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남북한 종단 계획을 추진 중인 미국의 태권도인들이 참가자 명단을 남북한 당국에 제출했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캐나다, 호주 출신 태권도인 41 명이 한반도 군사분계선을 넘을 계획입니다. 하지만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 등 북한의 도발 변수가 남아있어 성사 여부는 불확실합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평양에서 출발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제주도까지 내려가는 한반도 종단 계획에 41 명의 태권도인들이 동참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미국 ‘태권도 타임스’ 잡지의 정우진 대표는 1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주 참가자 명단을 남북한 당국에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정우진 태권도 타임스 대표] “태권도 종주국인 남북한을 동시에 방문한다는 건 전세계 태권도인들에게 성지순례와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짧은 기간 동안 40 명이 넘는 태권도인들이 신청했습니다.”
북한 당국에는 뉴욕의 유엔대표부를 통해 참가자 명단을 접수했습니다. 북한의 조선태권도위원회는 이미 지난 6월 북한을 방문한 정 대표에게 이번 행사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인이 대부분인 참가자 명단에는 영국 출신 2 명, 캐나다와 호주 출신 각각 1 명이 포함돼 있습니다. 또 태권도 사범 뿐아니라 엔지니어, 간호사, 약사, 교수 등 다양한 계층의 태권도 유단자들이 남북한 동시방문을 희망했습니다.
이들은 오는 10월3일 평양을 방문해 3박4일 동안 스포츠 교류 활동을 한 뒤 6일 군사분계선을 통해 서울로 넘어가며 8일까지 무주 태권도원, 제주도의 ‘주먹탑 (태권도탑)’ 등을 돌아볼 계획입니다.
정우진 대표의 설명입니다.
[녹취: 정우진 태권도 타임스 대표] “국토는 분단돼 있지만 태권도는 하나라는 인식을 전세계 태권도인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노력입니다. 이념이나 정치와는 아무 상관없이, 도복을 입고 기합을 넣을 때만큼은 오로지 통일된 태권도의 뿌리와 평화만을 생각하는 겁니다.”
특히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위원인 북한의 장웅 국제태권도연맹 (ITF) 총재가 정 대표에게 행사 동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북한 체육계 최고위 인사의 방한이 성사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이달 말 국제태권도연맹 주최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불가리아에서 만나 행사 일정과 장 총재의 동참 여부를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군사분계선을 넘어야 하는 만큼 남북한 당국 뿐아니라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와 중립국감독위원회의 협조까지 얻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한이 10월10일 노동당 창건일 전후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주최 측으로서는 관련 당국이 승인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는 부담도 안고 있습니다.
여기에 비무장지대 (DMZ)에서 북한이 최근 목함지뢰 도발 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밝혀지면서 미국-북한-한국을 잇는 스포츠 교류 가능성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앞서 한국 통일부 관계자는 지난 6월 말 ‘VOA’에 해당 단체로부터 이번 행사에 대한 공식 신청이 들어오면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미국 태권도인들의 행사 취지와 내용 등을 검토할 것이지만, 한국 정부는 민간단체의 순수한 사회문화 교류는 지원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