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대북 제재는 실효성 보다는 추가 사이버 공격에 대한 상징적 경고로 볼 수 있다고 미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테러지원국 재지정과 강력한 금융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퍼시픽 포럼의 랄프코사 소장은 5일 ‘VOA’에 미 정부의 새 대북제재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재 대상 기관들이 이미 기존의 제재 명단에 있는데다 북한 정권은 이런 제재에 익숙해져 있어 피할 길을 알고 있다는 겁니다.
코사 소장은 그러나 새 제재가 김정은 정권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코사 소장] “I think it’s important for the Obama administration to at least symbolically…”
미국은 사이버 공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는 겁니다.
바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일 미 소니 영화사에 대한 북한의 해킹 사건과 관련해 추가 대북 제재를 담은 새 행정명령을 승인했습니다. 제재 대상에는 북한의 정찰총국 등 기관과 단체 3 곳과 관련자 10명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에 대한 미국 내 모든 금융 거래가 차단됩니다.
해킹이란 남의 컴퓨터에 무단 침입해 정보를 빼내거나 교란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워싱턴의 많은 전문가들은 코사 소장처럼 이번 제재의 실효성을 적게 보고 있습니다.
기존의 다양한 대북 제재가 북한 정권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데다 외국에 은행 계좌를 갖고 있는 북한의 고위 관리들도 극소수이기 때문에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분석입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 일부 인사들은 김정은 정권이 오히려 제재를 빌미로 경제 문제를 미국 탓으로 돌리며 주민들에게 반미 정신을 고취하는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김정은 정권의 도발과 불법 활동을 차단하며 실질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소인 헤리티지 재단의 부르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5일 ‘VOA’에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가장 제재를 많이 받는 나라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It is not simply true. US imposes stronger targeted financial measures and sanctions on other countries. Iran, Burma…”
이란과 미얀마, 시리아, 아프리카의 짐바브웨 등은 북한보다 더 심각한 금융 제재를 받고 있는 만큼 미국이 실질적인 대북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겁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번 제재가 첫 번째 조치에 불과하다는 백악관의 언급을 지적하며 보다 강력한 제재가 검토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Some other steps can be taken…”
테러지원국 재지정, 북한정권의 돈세탁에 대한 강력한 금융 제재, 미 정부가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짐바브웨와 콩고지도자들에게 부과한 제재를 북한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로버트 메넨데즈 미 상원 외교위원장과 미 대선 공화당 후보를 지낸 존 매케인 의원 등 일부 의회 중진들은 소니 영화사에 대한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파괴적인 전쟁행위라며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재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퍼시픽 포럼의 코사 소장은 과거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BDA) 은행의 북한 계좌를 동결해 효과를 거뒀던 금융 제재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금융 제재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내 기업과 은행에 타격을 입혀 미-중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신중하게 제기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입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번 대북 제재가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응 조치인 만큼 남북 관계 개선 움직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과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 석좌 등은 오히려 북한 지도자가 신년사에서 기존의 자세와 전제조건을 바꾸지 않은 만큼 남북 관계 개선 가능성은 보다 신중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