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베네수엘라 정부가 현지 최고위직 미국 외교관에 추방을 명령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최근 대선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제재한 데 반발한 건데요. 자세한 사정 살펴보겠습니다. 거액 뇌물수수와 횡령 등 혐의를 받은 이명박 전 한국 대통령이 법정에 나와, 자신은 죄가 없다고 주장했고요. 이어서, 중국의 지역간 격차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이야기,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베네수엘라 주재 최고위직 미국 외교관이 추방 명령을 받았다고요?
기자) 네. 베네수엘라 주재 미국 대사관 최고 책임자인 토드 로빈슨 대사 대리와 브라이언 나랑호 정무담당 고위 외교관에게 48시간 내 출국할 것을 명령했다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어제(23일)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밝혔습니다. 베네수엘라 정부를 상대로 “반정부 음모”에 관여한 게 추방 사유라고 설명했는데요. “우리는 당할 만큼 당했다”면서, “(미국)제국주의는 더 이상 우리를 지배하지 않는다”고 마두로 대통령은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최고책임자라고 했는데, ‘대사’가 아니고 ‘대사 대리’군요?
기자) 미국과 베네수엘라는 수교했지만, 상대국에 대사를 두지 않고 있습니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부터 갖가지 문제로 두 나라가 서로 대사를 추방하고 소환하길 거듭했는데요. 2010년 이래 대사를 파견하지 않아서, 외교관계가 격하된 상황입니다.
진행자) 미국 외교관들이 베네수엘라에서 어떤 식으로 ‘반정부 음모’에 관여했다는 겁니까?
기자) 마두로 대통령은, 로빈슨 대사 대리와 나랑호 씨가 CIA(미 중앙정보국) 현지조직 수뇌로 활동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지난 일요일(20일) 실시된 대선을 방해하기 위해, 야당 후보들에게 사퇴 압력을 넣은 것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왜 대선을 방해하는 활동을 했다는 건가요?
기자) 마두로 대통령은 “내가 이길 것이 확실시 되자, 선거에 정당성을 훼손하기로 미국 정부가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베네수엘라 대선은 주요 야당들이 줄줄이 불참한 가운데, 눈에 띄는 경쟁자 없이, 마두로 대통령이 약 68% 득표율로 승리했는데요. 야당들이 대선에 나오지 않은 게 미국의 음모 때문이고, 그 음모를 주도적으로 실행한 게 로빈슨 대사 대리와 나랑호 씨였다는 겁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당사자인 로빈슨 대사 대리는, 마두로 대통령의 주장을 “강력히 거부한다”고 같은 날(22일)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도 같은 입장을 내놨는데요.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마두로 대통령의 발언이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 정부의 음모를 주장하면서, 증거는 내놓지 않았는데요. 정작 미국 고위 외교관들을 추방하는 이유는 따로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 이유는 뭔가요?
기자) 마두로 대통령은 같은 텔레비전 연설에서, 미국 정부가 전날(21일) 단행한 금융 제재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에 대한 “도발”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이 제재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고위 외교관들을 내보내는 것으로 외신들은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의 제재, 어떤 내용이었죠?
기자) 베네수엘라 정부, 그리고 국영기업 ‘페데베사(PDVSA)’ 등이 발행한 모든 채권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월요일(21일) 서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인들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50% 이상 지분을 가진 기관이 발행한 매출채권, 담보부 채권, 지분권을 일체 거래할 수 없는데요. 앞서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 당국이 조기 대선 실시를 결정했을 때부터, 이를 ‘불법 선거’로 규정하고, 강행할 경우 추가 제재하겠다고 예고해왔습니다.
진행자) 베네수엘라 대선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강경한 입장, 국제사회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국제사회도 미국의 조치에 속속 동참하고 있습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베네수엘라 대선이 "민주주의 투명성과 법치에 대한 존중 없이 이뤄졌다”면서, EU도 추가 제재를 단행하겠다고 예고했고요. 베네수엘라 주변국가들의 모임인 ‘리마그룹’은 대선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성명을 내고, 후속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진행자) ‘리마그룹’이 뭐고, 어떤 후속 절차를 하나요?
기자) 극심한 경제난과 정치 혼란 속에, 최근 수년 새 이웃나라로 떠난 베네수엘라 주민이 100만 명을 넘어섰는데요. 이 난민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공동대응하기 위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인접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14개 나라가 지난해 8월 결성한 모임이 ‘리마그룹’입니다. 페루 수도 리마에서 출범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데요. 리마그룹은 베네수엘라 대선 다음날(21일), 선거 강행에 항의하는 의미로 자국 대사들을 일괄 소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한국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나왔군요?
기자) 네. 110억 원(미화 약 1천20만 달러)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약 3천230만 달러)대 횡령 등 혐의로 지난 3월 구속 수감된, 한국의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 재판이 오늘(23일) 시작됐습니다. 이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출석해 직접 입장을 밝혔는데요. 검찰이 억지로 자신을 “엮었다”면서, 혐의를 전부 부인했습니다.
진행자) 이 전 대통령이 직접 밝힌 입장, 구체적으로 들어보죠.
기자) 변호인과 함께 준비해온 입장문을 직접 읽었는데요. “정치를 시작하면서 권력이 기업에 돈을 요구해선 안 된다는 마음을 품었다”면서, “결코 부정한 돈을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대통령 재임 기간 시행한 “4대강 사업, 제2롯데월드 건설 등이 모두 시끄러웠고, 때문에 퇴임 이후 감사도 받고 검찰 수사도 받았지만 불법자금은 나오지 않았다”면서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검찰의 기소 내용은 뭐죠?
기자) 여러 가지인데요, 중요한 것 몇 개를 소개해 드리면, 수감중이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을 사면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가 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특히 이 혐의가 "충격이고 모욕"이라고 반발하면서, 평창 겨울철 올림픽 유치에 힘을 쏟기 위해, 당시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던 이 회장을 사면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친형 이상은 씨가 회장으로 있는, 자동차 시트 제조 회사 '다스'를 통해 횡령과 불법 금융 거래를 한 혐의도 받고 있는데요. 이 전 대통령이 이 회사 실제 소유주라는 세간의 의혹과 검찰 수사 결과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선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네번째인데요. 전·노 두 전직 대통령은 내란과 거액 비자금 조성관련 유죄 판결로 징역형을 살다가, 김영삼 정부의 특별 사면으로 풀려났고요. 박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측근 최순실 씨와 함께 국정을 ‘농단’한 사건 등으로 아직 재판중인데요. 지난달 초 1심에서 징역 24년, 벌금 180억 원(미화 약 1천700만 달러)형을 선고 받고, 항소심을 진행중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오늘(23일) 재판은 전직 대통령이 직접 법정에서 진술하면서, 특별히 관심이 높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구속 중 건강이 악화되고 인권 침해를 받았다며 모든 재판 절차를 거부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궐석재판이 진행중이어서,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직접 들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당초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자신이 기소된게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처럼 재판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는데요. 오늘 첫 공판에 직접 입장문까지 들고 나와 적극적으로 혐의를 부인하면서, 언론과 시민들이 내용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진행자)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반응은 엇갈립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은 검찰이 정치보복을 위해, 전직 대통령을 무리하게 기소했다며 이 전 대통령 입장을 옹호했고요. 재판을 방청한 한 대학생은 “뉴스로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범죄 사실이 있어 놀랍다”며, 이 전 대통령을 비판한 것으로 한국 언론이 전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중국의 지역 간 빈부격차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중국이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지역 간 빈부 격차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미국 경제 전문 블룸버그통신이 중국 내 31개 지역 주민들의 소득을 비교 분석한 결과, 대도시와 농촌 지역 주민들 간의 소득 격차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조사 내용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기자) 네, 블룸버그 통신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중국국가통계국' 자료를 토대로 조사 분석한 결과, 상하이와 베이징 등 대도시 주민들의 1인당 GDP는 지난해 5만3천 달러를 웃돌았습니다. 이는 스위스나 미국 비슷한 수준입니다. 반면에 윈난성은 9천 달러에 불과했고요. 특히 간쑤성은 7천600 달러로 31개 지역 중 최하위였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같은 나라 수준인데요. 참고로 중국 전체 1인당 GDP는 약 1만5천 달러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지역 간 생활 수준 격차도 상당하겠군요.
기자) 물론입니다. 중국 최대 금융 도시인 상하이나 수도 베이징처럼 대도시에서는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전기차가 거리를 주행하고요. 스마트앱을 이용해 물건을 구매하는 등의 첨단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에는 아직도 우물에서 물을 길어 먹어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참고로 중국 전역에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10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지역별 빈부 격차가 심각한 이유는 뭘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상하이나 베이징 같은 대도시는 중국 정부의 부양 정책에 따른 수혜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들 도시에는 중국 최고의 대학들과 고소득을 보장하는 직장들, 그리고 이미 월등한 기간 시설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중국 정부도 현재 이런 경제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경제 불균형 해소와 빈곤 퇴치를 주창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시진핑 주석은 경제 불균형 해소와 빈곤 퇴치를 주요 국정 과제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중국의 급속한 도시화 현상도 지역별 빈부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될 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도시화 비율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전국의 도시화 비율은 59% 정도입니다. 특히 인구 밀도가 높은 광둥성의 경우 도시화 비율은 70%에 이르는데요. 참고로 미국은 82%, 태국은 50%, 인도는 33%입니다.
진행자)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최근 중국에서 지역 간 빈부 격차가 줄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저소득층 지역과 베이징, 상하이, 광둥, 선전 같은 1선 도시 간의 소득 격차가 지난 2005년 56%에서 2017년 46%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구이저우, 윈난성, 간쑤성 등 3개 지역이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데요. 예를 들어 윈난성의 경우, 현재 전 세계적인 커피 전문기업 스타벅스가 진출해 커피 농사 재배를 하고 있는 데요. 스타벅스 측은 앞으로 몇 년 안에, 중국에 6억 명의 중산층 고객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