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북한이 한국과 동일하게 써 온 표준시를 변경하기로 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남북 동질성 회복과 통일 노력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북한이 최근 표준시 변경 방침을 발표한 데 대해 한국 측의 대화와 협력 제안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시간대마저 분리시키는 것은 남북협력과 평화통일 노력에 역행하고 국제사회의 의견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녹취: 박근혜 한국 대통령] “남북 대화와 동질성 회복을 위한 일련의 조치들을 제안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어떤 사전 협의와 통보도 없이 표준시 변경을 발표한 것은 매우 유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은 지난 7일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이 표준시를 빼앗았다며 광복 70주년을 맞는 오는 15일부터 표준시간을 기존의 경도 135도가 아니라 127.5도를 기준으로 정하고 ‘평양시간’으로 부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시간은 기존에 사용하던 시간보다 30분 늦춰지게 됩니다.
표준시란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나라마다 원하는 경도를 표준자오선으로 지정하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이번 조치가 남북 간 이질성을 더 심화시킬 우려가 있고 북한의 독단적 결정에 대해서 국제사회의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남북 분단 고착을 도모하거나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의 길로 빠져들지 말고 민족의 동질성과 연계성 회복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호성 책임연구원은 남북 간 시차는 양측의 관계가 활발해질수록 불편함과 비용을 키울 것이라며 한국 국민들로선 북한에 들어갈 때마다 시간을 조정해야 하는 행동 자체가 이질감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호성 책임연구원/ 한국 표준과학연구원] “남한과 북한이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말 자체도 어떤 부분은 서로 통용이 안 되는 단어들도 있고 특히 컴퓨터에선 자판들도 안 맞고 아무튼 여러 가지 안 맞는 부분을 맞춰가는 노력을 해야 이것이 통일 지향하든 동질성을 회복하든 할 텐데 가장 간단한 시간 조차도 어긋나게 한다는 자체는 오히려 이질성을 추구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책임연구원은 또 이제까지 남북한이 써 온 표준시는 국제 관례와 효율을 따진 결과이지 일제의 잔재라는 주장은 억지라고 반박했습니다.
국제사회가 30분이 아닌 시간 단위로 표준시를 정하고 있고 동경 120도와 135도 사이에 위치한 한반도로선 동쪽의 경도를 기준으로 삼는 게 일광절약 효과가 크기 때문에 135도를 선택해 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