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중남미 이민자들로 구성된 이른바 ‘캐러밴’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도착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경 장벽 건설을 거듭 촉구하며, 예산 확보를 위해 연방 정부 폐쇄도 불사하겠다며 위협했습니다. 미국의 3, 4위 통신업체인 T모바일과 스프린트가 합병에 합의했습니다. 올해 1분기 미국 경제가 2.3% 성장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중남미 이민자 행렬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도착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언론에서 흔히 ‘캐러밴’이라고 부르는 이민자들의 행렬이 캘리포니아 남부와 접한 멕시코 국경 도시 티후아나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미국에는 들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온두라스 등 중남미 국적자들이 대부분인 이민자들은 미국에 난민 지위를 요청할 계획인데요. 이들 가운데는 여성과 어린이 등 가족 단위 이민자들이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진행자) 이민자들이 몇 명이나 됩니까?
기자) 200명 정도가 티후아나에 와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들은 지난 3월 말에 멕시코 남부 과테말라 국경 인근에서 출발했습니다. 3천km가 넘는 거리를 버스와 기차, 또는 도보로 이동했는데요. 한 때는 그 수가 1천 명이 넘기도 했지만, 중간에 많은 사람이 이탈하면서 일부만 남았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아직 미국으로 들어오진 못 했군요.
기자) 네, 현지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수용 인원이 다 찼다는 이유로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샌이시드로 국경 검문소에는 이민자들을 받아들일 공간도, 이들을 조사할 인원도 부족하다는 건데요. 수용 능력이 생기는 대로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에 대해 이민자들은 어떤 반응입니까?
기자) 대부분 기회를 기다린다는 입장입니다. 오랫동안 먼 길을 온 만큼 며칠 더 기다리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임시로 천막을 치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민자 행렬이 미국을 향해 온다는 사실이 일찍부터 알려졌는데, 당국이 이제까지 준비를 못했다는 건 믿기 힘들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미국 당국이 핑계를 댄다고 이민자들이 생각한다는 건데,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이들이 미국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요?
기자) 미국은 망명을 원하는 사람들의 요청을 받아주고, 망명 심사를 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중남미에서 온 이민자들의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국경 검문소에서 중남미 이민자들은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탄압받게 될 것이란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진행자) 일단 검문소에서 망명 자격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보호 시설에 수용되거나, 전자발찌를 차는 조건으로 외부에서 생활하면서 법원 심사 날짜를 기다리게 되는데요. 이민 판사가 난민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면, 본국으로 추방됩니다. 그래서 추방될 것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정해진 날짜에 법원에 나타나지 않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이들 이민자 행렬을 여러 차례 비판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캐러밴’이 오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국토안보부에 이들을 받아들이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역시 이들 이민자 행렬은 “미국 법을 해치고 미국 제도를 제압하려는 고의적인 시도”라며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국경 장벽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예산 문제로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미시건주에서 열린 집회에서 장벽 건설 예산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오는 10월 1일부터 시작될 새 회계연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이 포함되지 않으면, 연방 정부 폐쇄 사태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 건설 예산으로 250억 달러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 장벽 건설은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듣고 계십니다. 미국 통신업계에 중요한 합병 소식이 있네요.
기자) 네, 미국 통신업계 3, 4위인 T모바일과 스프린트가 합치기로 했습니다. 260억 달러 규모로 T모바일이 스프린트를 인수, 합병하는 형식인데요. 어제(29일)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T모바일 최대 주주인 도이체텔레콤이 새 회사의 42% 지분을 갖고 되고요, 현재 스프린트의 최대 주주인 소프트뱅크가 27% 지분을 갖게 됩니다.
진행자) 회사 이름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T모바일로 불리게 되고요, T모바일 최고경영자(CEO)인 존 레저 씨가 새 회사를 이끌게 됩니다. 새 회사의 시장가치는 1천46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인데요. 두 회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합병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진행자) 두 회사가 합치기로 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좀 더 경쟁성을 높여서 5G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존 레저 T모바일 CEO는 앞으로 3년 동안 400억 달러를 들여서 5G 이동통신망 구축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번 합병을 통해 소비자들이 낮은 가격에 빠른 속도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현재 미국 통신업계 1위는 어느 회사인가요?
기자) 버라이즌입니다. 그리고 2위는 AT&T인데요. 두 회사가 각각 1억2천만 명, 9천만 명의 이용자를 두고 있는데, T모바일과 스프린트 이용자 수는 이에 훨씬 못 미칩니다. 하지만 두 회사가 합칠 경우 이용자 수가 1억3천만 명에 달하는 훨씬 경쟁력 있는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두 회사 합병 얘기가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2014년에 처음 합병 얘기가 나왔는데요. 하지만 당시 오바마 행정부가 시장 독점을 우려해 막았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에는 새 회사 지분 문제로 협상이 결렬됐었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행정부에서 합병을 가로막았다고 했는데, 현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어떻습니까? 역시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순조롭게 정부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인데요. 트럼프 행정부 역시 대규모 합병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AT&T가 850억 달러에 타임워너를 인수하려는 계획에도 반대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두 회사가 합칠 경우, 미국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정부에서 이번 합병도 탐탁지 않게 볼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 T모바일과 스프린트는 어떻게 대처할 계획인가요?
기자) 차세대 이동통신 개발에서 중국의 경쟁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홍보하고 있고요. 또 시골 지역에서 수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서비스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농촌 지역 백인들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으로 미국 경제 소식 보겠습니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27일 1분기 경제성장률(GDP)을 발표했는데요. 지난 1월에서 3월까지 기간에 미국 경제가 연율로 2.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 2.9%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전문가들 전망보다는 나은 건데요. 앞서 전문가들은 1분기 성장률이 2%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진행자) 예상했던 것만큼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성장률이 둔화한 건데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소비가 줄어든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지난 분기 소비 지출이 1.1% 성장에 그친 건데요. 이는 2013년 4분기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소비 지출은 미국 경제활동에서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큰데요. 지난 4분기에는 4% 성장했습니다.
진행자) 왜 이렇게 소비 지출이 줄었을까요?
기자) 지난 겨울 추운 날씨가 한몫했습니다. 특히 3월에 미국 동북부 지방에 폭설이 내리면서 소비가 위축됐습니다. 특히 자동차와 의류, 신발류 구매가 줄었는데요. 하지만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원래 연초에는 경제 성장률이 더디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2.3%는 1분기 수치로 처음 나온 거니까, 앞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이번에 나온 건 잠정치입니다. 상무부는 5월 수정치에 이어서 6월에 최종 수치를 확정해서 발표하는데요.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이 완전고용에 가깝고 기업과 소비자들의 자신감이 높다며 그리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진행자) 이번 수치는 세제개혁 후 처음 나온 것 아닙니까? 어떻습니까? 세제개혁이 미국 경제에 어느 정도나 영향을 미쳤을까요?
기자) 이번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했는데요. 세금 환급이 늦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 4월 1일에 시작된 2분기에 미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는데요. 세제개혁 영향이 실제 봉급 수령액에 반영되면, 미국인들이 소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겁니다. 지난해 연말에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1조5천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감세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진행자) 특히 기업에 매기는 법인세율을 크게 낮췄죠?
기자) 네, 35%에서 21%로 내렸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 말에 국방 예산과 국내 다른 분야 예산을 모두 늘리는 지출안이 통과되지 않았습니까? 이에 따라 정부 지출이 늘어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3%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합니다.
진행자) 경제 얘기가 나오면 늘 관심이 가는 게 금리 문제인데요. 경기가 침체하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서 시중에 돈을 풀고, 반대로 경기가 가열되면 금리를 올려서 돈을 거둬들이지 않습니까? 이번에 경제성장률이 더디게 나왔는데, 금리 변동에 영향이 없을까요?
기자) 네, 연준이 크게 개의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가 지난달에 기준금리를 0.25%p 올리면서 현재 1.5~1.75%대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연준이 올해 최소한 두 번 더 올린다고 했는데, 이런 계획에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말에 열린 회의에서 연준 이사들은 1분기 경기 침체를 일시적인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기준금리는 일반 은행이 중앙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적용하는 이자율을 말합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