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다양한 스포츠 소식 전해드리는 ‘주간 스포츠 세상’, 오종수입니다. 머리 부분이 넓은 긴 막대로, 얼음판 위에서 작은 원반 모양의 ‘퍽(puck)’을 골대에 쳐 넣는 아이스하키. 남북한이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 단일팀을 구성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한 종목인데요. 이 종목 최고의 행사인 북미프로아이스하키리그(NHL) 최종 결승전이 28일부터 진행됩니다. 어떤 경기가 펼쳐지는지, 자세한 이야기 전해드리겠습니다.
북미프로아이스하키리그(NHL)는 100년도 넘은 지난 1917년, 겨울이 길고 추운 캐나다에서 네 팀으로 시작했는데요. 지금은 북미 각 지역을 연고로 둔 31개 팀이 참가하는 규모로 커졌습니다. 대다수가 미국 팀인데요. 북미 대륙을 동부와 서부 콘퍼런스로 나누고, 콘퍼런스는 다시 2개 지구로 각각 구분해 매년 10월초부터 이듬해 6월까지 열전을 벌입니다.
각 콘퍼런스가 5월에 결승전을 열어 우승 팀을 가린 뒤, 동· 서 우승 팀이 다시 맞붙어 최강자를 겨루는 최종 결승전을 7전4선승제로 치르는데요. 이걸 ‘스탠리컵 파이널(Stanley Cup Final)’이라고 부릅니다. 최종 우승 컵 이름이 ‘스탠리컵’이기 때문인데요. 19세기말 캐나다 총독으로 아이스하키 애호가였던 스탠리경의 이름을 딴 겁니다.
올 시즌 스탠리컵 파이널 진출을 놓고 동부 콘퍼런스에서는, 미국 수도 워싱턴 D.C. 연고팀인 ‘캐피털스’와 ‘탬파베이 라이트닝’이 대결했고요. 서부에서는 미국 최대 관광도시 라스베이거스 연고팀인 ‘베이거스 골든나이츠’와 캐나다 연고팀 ‘위니펙 제츠’가 승부했습니다. 서부 콘퍼런스에서 골든나이츠가, 동부 콘퍼런스에서는 캐피털스가 이기면서 양 팀이 스탠리컵 파이널에서 맞붙게 됐는데요. 골든나이츠의 파이널 진출은 여러 가지 이유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볼까요?
골든나이츠는 NHL 31번째 팀으로, 올 시즌 처음 리그에 참가했습니다. 첫 시즌에 스탠리컵 파이널에 진출한 것은 1968년 ‘세인트루이스 블루스’ 이후 50년 만의 일인데요. NHL 역사 전체를 통틀어 봐도, 1918년 ‘토론토 아레나스’까지, 앞서 두 차례 밖에 없었습니다. 파이널 진출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팀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라, 반 세기 만에 신생팀이 일으키는 돌풍에 아이스하키뿐 아니라, 스포츠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는데요.
사막 위에 세운 관광·오락·유흥산업 중심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야구와 풋볼, 농구를 비롯해 북미 4대 프로스포츠 팀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유흥산업이 기울면서, 스포츠도시로 발돋움 하기 위해 프로 아이스하키 팀을 만든 건데요. 사계절 내내 기온이 높고, 자연 상태의 얼음을 보기 힘든 사막 지역에서 아이스하키 팀을 출범한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모았습니다. 스포츠 전문 매체들은 골든나이츠의 선전을 전하면서 '사막의 기적'이라고 불렀는데요. 게다가 마침, 라스베이거스 시민들이 충격적인 사건을 겪었던 터라, 골든나이츠의 창단과, 이어진 승승장구 활약은 지역사회에 큰 힘이 됐습니다.
“골든나이츠가 라스베이거스의 눈물을 미소로 바꿨다”. 지역신문 ‘라스베이거스 리뷰 저널’이 스탠리컵 파이널 진출 기사에 쓴 제목인데요. NHL 2017-2018 시즌이 시작된 지난해 10월,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야외 음악 공연장에 총을 난사해 58명이 숨지고, 500여 명이 다쳤는데요. 골든나이츠 선수들은 홈 개막전 때, 머리 보호장비에 ‘베이거스 스트롱(Vegas Strong ·라스베이거스는 강하다)’이라고 적고 경기에 나섰습니다. 같은 시기, 허리케인 하비 피해주민을 위로하기 위해 ‘H 스트롱 (H Strong· 휴스턴은 강하다)’란 표지를 복장에 달고 월드시리즈에 나가 우승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본 받은 건데요.
골든나이츠는 홈구장에서 경기할 때마다 경찰관과 소방관들에 대한 감사 행사를 병행하면서, 개막 이후 지금까지 올 시즌 내내, 지역사회 단합의 중심 역할을 한 것으로 현지에서 평가하고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와 인근 네바다 주 주민들은 골든나이츠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1만7천500석 경기장 ‘T모바일 아레나’를 항상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동부 콘퍼런스를 대표해 스탠리컵 파이널에 나가는 워싱턴 캐피털스도 창단 후 첫 우승에 도전합니다. 지난 1974년 창단한 캐피털스는 1998년 처음 파이널에 나갔지만, '디트로이트 레드윙스'에 4연패로 준우승에 그쳤는데요. 20년 만의 파이널에서, 신생팀 골든나이츠가 일으킨 '사막의 돌풍'을 잠재우고 스탠리컵을 차지할지 관심을 모읍니다.
NHL 최종 우승팀이 차지하는 스탠리컵에는 재미있는 사연이 많습니다. 하나만 소개해드리면요. 북미 4대 프로스포츠인 야구(MLB), 농구(NBA), 풋볼(NFL) 리그 우승 컵과 트로피를 통틀어 스탠리컵이 가장 큽니다. 높이가 90cm나 되고 무게는 15kg에 달해, 똑바로 세워 중심 잡기가 어려울 정도인데요. 그래서 우승팀 주장이 스탠리컵을 뉘어서, 받침과 머리부분을 가로로 잡아 양팔로 들어올린 사진이 미국 주요 신문 1면에 실립니다.
처음엔 지금보다 크기가 훨씬 작았는데요. 컵 밑에 두른 은띠에 우승팀 선수들의 이름을 새겨 넣기 시작하면서 띠가 하나씩 덧붙여져 트로피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우승 팀 선수들은 스탠리컵에 샴페인을 부어 나눠 마시는 게 전통입니다.
‘주간 스포츠세상’, 알쏭달쏭한 스포츠 용어를 알기 쉽게 설명해드리는, 스포츠 용어 사전입니다. 오늘은 ‘보디체크(body check)’라는 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아이스하키나 야구 경기 중 상대방 선수를 몸으로 막는 행위를 ‘보디체크’라고 하는데요. 신체 접촉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다른 구기 종목들과 달리, 아이스하키에서는 어느 정도 허용합니다. 지나칠 경우에는 일정 시간 퇴장 명령을 내리기도 하지만요. 한정된 장소에서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경기 특성상, 몸싸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몸 전체에 단단한 보호장구를 갖추고 경기에 나섭니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 진행과 함께, 절묘한 보디체크를 보는 게 아이스하키의 또 다른 매력이라는 사람도 많습니다.
‘주간 스포츠 세상’, 오늘은 2017-2018 시즌 북미프로아이스하키리그(NHL) 최종 결승전, ‘스탠리컵 파이널’ 소식 전해드렸고요. ‘보디체크’가 무슨 뜻인지도 알아봤습니다. 다음주에 더 재미있는 이야기 가지고 오겠습니다. 음악 들으시겠습니다. 올해 스탠리컵 파이널 첫 경기가 열리는 도시죠. ‘라스베이거스로 가자’, ‘Let’s Go To Vegas’라는 노래, Faith Hill의 곡으로 전해드립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