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 연방 대법원이 새로운 회기에 돌입합니다. 이번 회기에서는 투표권과 소수계 우대정책, 동성애 등 주요 사회적 쟁점을 다루게 될 예정입니다.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이 의회에 서한을 보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일부 기록이 여전히 누락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미 육군이 2022 회계연도 목표 모병 인원 모집에 실패했다는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미 연방 대법원의 새로운 회기가 시작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연방 대법원이 10월 3일 새 회기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회기, 연방 대법원은 여성의 보편적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하며 미국 내 낙태 논쟁의 불을 다시 지폈는데요. 이번 회기에도 대법원은 투표권, 인종 차별, 성소수자 관련 등 이념적 성향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주요 쟁점을 다룰 예정입니다.
진행자) 연방 대법원이 이번 회기에 또 새 식구를 맞이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이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으로서 새로운 임기를 시작합니다. 잭슨 대법관은 진보 성향인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이 퇴임을 밝힌 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후임자로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대법원의 이념적 구도는 ‘보수 6대 진보 3’의 기존 구도에서 변화가 없습니다.
진행자) 지난 회기를 보면, 주요 사안에서 6대3 결정이 많았던 것 같거든요?
기자) 맞습니다. 지난 6월, 연방 대법원은 임신 15주 이후 임신 중단을 전면 금지한 미시시피주법에 대해 6대 3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결정으로 50년 가까이 미국 여성들의 낙태권을 보장하는 근거가 된 ‘로 대 웨이드’ 판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고요. 또 정당방위를 위해 집 밖에서 권총을 휴대할 권리 인정을 비롯해 6대 3 판결이 여러 건 있었습니다.
진행자) 잭슨 대법관이 합류해도 이념적 구도에는 변화가 없으니까, 이번 회기에도 전 회기와 비슷한 결과가 나올까요?
기자) 법률 전문가들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사례가 보수 다수 의견으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지타운 법률전문대학원의 어빙 곤스타인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지난 회기에도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브렛 캐버노 대법관의 경우 진보 성향 대법관들에 합류해 진보 5대 보수 4의 결정이 나온 사례가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대법원이 이번 회기에 다룰 사안들을 구체적으로 좀 알아볼까요?
기자) 대법원에는 매년 7천 건이 넘는 청원이 올라오는데요. 대법원은 이번 회기에는 27건의 소송을 검토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가장 쟁점이 되는 사례를 보면 우선, 투표권법과 관련한 심리가 두 건 예정돼 있는데요. 앞으로 선거가 진행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진행자) 투표권법 관련 두 가지 사례, 자세한 내용을 볼까요?
기자) 네, 첫 번째 사례는 앨라배마주 의회의 선거구 조정 계획과 관련이 있습니다. 유권자 단체들은 지난 2020년 센서스 인구조사 이후, 공화당이 장악한 주 의회가 선거구를 조정하면서 주 내 흑인 유권자들을 하나의 선거구에 몰아넣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앨라배마주의 이런 선거구 재획정이 투표권법이 보장한 차별적인 투표 관행 금지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앞서 항소법원은 앨라배마주의 선거구 재획정이 투표권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하면서 선거구를 다시 짜도록 명령했는데요. 하지만 연방 대법원은 선거구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면서 이번 회기에 해당 사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투표권과 관련한 또 다른 사례는 뭔가요?
기자) 역시나 선거구 재획정 관련입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의회가 2020년 인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연방 하원 의석을 추가로 확보한 후, 공화당 후보들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선거구를 획정했다며 투표권 운동가들이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대법원은 새 선거구가 주 헌법에 위반된다며 선거구를 다시 짜도록 주문했는데요. 하지만, 연방 대법원이 바뀐 선거구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면서, 해당 사안을 이번 회기에 들여다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선거구 획정 외에 또 어떤 사안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까?
기자) 인종차별 철폐 조처에 대해서도 대법원이 다루게 됩니다. 하버드대학과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이 대학 입학 전형에 적용하는 ‘소수계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이 불합리하다며 제기된 소송 두 건을 다룰 예정인데요. 소수계 우대 정책은 대학 입시나 직장 채용 등에 있어 소수 인종이나 사회적 소수자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입니다. 주로 흑인이나 중남미계가 우대 대상인데요. 하지만 소수계 우대 정책 때문에 아시아계 학생들이 낮은 점수를 받으면서 아시아계와 백인들이 오히려 입학에 차별을 받게 됐다며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A: Students for Fair Admissions)’이란 단체가 이 대학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진행자) 하급심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왔습니까?
기자) 두 사례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현재 대법원이 6대3, 보수 성향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하급법원의 결정과는 다른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6년, 백인 여학생이 소수계 우대 정책으로 입학하지 못했다며 텍사스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4 대 3으로 소수계 우대정책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바 있는데요. 하지만 기존 판례가 이번에 뒤집힐 수도 있는 겁니다.
진행자)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소송은 어떤 겁니까?
기자) ‘종교적 신념에 따라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느냐’ 라는 문제가 또 대법원에 올라갔습니다. 콜로라도주의 한 컴퓨터 그래픽 회사의 경영자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 커플에게 결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소송이 제기된 겁니다.
진행자) 연방 대법원은 몇 년 전에도 비슷한 사안을 다루지 않았나요?
기자) 맞습니다. 지난 2018년에 동성 커플에게 피로연 케이크를 만들어주길 거부한 제빵사를 대상으로 한 소송을 다룬 바 있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제빵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제빵사가 헌법의 명시된 종교의 자유를 보호받을 권리는 있다고 밝히면서도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었습니다.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동성애 차별금지법 등 여러 가지 사안이 얽힌 소송을 대법원이 이번에는 어떻게 풀어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부 기록물 논란과 관련해 새로운 소식이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백악관 직원들의 이메일 등 전자 통신 내용 다수가 2년째 누락된 상태라고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이 밝혔습니다.
진행자) 해당 내용이 어떻게 해서 공개된 겁니까?
기자)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이 지난달 30일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데브라 슈타이델 월 NARA 권한대행은 민주당 소속인 캐럴린 멀로니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관리청 직원들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특정 신원 미상의 백악관 관리들 간의 전자 통신은 여전히 찾을 수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절대적인 책임을 입증하는 쉬운 방법은 없지만, 우리가 확보해야 할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건 알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NARA에 넘기지 않은 문건이 아직도 있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서한은 이어 NARA가 앞으로 “불법적으로 제거된 기록물”을 복구하는 방안에 대해서 연방 법무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NARA가 트럼프 전 행정부 관리들의 메시지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건 공식 경로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메시지가 오갔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관리들이 정부 계정이 아닌 비공식 전자 메시지 계정을 사용한 사실은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기록법은 이런 기록도 정부 재산으로 반드시 보존되어야 하며, 해당 메시지를 정부 계정에 복사하거나 정부 계정으로 재전송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선 정부 기관들이 쓰는 이메일 도메인이 있다고요?
기자) 네, 정부 도메인 주소로 오간 이메일은 모두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게 되는데요. 철저한 보안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공무원이 개일 이메일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할 경우 민감한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보니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NARA는 서한에서, 일부 전직 관리들로부터 개인 계정을 통한 기록을 입수하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기록이 남아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전직 관료 중에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해 문제가 된 경우도 있습니까?
기자) 네, 연방 법무부는 지난 8월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해 공무를 수행했고, 연방 기관에 기록을 제대로 남기지도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무부는 소송을 통해 나바로 전 국장이 백악관 재임 기간의 이메일을 제출하도록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NARA가 왜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에 이런 서한을 보낸 걸까요?
기자) 해당 위원회가 백악관의 모든 문서를 보존하도록 요구하는 대통령기록법을 관할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지난 8월 미 연방수사국(FBI)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자택을 압수 수색해 기밀 문건 100건 이상을 포함해 총 1만 이상의 정부 관련 문서를 압수했는데요. 멀로니 의원을 비롯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압수 문건에 대한 브리핑을 NARA에 요구했지만, 법무부의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관련 브리핑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부 기록물과 관련해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모든 정부 기록물이 반환됐다고 법원에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NARA 측이 여전히 돌려받아야 할 내용이 더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예상됩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 육군이 2022년도 모병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육군은 2022 회계연도에서 목표로 한 모병 인원을 다 채우지 못했다고 확인했습니다. 육군은 당초 2022 회계연도에 6만 명을 모집한다는 계획이었는데요. 실제로는 목표에서 1만5천 명, 다시 말해 약 25% 부족한 4만5천 명을 모집하는 데 그쳤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 대해서 육군은 어떤 입장을 밝혔나요?
기자) 크리스틴 워머스 미 육군장관은 2022 회계연도는 모병제가 시작된 이후 모집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은 해라고 밝혔습니다. 워머스 장관은 또 육군은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국가 안보 요건을 모두 충족시킬 것이라며, 만약 병력 모집의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방위군이나 예비군을 동원해 현역 병력을 보강하거나, 군 구조를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육군 이외에 다른 군의 상황은 어땠나요?
기자) 육군 외 해군과 공군, 해병 등 다른 군은 모두 목표 인원을 채우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군도 역시 모병에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이번 2023 회계연도에는 육군과 마찬가지로 다른 군도 목표한 인원수를 모집하는 데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어째서 그렇죠?
기자) 통상 각 군은 새로운 회계연도 시작과 동시에 상당 부분 모집에 성공합니다. 가령, 해병의 경우를 보면 과거엔 새 회계연도 시작 직후, 목표 인원의 최대 50%까지 미리 모집하곤 했는데요. 2023 회계연도의 경우에는 30% 모집에 그쳤습니다. 공군과 해군도 2023 회계연도 시작점에서 목표 인원의 10% 모집에 그친 상황입니다. 공군은 보통 25%를 확보한 상황에서 새 회계연도를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과거 수치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각 군이 병력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죠?
기자)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란 분석입니다. 그중에서도 먼저 경제 상황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군에 입대할 수 있는 젊은 연령층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 기업과 군이 서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입니다. 근로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민간 기업은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요. ‘AP’통신은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의 예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통신은 맥도날드에서는 일할 사람을 뽑기 위해 학자금 혜택을 비롯한 각종 비현금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군이 이렇게 민간 부문과 모집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병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3.7%대로 매우 낮은 수준인데요. 미 국방부가 발행하는 군사 신문 ‘스타앤드스트라이프스’는 최근 보도에서 전통적으로 실업률이 낮을 때, 군은 모병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모병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군에서는 입대자에 대한 보너스 지급을 늘리고 있다고 하죠?
기자) 맞습니다. 각 군은 입대 자원에 대한 보너스 지급을 늘리고 있습니다. 공군은 신규 입대 자원에 지급할 보너스 금액을 4천만 달러 가까이로 늘렸고요. 해군은 지난 8월 발표에서 입대 시 최대 6만 5천 달러의 학자금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군 병력 모집에 난항을 겪는 이유로 경제적 부분 외에 다른 어떤 요인이 있나요?
기자) 군 복무에 적합한 인원이 줄어든 것도 군이 병력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요인입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입대가 가능한 미국인 가운데 약 71%가 입대에 적합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대부분 사유가 비만이나 학업 수준 미달, 혹은 범죄 기록, 약물 사용 등인데요. 이에 육군과 해군은 기존에는 눈에 보이는 신체 부분에 문신이 있으면 입대를 제한했지만, 이 같은 지침을 완화하는 조처를 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군 입대에 대한 인식이 약해진 부분 역시 지적되고 있다고 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AP’ 통신은 지난 2001년에 발생한 9.11 사태로 인해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애국심이 번지면서 많은 이들이 군에 입대했지만, 이제 이런 애국심이 흐려졌다고 전했습니다. 통신은 그러면서 일부는 이제 주위에 전쟁이나 테러 등이 더 이상 없다고 느껴 다른 곳에 관심을 둘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정치권에선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입대 병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군의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는데요. 최근에 있던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커스틴 질리브랜드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은 군이 틀에서 벗어나 생각해 새로운 경력 진로를 만들고, 혁신적인 급여와 인센티브 구조를 제안하며, 일부 군 역량을 민간에서 맡는 방안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