소리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중국의 유명한 인권운동가 재판이 열렸군요?
기자) 지난 3년 동안 구속 상태로 지내온 중국 인권운동가, 왕취안장 변호사의 공판이 26일 톈진 중급인민법원에서 진행됐습니다. 왕 변호사는, 중국 당국이 2015년 인권운동가와 반체제 인사들을 일제 검거했을 때 붙잡힌 변호사 200여 명 가운데 한 명인데요. 며칠 전 공판 일정이 확정됐습니다.
진행자) 3년 동안 갇혀있다가 며칠 전 공판 일정을 확정하고, 곧바로 재판을 진행하는 거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에서 미결수가 장기간 갇혀있는 게 드문 일은 아닌데요. 특히 반체제 인사들의 경우, 성탄절을 전후한 연말에 갑자기 재판 일정을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다수 외신 취재진이 휴가로 귀국하거나, 업무를 쉬는 때이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언제 또 이런 일이 있었습니까?
기자) 작년 성탄절에는 인권운동가 우간 씨가 재판을 받아 8년형이 선고됐고요. 2009년 성탄절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 씨가 재판을 받았습니다. 이번 왕취안장 변호사 공판도 연말을 택해 외국 언론의 관심을 피한 것으로 CNN 방송 등이 전했는데요. 재판은 비공개로 열렸고요. 법원 주변에 공안을 배치해 지지자들이 모이는 것도 차단했습니다. 일부 시민들이 법원으로 접근하려 했지만, 사전에 주변 도로가 폐쇄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진행자) 왕 변호사가 어떤 인권운동을 했나요?
기자) ‘파룬궁’ 관계자들을 변호해왔습니다. 파룬궁은 심신수련단체인데요. 수련보다는 사이비 종교에 가깝다고 보고 중국 정부가 금지시켰습니다. 하지만 파룬궁 활동을 계속하던 사람들이 당국에 줄줄이 잡혀갔는데요. 왕 변호사는 그 사람들을 변호하다가 역시 구금된 겁니다.
진행자) 그 동안 왕 변호사의 구금에 항의하는 움직임이 없었나요?
기자)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반응하지 않았는데요. 왕 변호사 부인 리원쭈 씨는 지난 4월, “남편을 찾아달라”며 베이징에서 톈진까지 도보 행진을 했고요. 지난주에는 베이징 시내에서 공개 삭발식을 하면서 정부에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일부 외신들이 리 씨의 활동을 전했지만, 중국 정부는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비공개로 진행된 26일 공판 결과는 나왔습니까?
기자) 나왔습니다만, 내용은 알 수 없습니다. 법원은 이날(26일) 왕 변호사가 ‘국가전복죄’ 혐의를 받았다고 밝히고, 판결문도 구성했다고 덧붙였는데요. 하지만 유· 무죄 여부, 유죄라면 형량이 얼마나 되는지는 “차후 적당한 시일을 택해” 공개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우크라이나의 계엄령이 해제됐군요.
기자) 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에 내렸던 계엄령을 해제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달 25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선박 3척과 승조원 20여 명을 나포하자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에 30일간의 계엄령을 선포했는데요. 26일로 만료됨에 따라 이를 해제했습니다.
진행자) 일각에서는 계엄령이 연장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연장하지는 않았군요?
기자) 네, 포로셴코 대통령은 앞서 러시아의 대규모 군사 공격이 없는 한, 계엄령을 더 연장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포로셴코 대통령이 내년 3월 31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계엄령을 연장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됐는데요. 계엄령이 발동되면, 이 기간에는 아무런 사전 선거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에 유리하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의 계엄 사태를 불러왔던 당시 상황을 한 번 짚어주시죠.
기자) 네, 지난달 25일, 러시아 해안경비대가 흑해에서 아조프해로 가기 위해 케르치 해협을 통과하려던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 2척과 예인선 1척을 무력으로 나포했는데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선박들이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자국의 영해를 침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케르치 해협은 자유로운 항행이 가능한 공해로, 해당 해역을 통과하기 위해 러시아의 허가를 받을 필요는 없다며 반발했습니다.
진행자) 계엄령 기간, 러시아인들의 우크라이나 입국도 제한됐다고요.
기자) 네, 우크라이나 정부는 계엄령에 따라 16세~60세 사이 모든 러시아 남성의 우크라이나 입국을 금지했고요. 또 흑해 항구와 원자력 발전소 등 주요 시설에 대한 보안을 강화했습니다. 우크라이나 합참의장은 러시아가 지난 8월 이후부터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병력을 증강하고 있다면서,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가장 큰 군사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항의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정부는 현재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러시아 외무부는 26일, 우크라이나가 케르치 해협 인근에서 '도발'한 것이라고 되풀이하면서 서방 국가들은 이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 국제 사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선박 나포 행위를 규탄하고 있는데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긴장이 더 고조되지 않도록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정부를 설득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한편 지난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영국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기 위해 영국 해군을 흑해에 파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러시아가 나포한 우크라이나 선박과 승조원들은 지금 어떤 상황입니까?
기자) 네, 선박 3척 모두 아직 러시아에 억류돼 있고요. 러시아 법원은 지난달, 집단 무단 월경 혐의를 적용해 일부 우크라이나 승조원들에게 2개월 구금을 명령했습니다. 현재 상소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우크라이나 정부는 선박과 승조원 모두 돌려보내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