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비핵화를 실행에 옮길 의사가 없다고 주장하는 미국 언론들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미-북 정상회담 후속 협상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와 북한에 나름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먼저, 최근에 미국 언론들이 어떤 보도들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 주시죠?
기자) `NBC’ 방송이 이런 보도를 처음 내보냈는데요, 북한이 여러 곳의 비밀장소에서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연료 생산을 늘리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 방송은 또 북한이 미국과의 핵 협상에서 이들 시설을 숨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뒤이은 `워싱턴 포스트’ 신문의 보도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계획과 관련해 미국을 속이는 방안을 찾고 있다는 결론을 미 국방정보국(DIA)가 내렸다는 내용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신문과 `CNN’ 방송도 같은 취지의 보도를 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계획을 포기할 의사가 없고, 오히려 협상에서 미국을 속이려 하고 있다는 것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이들 보도의 또 다른 공통점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행정부 관리나 정보 관계자, 또는 정보 당국의 보고서를 인용하고 있는 점입니다.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후속 협상을 본격화 하기 위해 폼페오 국무장관이 세 번째 평양 방문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나오고 있는 점도 특징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언론들이 이런 보도를 하는 배경이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우선, 대북 접근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가 경각심을 갖도록 촉구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북한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대화와 성과를 깍아내리려는 의도도 다분하다는 지적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정상회담 이후에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을 평가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 전반에 대해 회의적인 행정부 일각에서 정보를 유출하고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북한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언론을 통해 비공식적인 형태로 미국의 정보 역량을 공개함으로써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위한 비밀 시설들과 활동을 숨기지 못 하도록 압박한다는 겁니다. 이로써 대북 협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목적을 위해 행정부 내부에서 아예 계획적으로 정보를 유출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요한 건, 언론들의 보도 내용이 얼마나 정확한지 여부 아닌가요?
기자) 언론들의 보도는 정보당국이 위성사진 판독이나 감청 등을 통해 확보한 정보를 토대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령 `워싱턴 포스트’가 인용한 국방정보국 DIA의 보고서에 대해 다른 정보기관들도 같은 평가를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언론들이 근거로 제시하는 위성사진은 정확성에 한계가 있습니다. 시설 내부를 들여다 볼 수가 없기 때문인데요, 같은 사진을 두고 전문가들이 서로 다른 평가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이런 언론보도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정보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는 게 미국 정부의 방침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이런 보도들을 `가짜뉴스’로 일축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BBC’ 방송은 분석기사에서 미 언론들의 최근 보도는 정보 소식통들이 오래 전부터 파악해 온 내용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전에 보고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언론들이 보도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관련 움직임이 미-북 간 합의를 위반한 것인가요?
기자) 언론들이 보도하는 내용들은 미-북 간 후속 협상에서 다룰 내용들이고요, 미-북 정상회담 합의에는 없습니다. 따라서 합의를 위반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보도 내용이 정확하다면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에 따라 성사된 미-북 정상회담의 정신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