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납치 문제에 진전이 없자 일본 정부가 대북 압박에 나서고 있습니다. 조총련 의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조총련 자금 출처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 제재 연장도 곧 각의에서 결정될 예정입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 정부가 최근 들어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오는 31일 각의에서 대북 제재 2년 연장을 최종 결정할 방침입니다. 이미 지난 12일 외무성이 여당인 자민당과의 외교, 경제, 산업 관련 당정합동회의에서 이 같은 방침을 설명하고 정치적인 조율도 끝낸 상태입니다.
이와 함께 아베 신조 총리는 다음달 3일 납치피해자가족회와 만나는 방향으로 일정을 조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가족회는 일본인 납치 피해자에 대한 북한의 재조사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면서 일본 정부가 시한을 정해 놓고 대북 제재를 더 강화할 것을 촉구해 왔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가족회와의 면담에서 대북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일본 내 대북 압박 기류는 재일조선인총연합회, 조총련 간부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에서도 드러났다는 지적입니다.
일본 경찰은 지난 26일 북한산 송이버섯의 불법 수입에 연루된 혐의로 허종만 조총련 의장과 남승의 부의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습니다.
또 북한산 송이버섯을 밀수한 무역회사 ‘도호’의 사장 이동철 씨를 전격 체포했습니다. 이 씨는 과거 조총련 자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인물입니다.
일본에서 사실상 북한대사관 역할을 하고 있는 조총련 측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녹취: 허종만 조총련 의장]
허종만 조총련 의장은 일본인 납치 피해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때 일본 정부가 폭거를 자행했다며, 앞으로 북-일 관계 악화는 전적으로 일본 정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조총련은 별도의 성명을 통해 이번 일은 일본 정부와 총리관저의 관여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조총련의 반발을 일축한 채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녹취: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압수수색이 납치 문제 재조사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북한이 조사를 조속히 실시하고 정직하게 결과를 통고할 것을 강하게 촉구하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일본 정부의 대북 압박 기조는 조총련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입니다. 일본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조총련 중앙본부의 매매 실태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입니다.
조총련 본부 건물과 토지가 경매로 팔린 뒤 부동산업체 사이에서 매매되는 과정에서 조총련의 은닉 자산이 확인되면 조총련에 대한 채권을 지닌 정리회수기구 (RCC)가 돈을 받아내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이달 말 개최될 것으로 알려졌던 북-일 양국의 정부 간 공식 협의도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양측이 중국에서 만나 일본인 납북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었습니다.
북한과 일본은 지난해 7월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한 협상을 타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은 대북 송금과 인적 왕래, 인도적 목적의 북한 선박 입항 등에 관한 제재를 일부 완화했고, 북한은 납치문제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했지만 아직까지 일본 측에 1차 조사 결과 통보도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당초 특별조사위원회의 1차 조사 결과 통보는 지난해 9월로 예정됐었지만 조사 내용과 대북 제재 추가 해제에 관한 북-일 양국의 입장 차이 때문에 계속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재조사 기간을 최장 1년 정도로 보고 있기 때문에 올 여름까지 북한이 조사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