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2년 가까이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에게 대통령급 인사의 방북이 필요하다고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측이 미국 특사의 ‘급’을 전직 대통령 수준으로 적시했던 게 알려진 건 처음입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케네스 배 씨에게 대통령급 미 특사가 방북해야 석방이 가능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배 씨의 어머니 배명희 씨가 밝혔습니다.
배 씨는 1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아들이 지난해 6월 보낸 편지와 전화 등을 통해 몇 차례 그런 사실을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측이 케네스 배 씨에게 이런 의사를 전달한 지는 1년이 훨씬 넘었지만, 북한은 이후에도 케네스 배 씨에게 고위급 특사 방북의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다고 배명희 씨는 전했습니다.
북한이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의 방북 초청을 두 번 연속 취소하고, 다른 특사 후보를 거론하는 국무부의 제안에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최고위급 특사를 원한다는 속내를 간접적으로 드러내 온 것으로 풀이됩니다.
배명희 씨에 따르면 북한 당국자는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은 케네스 배 씨의 “범죄 행위”가 앞서 2009년 12년형을 받은 미국 여기자들의 혐의보다 위중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당시 여기자들 석방을 위해 방북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맞먹는 지위의 인사가 찾아와야 배 씨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북한 당국자의 논리였다는 겁니다.
케네스 배 씨는 또 편지에서 2009년 당시에도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위태로웠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억류 여기자들의 귀환이 가능했다며 사실상 북한 당국이 전직 대통령을 특사로 원한다는 것을 암시했습니다.
배명희 씨는 다만 북한 당국이 아들에게 “대통령급”이라는 조건을 항상 언급한 게 아니어서 특사의 지위나 지명도와 관련한 북한 측의 입장이 이후 변했는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일 미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등 최고위급 특사를 원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이 광범위한 조처를 해왔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