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일은 유엔이 정한 ‘국제 지뢰 인식과 제거 활동 지원의 날’입니다. 국제사회의 꾸준한 노력으로 한때 1억 개를 넘는 걸로 추정됐던 전 세계의 지뢰수는 대폭 줄었지만, 한반도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는 아직 지뢰 제거가 요원한 문제로 남아있습니다. 김시영 기자입니다.
유엔은 지난 2005년 총회 결의를 통해 매년 4월4일을 ‘국제 지뢰 인식과 제거 활동 지원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지뢰로 인해 인간의 안전과 건강이 위협받는 일을 줄이고, 사회 경제적 발전에 장애가 되는 지뢰를 제거하는 데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민간기구 ‘국제지뢰금지운동(ICBL)’에 따르면, 지뢰로부터 안전한 나라는 프랑스, 독일, 네팔, 알제리 등 40여개 국에 불과합니다.
2018년 현재 지뢰 매설 면적이 100제곱km 이상인 국가가 보스이나-헤르체고비나, 이라크, 예맨 등 14개국입니다.
특히 한반도에는 약 200만 발의 지뢰가 매설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단위 면적당 매설 지뢰 개수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여기에는 한국전쟁을 전후해 미군과 한국군, 중공군 등이 매설한 지뢰가 포함돼 있습니다.
특히 지뢰의 수량, 종류, 매설 위치 등을 기록한 지뢰 지도를 분실하거나 작성하지 않은 ‘미확인지뢰지대’가 매설된 지역이 97제곱km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사령부 작전참모를 지난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3일 VOA와의 통화에서, 100만 개 이상의 지뢰가 한국전쟁 이후 비무장지대에 남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연구원]“1 million landmines that are left over from the Korean War, that are in the DMZ. There is a huge amount of landmines for the Korean War.”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북한 상비군이 한국군과 미군의 숫자를 압도한다며, 지뢰는 이러한 북한 침략으로부터의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지뢰로 인한 인명 피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지뢰제거연구소’는 한국전쟁 뒤 지뢰 사고로 발생한 민간인 사망자와 장애인이 2천여 명에 달하고, 군인을 포함하면 1만여 명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1990년 8월 강원도 양구 동부전선 땅굴 현장을 방문했던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3일 VOA에, 당시 작업로를 개척하던 인부 3명이 지뢰가 터져 목숨을 잃었던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반도 비무장지대에 매설된 40년 이상 된 지뢰 일부가 아직도 작동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예기치 않은 피해를 일으키는 대인지뢰를 제거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은 꾸준히 지속돼 왔습니다.
‘대인 지뢰의 사용, 비축, 생산, 이전의 금지 및 파괴에 관한 협약’으로 알려진 ‘오타와 협약’은 1997년 유엔에서 채택됐고, 164개국이 비준했습니다.
이를 통해 1999년 말 당시 1억 6천만 개로 추정되던 대인지뢰는 2017년 말 현재 약 5천만 개까지 줄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4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DMZ에 매설된 지뢰 제거에 국제사회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비무장지대에는 약 38만 발의 대인지뢰가 매설돼 있는데, 한국군 단독으로는 15년이 걸릴 걸로 예상합니다. 유엔 지뢰행동조직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은 지뢰제거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보장할 뿐 아니라, 비무장지대를 단숨에 국제협력지대로 만들 것입니다.”
현재 지뢰 제거 작업은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팔레스타인, 콜롬비아 등 전 세계 19개국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북한 역시 2018년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군사 분야 합의에서 비무장지대 내 지뢰 제거를 약속했습니다.
이어 같은 해 10월부터 약 한 달 동안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DMZ와 철원 DMZ 일대에서 지뢰 제거 작업이 실시됐습니다.
하지만, 남북 공동 지뢰제거 작업은 이후 이렇다 할 진전 없이 사실상 답보 상태에 있습니다.
VOA뉴스 김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