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홍 북한 국가보위상은 권력남용 혐의로 사실상 숙청됐으며 앞으로 북한사회에서는 실세 중의 실세마저 이렇게 숙청된 것을 본 권력층의 동요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내 실세로 알려졌던 김원홍 국가보위상의 해임을 계기로 북한 권력층의 동요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생존을 위해 겉으로는 체제에 순종하는 척 하지만 속으로는 딴마음을 먹는 현상이 간부들 사이에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곽길섭 북한체제연구실장은 최근 발표한 ‘저승사자 김원홍 토사구팽의 의미와 전망’이라는 제목의 자료에서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이 시간이 갈수록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내다봤습니다.
‘토사구팽’이란 토끼를 사냥한 뒤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는 말로 김정은 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 처형을 주도한 김원홍을 해임한 것을 비유한 겁니다.
한국 통일부는 김원홍 보위상이 지난달 중순쯤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검열을 받고 대장에서 소장으로 강등된 뒤 해임됐다고 지난 3일 밝혔습니다.
곽길섭 소장은 실세 중의 실세였던 김원홍 보위상이 해임됐다는 것은 사실상 숙청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 북한 권력층 내 김정은 유일영도체계 확립을 위한 숙청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곽길섭 북한체제연구실장 /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정일이나 김정은이 직접 직할통치하는 보위부장 자리를 주고 그 역할을 맡겼기 때문에 그야말로 자기 오른팔로 삼은 건데 자기 오른팔을 이번에 쳐낸 것이거든요. 지금 상태는 숙청으로 봐야 된다…”
곽길섭 실장은 이에 따라 김원홍 숙청으로 인해 김정은 위원장이 핵심 측근들까지도 소모품으로 여긴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곽 실장은 이와 함께 김원홍의 해임 배경에 대해 북한의 핵심 권력기관인 노동당 조직지도부를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곽 실장은 건드리면 반드시 죽는다는 뜻의 ‘역린’을 언급하며, 북한에는 최고지도자 김정은 위원장 이외에 또 하나의 역린이 바로 노동당 조직지도부인데, 김원홍이 김정은 위원장을 등에 업고 자의든 타의든 이 조직지도부를 건드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곽 실장은 김원홍의 숙청 배경이 된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13년 6월 간부인사 책임자인 김근섭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의 숙청을 꼽았습니다.
김근섭 부부장이 남한영상물 시청 등의 혐의를 받고 김원홍이 수장으로 있던 국가보위성에 체포돼 처형됐는데 이 때문에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앙갚음을 하기 위해 별러 온 게 분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곽 실장은 이에 따라 앞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계속되는 `공포통치' 아래 북한의 당, 정, 군 간부 등 권력층은 가뜩이나 움츠리고 서로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욱 납작 엎드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관계자는 북한은 체제상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사회 전반을 통제하고 지도하는데 국가보위상의 지나친 권력남용이 누적되자 기회를 노렸다가 이를 한데 몰아 검열한 뒤 책임을 지운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탈북자 출신인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는 국가안전보위부가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 없이 김정은 일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중앙당 간부 자택에 폐쇄회로 텔레비전, CCTV를 설치해 감시하는 등 권력을 남용하다 김원홍이 책임을 추궁 당한 것이라고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 / NK 지식인연대] “김정은 지시 받지 않고 중앙당 간부들 자택에 CCTV를 설치하고 특히 김정은 패밀리에 대한 조사까지 했다고 하대요. 그러니까 당 위에서 국가안전보위성이 군림하려 했다는 조항…”
김흥광 대표는 이번 사건이 김원홍에 대한 해임으로 일단락됐지만 관련 조사가 고강도로 이뤄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김원홍이 숙청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