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각각 주도하는 두 태권도연맹이 사상 처음으로 한 무대에서 기량을 선보였습니다. 박진감 넘치는 동작과 화려한 기술로 러시아의 7천석 경기장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태권도인들이 주축이 된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이 사상 처음으로 한국 주도의 세계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녹취: 개회식 현장음]
무대는 러시아 첼랴빈스크의 ‘트락토르 아레나’에서 12일 열린 2015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선수권대회 개회식이었습니다.
[녹취: 개회식 현장음]
합창과 전통무용이 어우러진 축하 무대는 북한 선수 18명을 포함한 22명의 ITF 시범단의 등장으로 절정을 이뤘습니다.
[녹취: 개회식 현장음]
특유의 호흡을 내뱉으며 선보인 품세와 고공 격파, 빠른 회전과 화려한 발차기 동작은 태권도의 원형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녹취: 개회식 현장음]
7천석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각목을 맨몸으로 막아내는 괴력에 탄성을 지르고, 치한들이 여성 단원들에게 혼쭐나는 상황극에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녹취: 개회식 현장음]
이어 등장한 한국 주도의 WTF 시범단은 변화무쌍한 음악과 조명 아래 절도 있는 무예와 세련된 연출력을 과시했습니다.
[녹취: 개회식 현장음]
러시아 국기와 WTF 깃발을 배경으로 발차기와 주먹 지르기 시범을 보인 뒤 품세와 현대 무용을 결합한 듯한 동작과 강력한 파괴력으로 관중들의 이목을 사로잡았습니다.
아리랑 음악이 경기장 가득 울려 퍼지는 가운데 수십 년 동안 다른 길을 걸어온 두 태권도의 뿌리가 하나임을 보여주는 순간이었습니다.
[녹취: 개회식 현장음]
이번 대회에 앞서 열린 WTF 심포지엄에 특별연사로 초청된 미국 태권도인 조지 바이탈리 씨는 1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두 연맹의 시범은 기술적으로도 최고의 무대였지만 양측간 화합의 길을 여는 상징적 의미 역시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조지 바이탈리] “Viewing tonight’s demonstration really was historic demonstration, and technically I don’t think the team could have been any better than they were; the crowd was just astounded…”
바이탈리 씨는 남북한으로부터 태권도라는 훌륭한 선물을 받은 건 행운이었다며 이날 아리랑 선율에 맞춘 태권도 동작을 보며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두 연맹의 이번 공동무대는 장웅 ITF 총재와 조정원 WTF 총재가 지난해 8월 서명한 의정서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총 4개항으로 이뤄진 의정서에는 상호 인정과 존중, 상대방 대회 교차출전, ITF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추진, 다국적 시범단 구성 등의 합의 사안이 담겼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개회식에 맞춰 발표한 성명에서 남북한 태권도의 이번 협력이 장벽을 허무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대화와 화해의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사전 녹화된 영상을 통해 두 태권도 연맹의 협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번 공동 시범이 미래를 위한 확고한 기반을 쌓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