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한국 통일부 장관은 오늘(19일) 설 명절을 맞아 북한이 지금이라도 이산가족과 국군포로, 납북자 가족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고 당국 간 대화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원색적인 비난에 나섰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류길재 한국 통일부 장관은 19일 북한이 지금이라도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당국 간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류 장관은 파주 임진각에서 열린 망향 경모제에서 황부기 차관이 대신 읽은 격려사를 통해 이산가족과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는 남북관계를 떠나 천륜의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류 장관은 이와 함께 이산가족과 국군포로, 납북자 모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도 거듭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하고 생사 확인과 최소한 가족 간의 편지 교환이라도 가능하도록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이산가족 영상편지 제작과 유전정보 보관 사업도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습니다.
류 장관은 북한에 장기간 억류 중인 김정욱 선교사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속히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분단 70년을 광복 70주년의 희망으로 승화시켜야 하는 시대적 사명을 깨달아야 한다며, 남북의 의지와 노력으로 한반도에서 봄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박근혜 한국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원색적인 비난에 나섰습니다.
지난 16일 올해 첫 통일준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며 북한이 고립에서 벗어나 개혁과 대화의 길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박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은 겁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정치적 도발이라며 대화를 얘기하던 박 대통령이 끝내 대결 본색을 드러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경망스러운 못된 입질’, ‘남북관계의 암초’ 등의 표현을 써가며 박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북한이 한국 정부의 대화 제의에 두 달 가까이 응하지 않으면서, 이처럼 대남 비난 수위를 높이는 것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강하게 압박하며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북한은 (자신들의 내부 수요에 따라) 정상회담까지 파격적으로 언급하며 남북관계를 개선하자는 입장이에요. 5.24 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이산가족 상봉 등을 계기로 받고 싶은 거죠. 반면 우리는 미국의 입장 등을 감안해 북한에 파격적으로 주기가 어려운 상황이죠.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통준위에서 ‘통일’ 얘기를 하니 이를 빌미로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의 대화에 나오라고 압박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말 통일준비위원회 명의로 당국 간 대화를 제의하면서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자고 북한에 밝혔지만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은 채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대남 비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