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경제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고 한국 통계청이 밝혔습니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로 북한 경제가 내년에 한계점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일부 전문가 사이에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지난해 남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은 최소한 43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통계청은 19일 발표한 ‘북한의 주요 통계지표 자료’에서 북한의 지난해 GDP는 322억 달러(36조 3천 818억원)로 한국의 1조 3천 890억 달러(1천569조 416억원) 대비 43배의 차이가 났다고 밝혔습니다.
통계청이 공개한 1990년 이후 남북한 주요 경제지표 그래프를 보면 대부분의 분야에서 경제 격차가 지속적으로 커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1990년 GDP가 145억 달러에서 지난해 322억 달러로 27년 간 2배 정도 성장에 그쳤지만, 한국은 같은 기간에 1천576억 달러에서 1조 3천890억으로 거의 9배 성장했습니다.
2017년 1인당 총소득도 한국은 3천 363만 원, 미화로 거의 3만 달러에 육박해 1천300 달러에 그친 북한보다 23배나 많았습니다. 전년인 2016년에 기록한 22배보다 격차가 더 커진 겁니다.
경제성장률도 대조적이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전년 대비 3.5% 감소했지만, 한국은 3.1% 증가했습니다. .
이밖에 지난해 남북한의 국민총소득(GNI) 격차는 47배, 무역 총액은 북한이 55억 달러 수준으로 한국의 1조 521억 달러와 비교해 무려 190의 1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유엔의 대북 제재 대상 품목은 생산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의 지난해 석탄 생산량은 2천 166만t으로 전년보다 940만 감소했습니다. 1999년의 2천 120만t 이후 18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겁니다.
또 다른 수출 제재 대상인 북한의 수산물 어획량도 한국의 어업생산량 375만t의 4분의 1수준인 88만t을 기록해 전년 12만 5천t보다 크게 줄었습니다.
아울러 북한의 지난해 수출액은 2014년 이후 계속 하락세로 18억 달러, 수입은 38억 달러 수준을 보이면서 북한 경제와 외환 보유고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단체인 아산정책연구원은 19일 발표한 ‘2019 국제정세전망’ 보고서에서 이런 배경을 지적하며 북한 경제가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 고명현 연구위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정부가 제재 완화를 강력히 요구하는 배경에는 외환 보유액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명현 위원] “지금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에 제재 완화를 강하게 요구했다는 점은 경제 한계까지 다다르고 있고 그것은 아마 외환 보유고가 바닥을 향하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추정이 됩니다. 그래서 2019년에는 북한의 제재 완화 요구가 굉장히 극대화될 것 같고 특히 남북관계에 있어서 그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 같습니다.”
북한이 올해 방만하고 공격적인 경제정책으로 실물경제지표를 상당히 안정적으로 관리했지만, 수출입의 불균형이 계속 커지면서 경상수지 악화와 외화 보유고 축소로 빠르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민생 중심의 공격적인 경제정책 유지에 필요한 석유 제품도 불법 해상 환적 때문에 수입단가가 상당히 높아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고명현 위원] “북한이 선박을 통한 해상 환적을 통해서 석유 부족량을.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르면 북한이 7만t의 정제유만 수입할 수 있는데, 부족량의 최소 50~70%를 충족한 것 같습니다….분명히 암시장을 통해 석유 제품을 구입했다면 프리미엄을 지불했을 겁니다.”
서울대학교의 김병연 교수는 북한의 외환 보유고가 감소 추세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언제 바닥을 보일지는 여러 변수 때문에 불투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병연 교수] “일단 수출이 크게 줄고 수입이 그만큼 안 줄면 당연히 외환 보유고가 빠져나가는 거죠. 그런 면에서 원래 예상대로라면 올해 말쯤이었는데 그동안의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연명할 수 있을만큼의 뒷문이 열렸기 때문에 아무래도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내년 말일 수도 있고 더 넘어갈 수도 있고. 북한이 견딜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거예요.”
결국 대북 제재 압박을 얼마나 견고하게 유지하고 더 강화하느냐에 따라 북한 정권이 견딜 수 있는 시간이 결정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김석진 연구위원은 강력한 대북 제재에도 북한의 피해 정도가 크지 않아 보이는 것은 기존에 갖고 있던 외환 보유액을 쓰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습니다. 경제성장에 따른 외화가 아닌 기존에 보유한 외화로 소비재 수입을 계속해 주민들의 생활경제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김 위원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배경과 민간 경제시장의 발달 등을 지적하며 제재로 인한 북한 경제 피해가 예상보다 작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외환 보유액이 소진되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느끼는 압박감도 상당히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유엔 제재와는 별도로 지난해 8건, 올해는 대화 기류에 관계 없이 11건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가했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차두현 객원원구위원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돈주 등의 역할이 큰 민간시장 때문에 내년에 당장 북한의 외환 보유액이 바닥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자금 고갈에 따라 세금 액수를 크게 인상해 기존 돈주들과의 공존체계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차두현 위원] “김정은이 지금 상황에서 인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자신의 외환을 고갈할 가능성은 여지도 없고 그러지도 않아요. 문제는 통치자금 자체가 고갈되기 시작하고, 고갈이 되면 바로 시장에 부과하는 세금을 올릴 것이란 얘기예요. 그렇게 해서 외환을 조달하기 시작하면 그동안은 시장화가 되면서 사실 돈주들 배후에는 당 간부들이에요. 이런 권력엘리트들과 김정은이 동업자 관계였는데 그 동업관계가 붕괴될 수 있어요. 그게 중기적 이유로 가장 큰 경제적 불안 요인입니다.”
과거 기업소의 생산량이 1이었다면 시장 활동을 통한 생산량은 2였기 때문에 정부에 0.5를 바쳐도 1.5를 가질 수 있어 김정은 위원장과 시장 모두 서로 좋은 공생관계였지만, 이런 체계가 통치자금 고갈로 무너질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의 외환 보유 상황이 생각보다 견실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의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오랜 제재를 통해 외화를 획득할 수 있는 나름의 창구와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늘 받아왔던 제재 상황에서 좀 더 제재를 받고 있다고 해서 갑자기 외환이 고갈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올바른 판단이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지금까지의 패턴이 어느 한쪽이 막히면 다른 쪽을 뚫는 방식으로 외화를 조달해왔기 때문에.”
북한 외부에서 다양하고 유동적으로 외화를 조달할 수 있는 대체 수단이 있고 해외 파견 노동자나 정보기술(IT) 인력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는 겁니다.
임 교수는 4년차에 접어드는 고강도의 국제 제재로 북한이 내년에 경제 흑자를 내기는 힘들겠지만, 이런 자생력 때문에 현상유지는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