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한국이 주도하는 태권도 대회에 참가하는 북한 시범단의 구성원과 공연 일정이 확정됐습니다. 남북한이 각각 주도하는 두 태권도 연맹은 다음달 중순 러시아에서 첫 교류의 물꼬를 트게 됩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영문 기사 보기] 'Two Koreas Engage Through Taekwondo Event in Russia'
다음달 12일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선수권 대회에 18명의 북한 시범단이 참가한다고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태권도연맹, ITF가 밝혔습니다.
오스트리아 빈에 본부를 둔 ITF 관계자는 1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러시아와 체코 선수 각각 2명씩을 포함해 총 22명으로 팀을 구성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선수들은 다음달 8일 고려항공 편으로 평양을 출발해 블라디보스톡과 모스크바를 거쳐 9일 첼랴빈스크에 도착할 예정이며 12일 대회 개막식 무대에 설 예정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또 한국 주도의 세계태권도연맹, WTF가 지난 14일 최종 참가자 명단을 명시한 공식 초청장을 보내와 현재 러시아 입국비자 수속을 밟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ITF 국제대회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태권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 러시아, 체코 선수들이 수준 높은 공연을 펼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공연시간이 15분으로 한정돼 있어 22명의 구성원 모두 충분한 기량을 선보일 수 있도록 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대회는 WTF가 주최하는 대규모 행사로, 북한 선수들을 비롯한 ITF 소속 인사들이 참가하는 건 처음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장웅 ITF 총재도 선수들과 함께 다음달 러시아를 방문할 계획입니다.
마침 대회 개막 사흘 전 모스크바에서 2차 세계대전 전승행사가 열리고 여기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한다면, 북한 올림픽위원회 위원을 겸하고 있고 러시아 인사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장웅 총재의 동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앞서 장웅 ITF 총재는 지난 2월6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조정원 WTF 총재가 지난해 11월12일 이메일을 통해 초청 의사를 밝힌 뒤 올해 1월 초 공식 초청장을 보내왔다고 밝혔습니다.
조 총재와 장 총재는 지난해 8월21일 중국 난징에서 만나 두 연맹의 발전적 협력을 약속한 의정서에 서명했습니다.
총 4개항으로 이뤄진 의정서에는 상호 인정과 존중, 상대방 대회 교차출전, ITF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추진, 다국적 시범단 구성 등의 합의 사안이 담겼습니다.
따라서 두 연맹의 이번 공동무대 마련은 의정서에 기초한 첫 실천 조치가 됩니다.
ITF 본부 관계자는 이 같은 합의를 준수해 상대방 대회에 참가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두 태권도 연맹 간 상호 이해와 존중이 시작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였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