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이 이스라엘의 방공시스템과 유사한 ‘한국형 아이언돔’ 개발에 나서면서 북한 장사정포 위협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은 21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기보다 양적, 질적으로 우월한 북한의 로켓을 아이언돔으로 제압하기 위해선 발사 원점을 파괴할 수 있는 공격력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윌리엄스 부국장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한국의 아이언돔 개발 계획엔 ‘한국은 이스라엘과 다르고 북한도 하마스가 아니다’라는 반론이 따라다닙니다.
윌리엄스) 물론 북한은 하마스가 아닙니다만, 한반도 상황엔 유사점도 있습니다. 중동에서 사용되는 것과 비슷한 수많은 단거리 포와 로켓들로부터 서울이 매우 가까운 곳에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은 불법 무장 단체가 아니라 정식 군대를 상대한다는 차이점은 있지만, (북한의) 무기 체계가 아이언돔의 요격 대상인 단거리 포와 로켓이라는 건 공통점입니다.
기자) 한국은 지금까진 북한의 장사정포 자체를 화력으로 무력화하는 방식에 집중해 왔는데, 아이언돔이라는 방패를 추가하는 게 더 효율적인가요?
윌리엄스) 한반도의 미사일방어체계인 패트리엇,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 이지스함 등은 훨씬 높은 고도에서 날아오는 대형 탄도미사일을 상대합니다. 이들 시스템은 규모가 작은 모든 발사체에 대응하기에 적합하지 않고, 그렇게 하기엔 비용면에서도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한반도 방어층의 맨 아래 단계에 공백이 생깁니다. 이 최하층 구멍을 메우는 아이언돔은 ‘C-RAM(Counter Rocket, Artillery, and Mortar)’, 즉 로켓탄과 야포 폭탄, 박격포탄을 요격하는 대공 방어 시스템의 일부입니다. C-RAM 시스템에는 순항미사일 등에 대한 요격용으로 미 해군에서 사용하다 육군에도 도입된 팔랑스(Phalanx) 근접방어체계도 포함됩니다.
기자)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은 비행 속도가 느린 박격포탄이나 카삼 로켓 등을 주로 상대했지만, 북한 장사정포는 크기도 작고 1시간에 1만6천 발을 퍼부을 수 있어 아이언돔으로 잡기 어렵다는 지적에 동의하십니까?
윌리엄스) 카삼 로켓 공격이 가장 흔하게 이뤄진 건 맞지만, 아이언돔은 카삼 외에도 파지르(Fajr), 카투사(katyusha)와 같은 실제 군사용 로켓포를 요격하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이란 등에서 도입된 이런 무기는 가자지구 내에서 제조된 조잡한 카삼 로켓과 달리 북한이 배치한 로켓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아이언돔 시스템 자체는 북한의 로켓 공격을 막기 어렵다고 보지 않습니다. 북한의 포탄 역시 로켓보다 크기가 그렇게 작지 않고, 모양도 더 넓적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요격이 더 쉬울 수도 있습니다. 속도가 로켓보다 더 빠르지도 않고 포물선 궤도를 그리며 날아온다는 점도 요격이 수월한 이유이고요. 하지만, 문제는 북한의 경우 하마스보다 발사 가능한 포와 로켓 수가 훨씬 많다는 점입니다. 짧은 순간에 수백 발 혹은 수천 발씩 발사할 수 있다는 건데, 이렇게 수적으로 우세하면 C-RAM 시스템을 쉽게 압도할 수 있습니다.
기자)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맞서며 누렸던 방어상의 이점을 한국은 가질 수 없다는 뜻이군요.
윌리엄스) 가자 지구는 면적이 작고 엄청난 감시와 압박을 받고 있어 한 번에 수백 발, 수천 발씩 발사하는 대규모 기습공격을 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이스라엘에 대한) 가장 최근 공격에선 발사 규모가 더 커지긴 했지만, 가자 지구는 현재 처한 상황과 압박 수위를 고려할 때 한 번에 엄청난 공격을 퍼부을 형편이 못 됩니다. 로켓을 발사한 뒤 이스라엘의 드론 보복을 피하고자 재빨리 숨는 방식을 되풀이하기 때문에, 이스라엘로선 한 번에 너무 많은 로켓을 요격해야 하는 상황은 아닌 거죠. 하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북한으로부터 엄청난 규모의 발사가 순식간에 뒤따를 겁니다. 따라서 그 정도의 ‘양’을 C-RAM 시스템으로 막아낼 수 있는지가 문제로 남아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자) ‘한국형 아이언돔’이 난공불락의 방패는 아니지만 적어도 주요 군사시설이나 대도시의 인구 밀집 지역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역할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윌리엄스) 보다 광범위한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의 운용 방식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가령 패트리엇이나 사드와 같은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도 그것만 가지고는 북한이 한국에 발사하는 모든 발사체를 요격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어체계를 공격용 무기와 혼합하면 북한의 발사 자체를 일부 억누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방어체계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요격 성공률을 높이는 겁니다. 한국의 C-RAM 시스템도 이런 식으로 운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북한의 화포 공격에 오랫동안 취약한 상태였고, 특히 서울은 이미 북한의 핵 개발 이전부터 지금까지 ‘전략적 인질’이 돼 왔습니다. 따라서 날아오는 로켓을 요격하는 데서 더 나아가 발사 원점과 무기를 신속히 포착해 파괴함으로써 아이언돔이 (하마스) 로켓 수량에 압도당하지 않게 한 이스라엘의 전략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한국의 방어 시스템에도 이런 역량을 추가하는 것이 매우 유용할 겁니다.
기자) 아이언돔으로 방어하는 동시에 대화력전을 펼치려면 북한 장사정포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관건인데요. 위기 상황에서 그 과정이 얼마나 순조로울지 모르겠네요.
윌리엄스) 생각만큼 어렵지 않습니다. 북한 장사정포는 밀집 배치돼 있어 이미 집중적 감시가 이뤄져 왔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의 국방 정보 당국은 무기 위치를 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겁니다. 따라서 서울을 공격하는 북한 장사정포를 솎아내 발사 자체를 억누르는 공격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우리는 이라크전 ‘사막의 폭풍’ 작전을 비롯해 지난 50년간 전쟁 수행 과정에서 화포를 파괴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보여줬습니다.
기자) 북한의 발사 전에 아예 장사정포 자체를 제압해 버리면 될 텐데 그런 예민한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겠죠?
윌리엄스) 그렇게 선제공격을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북한의 모든 발사를 다 막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전쟁이 발발해 장사정포가 서울로 날아오기 시작하면 C-RAM 시스템을 통해 민간인 밀집 지역과 군사·정치·지휘통제 관련 시설의 피해를 최대한 오랫동안 최소화하는 한편 곧바로 공격 작전을 통해 북한의 장사정포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북한 미사일 발사를 모두 허용하면서 방어체계만 가동하는 방식에 갇혀있어선 안 됩니다. 방어 이상의 무엇인가가 필요하고, 잘 조율된 공격 작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렇게 해야 북한이 한국에 대해 가진 지렛대와 북한의 ‘화살통’에 들어 있는 무기를 줄이는 커다란 군사적·전략적 이점을 누릴 수 있습니다.
기자) ‘잘 조율된 공격 작전’을 위해 한국형 아이언돔을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와 통합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보시나요?
윌리엄스) 미국도 아이언돔 포대 2개를 도입했습니다만, 애초에 ‘통합’ 문제 때문에 도입을 다소 꺼렸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이언돔을 이스라엘에서 사들이는 게 아니라 C-RAM 구축의 일환으로 직접 개발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방공 시스템과의 통합 문제는 아이언돔의 개발 방식에 달려 있습니다. 패트리엇 미사일을 운용하고 있는 한국으로선 상호 운용할 수 있는 아이언돔을 개발하려는 욕구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C-RAM 시스템을 패트리엇 등과 연계하는 건 최상의 계획은 아닙니다. 가령 북한의 장사정포를 요격하려면 한 번에 수많은 발사에 대처할 수 있도록, 여기에 특화된 별도의 레이더와 발사 통제 요건을 갖추는 것이 낫습니다. 괜히 패트리엇이나 사드 시스템 등과 연동해 역량을 분리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저는 아이언돔을 더 높은 체계의 미사일 방어망과 통합 운용하는 이점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미사일방어체계의 임무가 너무 여러 갈래로 나뉘면 효력이 떨어집니다.
기자) 근본적인 문제입니다만, 북한의 장사정포가 단시간 내에 서울을 초토화할 것이라는 전망은 과장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일리가 있는 주장입니까?
윌리엄스) 저는 상당히 심각한 위협이라고 봅니다. 북한의 많은 장사정포가 구식이고 정확도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 규모만으로도 압도적입니다. 따라서 위협을 과소평가하는 분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북한의 이런 능력은 어떤 면에선 세계가 북한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데도 중요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큰 대도시 중 하나를 위협할 수 있는 대규모 발사 역량을 갖지 않았다면, 국제사회는 애초에 북한이 핵 개발을 하도록 놔두지 않았을 겁니다. 가령 북한과 국내총생산(GDP) 수준이 비슷한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 정권이 1970년대에 핵 개발에 나섰다면, 전 세계가 어떤 식으로든 이를 중단시켰을 겁니다. 우간다에게는 바로 눈앞에 서울 같은 대도시를 인질로 삼고 있는 북한의 지렛대 같은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북한이 꽤 안정적인 핵 무력을 갖추기 전에도, 북한을 너무 몰아붙이면 서울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으니까요.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그런 능력 때문에 충돌의 비용이 너무 크다고 보는 겁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으로부터 한국의 ‘아이언돔’ 요격체계 개발 계획에 대한 기술적·전략적 진단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