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보기관인 국가보위성 수장으로 정권 실세로 행세하던 김원홍의 해임과 강등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포통치' 역사에 기록될 또 하나의 사건입니다. 김 위원장은 집권 5년 동안 이른바 ‘공포통치’로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져왔습니다.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집권 6년차를 맞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정, 군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숙청의 칼날을 휘두르는 이른바 ‘공포통치’에 김원홍 국가보위상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김원홍은 지난 2013년 김 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 처형을 주도하는 등 김정은 체제 다지기에 핵심적 역할을 해왔지만 결국 거기까지였고 토사구팽, 토끼를 다 잡은 뒤 사냥개 신세가 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 같은 `공포통치'에 대해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독재정권의 전형적인 권력관리 방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 “이번에도 김원홍을 앞장 세워 국가보위성의 역할이나 위상이 커지게 만들어 놓은 다음에 다른 기관을 시켜 이 기관을 국가보위성을 공격한 것입니다. 이것은 딱히 김정은의 권력 장악이 약화되었거나 정체성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독재정권에 고유하게 내장돼 있는 권력관리 방식의 표현이라고 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공포통치'는 집권 초기부터 조짐을 보였습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군부 1인자로 떠올랐던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은 지난 2012년 7월 김 위원장의 권력기반 구축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전격 해임됐습니다.
리 총참모장과 함께 김정일 장례식 때 영구차를 호위했던 김정각, 김영춘, 우동측 등 ‘군부 4인방’은 김정은 집권 이후 모두 숙청되거나 일선에서 물러나는 신세가 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특히 2013년 2월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전격 처형하면서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유일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공포통치’에는 다양한 이유가 뒤따랐습니다.
2015년 초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과 조영남 국가계획위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에게 이견을 내놓았다가 숙청됐습니다.
같은 해 4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은 회의 중 졸았던 게 빌미가 돼 재판도 없이 고사총으로 공개처형을 당했습니다.
뒤를 이어 최영건 내각 부총리는 김 위원장이 추진한 산림녹화정책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가 처형됐고, 김용진 내각 부총리는 회의 중 자세가 불량했다는 이유로 역시 공개 처형됐습니다.
이와 함께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남한 연속극을 시청하다 발각된 아들과 함께 함경도에 있는 협동농장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았고, 김 위원장의 건축사업 일꾼인 마원춘 전 국방위원회 설계국장도 좌천됐다가 복권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최근 펴낸 ‘김정은 집권 5년의 실정 백서’에서 김 위원장의 3대 세습권력을 다지기 위한 `공포통치'에 희생된 사람이 고모부 장성택을 비롯한 고위 간부와 주민을 포함해 모두 340여 명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