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일본의 스톡홀름 합의가 타결된 지 1년이 됐습니다. 북한은 특별조사위원회까지 설치해 일본인 납치 문제 재조사에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조사 결과를 통보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인 납북자 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고 일본 정부는 대북 압박으로 기우는 분위기 입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인 납북자 가족들은 북-일 스톡홀름 합의가 타결된 지 1년이 지나도록 왜 진전이 없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년을 더 이런 식으로 합의 타결과 불이행이라는 행태를 반복해야 하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납치피해자가족회의 이즈카 시게오 대표는 일본 ‘지지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당초 북한의 재조사를 다시 없는 기회라고 환영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해결의 기미조차 안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족회가 요구한 것은 북한의 재조사 결과 통보가 아니라 납북자들의 귀국이었다며 구체적인 해결책이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북한 특별조사위원회의 납치 문제 재조사가 지난해 7월에 시작된 만큼 1년이 되는 오는 7월까지는 조사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그 때까지는 북한의 재조사에 상응해 일부 해제한 대북 제재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입니다.
일본 정부는 앞서 북한의 특별위원회 설치에 맞춰 대북 송금과 인적 왕래, 인도적 목적의 북한 선박 입항 등에 관한 제재를 완화했었습니다.
그러나 기한이 다가올수록 일본 정부는 대북 압박으로 기울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일본에서 사실상 북한대사관 역할을 해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조총련에 대한 경찰 수사가 그 단적인 예입니다.
일본 경찰은 지난 3월 말 북한산 송이버섯의 불법 수입에 연루된 혐의로 허종만 조총련 의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허 의장의 차남인 허정도 씨를 같은 혐의로 지난 12일 체포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총련 뿐만 아니라 북한 측까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북한은 일본 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조총련 압수수색을 국가주권 침해로 규정하고, 이런 상태에서는 북-일 정부 간 대화도 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상 스톡홀름 합의 파기 가능성을 내비친 겁니다.
[녹취: 허종만 조총련 의장]
허종만 조총련 의장도 일본 경찰이 자신의 차남을 체포한 데는 북-일 관계를 파괴하려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북-일 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허정도 씨 체포에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8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대북 압박 방침에 변함이 없음을 내비쳤습니다.
[녹취: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일본 정부는 북한으로부터 구체적인 움직임을 유도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 가장 효과적인지 끊임없이 검토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집권 자민당은 지난 13일 대북 제재 강화 검토반을 발족시켰습니다.
[녹취: 후루야 게이지, 자민당 납치문제대책본부장]
지난해 9월까지 일본 내각의 납치문제 담당상을 지냈던 후루야 게이지 자민당 납치문제대책본부장은 일본인 납북자들을 되찾기 위한 북한과의 대화를 유도하려면 압력이 필요하다며, 추가 제재를 포함한 대응 방안을 조속히 검토해달라고 작업반에 주문했습니다.
자민당의 대북 제재 강화 검토반은 스톡홀름 합의에 따라 일부 해제된 대북 제재 조치를 부활하는 방안과 함께 새로운 제재 조치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검토반은 북한이 다음달 말까지 납치 문제 재조사 결과를 통보하지 않으면 아베 신조 총리에게 대북 제재 강화를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