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반도의 핵무기 존재를 반대한다며 북 핵 반대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시 주석은 또 과거사 문제 등으로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일본에 대한 한-중 두 나라의 공동 대응 필요성도 우회적으로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4일 서울대에서 학생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특별강연을 가졌습니다.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에서 국회가 아닌 대학에서 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한반도의 핵무기 존재를 반대한다고 밝혀 사실상 북한 핵에 대한 반대 입장을 거듭 천명했습니다.
[녹취: 시진핑 주석]
시 주석은 한반도 핵무기의 존재를 반대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핵 문제 등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시 주석은 또 남북한 관계가 개선되길 희망하고 한반도의 자주적 평화통일이 실현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시 주석은 특히 한-중 두 나라 관계가 역사적으로 고난을 함께 해 온 이웃이었다며 최근 과거사와 집단자위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을 겨냥해 두 나라의 공동 대응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밝혔습니다.
시 주석은 400년 전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때 두 나라 국민은 적개심을 갖고 함께 전쟁터로 향했다고 상기했습니다.
또 20세기 초 일본 군국주의가 야만적인 침략을 해 한반도를 병합하고 중국 영토의 절반을 강점했다며, 최근 일본의 역사 부정 움직임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습니다.
[녹취: 시진핑 주석]
시 주석은 역사상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마다 두 나라가 항상 도우며 난관과 고통을 함께 극복했다고 말했습니다.
시 주석은 또 지장보살과 통일신라 말기 당나라에 유학을 갔던 최치원,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한 김구 선생, 중국 인민해방군가를 만든 작곡가 정율성 선생 등을 일일이 거명하면서 두 나라가 수 천 년에 걸쳐 누구보다 두터운 정을 쌓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대외정책과 관련해 시 주석은 일각에선 중국이 발전하면 위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중국을 무서운 악마로 묘사하기도 하지만 진리는 이런 유언비어 때문에 변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시 주석은 중국은 21세기는 협력의 세기로 다른 국가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대가로 대국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중 두 나라 관계에 대해선 마치 한층 더 높은 누각에 오른 것 같은 좋은 관계라며 국제질서의 새 정세를 맞이해 함께 발전하고 지역 평화에 기여하는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을 시작하면서 ‘안녕하십니까’라고, 그리고 연설을 끝마치면선 ‘대한민국 사랑합니다’라고 한국 말로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와 환호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시 주석은 서울대 강연에 앞서 한국 국회를 찾아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났습니다.
정 의장은 시 주석에게 공동 교과서 편찬을 위한 한-중-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 설치를 제안했고 시 주석도 세 나라의 정확한 역사를 세우는데 적극적 역할이 기대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시 주석은 또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서울의 가구박물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초대한 특별오찬에 참석해 환담을 나눴습니다.
시 주석은 이후 박 대통령과 함께 한-중 경제통상협력 포럼에 참석해 두 나라 경제인 4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시 주석은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과 LG전시관을 둘러보고 중국 동포간담회에 참석한 뒤 1박2일의 한국 국빈방문 일정을 마무리 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