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오토 웜비어의 가족이 다음달 법정에 설 예정입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는데, 이들은 북한의 고문과 처형 실태를 설명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오토 웜비어 측 변호인은 지난달 31일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다음달 6명의 증인을 동반한 ‘증거청문’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서류는 지난달 15일 ‘증거청문’을 허가한 법원의 명령에 따라 제출된 것으로, 변호인은 청문이 가능한 날짜로 12월18일, 19일, 20일 사흘을 제시했습니다.
법원이 이 중 한 날짜를 지정하면, 증인들은 이날 법정에 출석해 판사 앞에서 증언을 하게 됩니다.
증인으로는 웜비어의 부모와 형제 등 4명과 한반도 전문가인 이성윤 미 터프츠대학 교수, 북한 인권전문가인 데이비드 호크 미 북한인권위원회 위원 등 총 6명이 나설 예정입니다.
앞서 웜비어의 부모인 프레드와 신디 웜비어는 지난 4월 아들이 북한의 고문으로 사망했다며 북한 정부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후 지난달 10일 웜비어의 부모와 주치의와 더불어 이성윤 교수와 호크 위원 등이 법원에 진술서를 제출했었습니다.
변호인은 웜비어의 부모가 이번 사안에 대한 손해배상과 법적 책임에 관해 증언을 할 예정이라며, 증언은 진술서에 기술된 내용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웜비어의 여동생과 남동생 역시 그의 죽음으로 가족들이 받은 충격을 포함한 피해 부분에 대해 주로 증언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아울러 이성윤 교수와 호크 위원도 북한의 책임 부분에 대해 증언을 하게 되며, 북한이 웜비어에게 자행한 인질극, 고문과 더불어 적법한 사법절차 없이 이뤄진 살인에 대한 전문 지식을 나눌 것이라고 변호인은 밝혔습니다.
이 교수는 당시 제출한 19페이지 분량의 진술서에서 북한이 미국인 억류자에게 폭력을 행사한 과거 사례들을 상세하게 소개한 바 있습니다.
호크 위원도 진술서를 통해 북한이 고의적으로 웜비어를 혼수상태에 빠뜨렸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고문이나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게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함께 약 450 페이지에 달하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대한 보고서를 첨부했습니다.
VOA는 진술서를 제출한 전문가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웜비어 측 변호를 맡고 있는 벤자민 해치 변호사도 지난달 29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현 시점에선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웜비어 측은 북한 당국이 이 소송에 공식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점을 근거로 ‘궐석 판결(Default Judgement)’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이번 재판 기록에 따르면 웜비어 측은 지난 6월19일 국제우편서비스인 ‘DHL’을 통해 소장을 평양 소재 북한 외무성으로 보냈으며, 당시 ‘김’이라는 인물이 우편물을 받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지난달 27일 웜비어의 치료를 담당했던 평양친선병원 원장이 조선중앙통신과 인터뷰를 하는 형식으로 이번 소송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평양친선병원 원장은 인터뷰에서 “미국 내에서 웜비어의 사망과 관련해 진실이 완전히 왜곡되고 있는 데 분격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웜비어가 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성의껏 치료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웜비어를 돌려보낼 당시 “그의 생명지표가 완전히 정상이었다는 사실은 웜비어 송환을 위해 우리나라에 왔던 미국 의사들도 인정했다”면서 이들 의사들이 그의 건강상태와 관련한 진단결과에 견해를 같이 한다는 확인서를 제출했고, 그 확인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의사들의 의학적 평가는 객관적이고 정확해야 한다”며 그 어떤 이기적 목적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의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웜비어가 북한에 억류되기 전 그를 진료했던 치과 의사들은 진술서에서 웜비어의 아랫니 2개의 위치가 크게 바뀌었다면서 물리력이 가해졌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의식불명 상태로 송환된 웜비어의 진료를 담당했던 신시네티 대학 메디컬센터의 데니얼 캔터 박사도 북한이 웜비어의 병명으로 지목한 ‘보툴리누스균’에 감염된 흔적이 없다며 북한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또 ‘비중격 손상’ 위험에도 불구하고 웜비어의 코에 음식물 섭취를 위한 튜브가 장시간 꼽혀 있었고, 체내에 삽입해 소변을 뽑는 기구가 사용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덧붙여 웜비어가 정상적인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