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윤병세 한국 외교장관을 만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열린 고위급 인권회의에 참석하겠다는 북한의 요청을 거부한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수용 외무상은 유엔총회 기간 윤병세 한국 외교장관을 만날 의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는 앞서 ‘VOA’가 리수용 외무상 앞으로 보낸 서면질의에 대해 “(만남을) 제기 받은 적도 없고 설사 제기된다 해도 윤 장관의 행동을 보아 만날 생각이 없다”는 리 외무상 명의의 답변을 26일 보내왔습니다.
앞서 윤 장관이 25일 “유엔총회 기간 중 북한 외무상과의 만남이 아직 열려 있다”고 말한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한 겁니다.
리 외무상은 무엇보다 지난 23일 뉴욕에서 열린 북한인권 고위급 회의에 대한 북한의 참석 요청에 한국이 거부 의사를 밝힌 데 크게 반발했습니다.
자신이 북한의 인권 문제를 논의한다는 회의에 참가하겠다고 했지만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이를 거절했고, 윤 장관 역시 참가시키자는 말을 하지 않은 것은 “비겁한 처사”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면서 “어떤 문제를 논의할 때 당사자를 참가시키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도리이며 투명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리 외무상은 이어 이번 인권회의를 “정치적으로 허위와 모략극”으로 표현하면서, 북한 대표 참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윤병세 장관과 할 말이 없고, 찾아와도 만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 같은 “새로운 모략이 응당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윤 장관은 25일 기자들과 만나 “유엔총회 일정이 너무 빡빡한 상황이고 북한 대표단이 정확히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 수 없기도 해서, 접점이 잘 찾아지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런 다자회의에서 만나는 것이 서로 편하지 않겠느냐며, 리 외무상과 만날 수만 있다면 양측의 상호 관심사에 대해 얘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한국, 일본의 외교 수장은 지난 23일 사상 처음 열린 북한인권 관련 고위급 국제회의에서 북한의 인권 개선을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회의를 직접 주재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북한에서 인권 침해가 광범위하게 조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특히 정치범 수용소 폐지를 강조했습니다.
한편 리 외무상은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 고위급 회담, 미-북 관계 개선 가능성, 북한의 미국인 억류 문제, 러시아 방문 일정 등에 대한 입장을 묻는 ‘VOA’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