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해 한국 내 일부 원로들과 청년들이 대화를 나눴습니다. 청년들은 자신들이 직면한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해가며 통일을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고, 원로들은 남북 간 평화 공존이 되면 청년들의 문제도 선순환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평화, 세대 간 공감이 가능한가?’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12일 개최한 학술회의의 한 주제입니다.
오랜 분단의 현실을 체험한 80세 안팎의 원로학자들과 현실 문제에 집중하는 청년들의 생각은 이들이 이날 각각 신은 구두와 운동화만큼이나 적지 않은 차이를 보였습니다.
전라남도 광주의 청년금융복지 지원업체인 광주청년드림은행장으로 활동하는 청년 박수민 씨입니다.
[녹취: 박수민 씨] “청년들의 삶으로 본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시민참여형의 통일이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막연하게 합니다…청년 실업률이 거의 1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본인들의 먹거리 문제에 집중해야만 하고 살아남아야만 합니다. 이 전쟁 같은 시대에서. 그 과정에서 통일이 본인에게 어떠한 무게감을 주는가를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청년들은 통일로 인한 막대한 세금이 결국 자신이 당면한 과제로 생각해 제대로 공감하지 못 한다는 겁니다.
[녹취: 박수민 씨] “저도 학자금 대출을 받고 학교를 다녔었고 지지난달에 졸업한 지 15년 만에 빚을 다 갚았습니다. 이제서야 이것이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습니다. 평화통일이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청년들에게는 기성세대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다라고 말하는 것과는 다른 문화가 필요하다는 거죠.”
문화비평가로 활동하는 청년 최태섭 씨는 개인에게 이익과 불이익을 따지는 청년들의 입장에서 통일은 아직 먼 얘기로 들린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최태섭 씨] “요즘 징병제에 대한 불만이 청년 남성들을 중심으로 굉장히 많이 퍼져 있는데 이것은 대체적으로 불이익에 가깝습니다. 개개인의 불이익이 너무 크다는 주장에 가까운데, 통일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은 나에게 주어진 불이익에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통일이란 단어 자체가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 단어로서 인식되는 것도 사실이고요.”
통일된 뒤에도 징병제가 계속 유지될 것이란 우려, 북한 개마고원에서 군 복무를 할 가능성도 있다는 걱정이 실제로 있기 때문에 청년 남성들이 통일의 적극적인 매개자로 나서지는 않을 것 같다는 얘깁니다.
이에 대해 원로들은 청년들의 이런 문제가 분단과 많이 연관돼 있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당장 남북한이 하나의 국가가 된다는 잘못된 개념을 설정하기 때문에 청년들이 이로울 게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물어물 진행되는 통일’ 즉 단계적, 점진적으로 남북 재통합을 꾸준히 하면서 분단이 얼마나 한국사회에 고착화 돼 문제를 일으키는지 알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백낙청 교수] “그걸 우리 언론이나 학계나 일반 시민사회에서 별로 다루고 있지 않아요. 그냥 자기 하는 일에 얽매여 있어서 자기가 싸우고 있는 문제가 분단으로 인해서 얼마나 더 어려워져 있고 고약해져 있는가에 대한 연구는 별로 안 해온 것으로 압니다.”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당장 이익 여부를 따지는 단세포적 접근이 아니라 선순환적인 큰 그림에서 남북 관계와 통일을 볼 것을 권고합니다.
[녹취: 박경서 회장] “단세포적인 어프로치(접근)를 하지 말아라. 나에게 불이익이 된다 경제적으로 그러니까 그것은 필요없다. 이것은 상당히 우리 젊은이들에게 경종이다. 나는 선순환적 구조를 늘 생각하면서 포괄적 접근을, 그래서 실타래를 푸는 운동이라고 얘기까지 했습니다.”
평화가 정착되면 경제가 개선되고 청년들이 우려하는 양심적 병역 거부의 문제, 군축 문제도 자연스럽게 풀려 나의 이익과 직접 결부된다는 겁니다.
박 회장은 젊은이들이 당장의 이익에 눈이 먼 “천박한 사고”를 하지 않도록 본질적인 사안에 대해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경서 회장] “서로 껴안고 평화 공존하는 시대, 핵 없고 전쟁 없는 시대를 하면 군축이 돼 가지고 국방비도 확 줄게 되고 그 돈을 가지고 청년실업도 구제하게 된다는 이런 선순환적인 얘기들을 우리 청년들이 자꾸 해야 하는데, 통일을 하게 되면 우리 취직도 안 되는데 이것까지 와서 우리 돈을 다 뺏어가 버리면 우리는 정말 먹고 살 것도 없다. 이렇게 천박한 사고들을 하도록까지 우리가 돼 버렸는가 너무 슬퍼요.”
청년 박수민 씨는 그러나 청년들이 직면한 한국사회의 갈등 문제를 통일과 별개로 나눠 생각할 게 아니라 함께 해결하려는 기성세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수민 씨] “청년들이 천박하게 생각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도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그렇더라도 우리 앞에 놓인 현실입니다. 평화나 남북통일을 별개의 문제로 인식하라는 게 아니라 정부가 이런 정책을 시행할 때 이런 문제 갈등요소들을 해결하는 것도 같이 가져가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한국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실업률(15~29세)은 7.9%, 체감 실업률을 보여주는 청년층 고용보조지표는 21.6%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박 씨는 한국 청년들이 통일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함께 하도록 하려면 먼저 사회가 안정적으로 청년들이 참여할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수민 씨] “시간이 없거든요. 매일 출근하고 잠자고 밥먹는 시간도 없고요. 청년들에게 이 시민참여형 모델들이 적극적으로 보장되려면 그런 시간을 보장하고 남북 정책에 있어서 청년들이 그 참여형과 관련한 고민들을 같이 해보시는 게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년 문화비평가 최태섭 씨는 한국 내 많은 사회적 병폐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남북교류를 추진하면 북한 주민에 대한 착취 형태로 발전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태섭 씨] “이런 착취에 의해 통합 이후 재분열 가능성까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남한사회만 봐도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주택을 짓잖아요. 청년 임대주택 같은 것을 만들겠다고 하면 그 동네에 건물있는 어르신들이 다 나와서 반대하세요. 집값 떨어진다고. 지금 남한사회에서 소수자들조차도 포용하지 못하고 차별하고 있는데, 과연 우리가 교류를 통해 북한 사람들을 우리 사회가 정말 포용할 능력이 되는가? 저는 항상 의문입니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가안보와 외교를 중년 남성들이 주도하는 문화를 지양하고 대북정책에 여성과 청년의 시민참여형 정책도 의식적으로라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나왔습니다.
토론회에 참가한 원로 3명 가운데 최연장자인 한완상 전 부총리는 경제가 어렵더라도 청년들이 분단의 아픔을 함께 분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한완상 전 부총리] “지금 분단에서 오는 고통을 여러분들은 피부로 잘 못 느끼실 겁니다. 그 고통은 여러분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는 굉장히 창자로 느낀 거예요. 한 세대 두 세대 앞선 분들이 굉장히 고통을 느낀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도 좀 분담을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차원에서 경제가 어렵더라도 통일은 당장 어렵더라도 평화로 가는 길에 대해서만은 여러분들이 힘을 좀 내주시면 나같이 죽을 날이 얼마 안 있으면 올 노인들에게는 희망이 되겠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