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문가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취임 후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협력과 동맹을 강화하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에 대한 대응은 물론 중국 등 현안과 더불어 한-일 간 갈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대면방식으로는 처음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 대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관심도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했습니다.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북한과 중국 등 지역안보 문제는 물론 반도체 수급 등 경제 문제와 한-일 갈등 등을 논의하며 상호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1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지역을 최우선 순위로 여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다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상징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It is symbolically important that I think President Biden is trying to send the message that we think the Indo-Pacific is a top priority for American interests…”
매닝 연구원은 또 이번 정상회담은 미군의 아시아 지역 배치에서 일본이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민주적 동맹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지티재단 선임연구원도 미-일 정상회담은 동북아 지역에서 두 나라가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It's a way for both Washington and Tokyo to highlight the importance of our alliances in Northeast Asia…”
클링너 연구원은 두 정상이 만나기 이전부터 한국이 포함된 다양한 직급의 회동이 이뤄진 것은 물론 3월에는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 정상이 화상 방식의 정상회의를 여는 등의 노력이 이어졌고, 최근에는 미-한-일 3국 안보실장이 만나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은 이미 이뤄진 여러 회동 뒤에 열린다는 점에서 동맹의 중요성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대면 정상회담 상대로 일본을 선택한 건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높은 관심도와 동맹을 중시하는 대외정책이 반영된 결과로 평가했습니다.
이들은 북한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는 데도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대응과 일본의 관심이 큰 일본인 납북자 문제 등 양국 정상들이 논의할 내용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입니다.
[녹취: 고스 국장] “They could talk about you know what to do if North Korea returns to its testing and potential you know…”
북한이 핵과 미사일 등 과거 무기실험을 하던 때로 돌아간다면 양국이 어떻게 이 문제를 다룰 것인지 등을 논의할 수 있고, 여기에는 압박을 높이는 전략을 계속 사용할지 여부 등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또 스가 총리는 납북자 문제를 제기할 것이고, 바이든 행정부는 이들의 본국 송환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매닝 연구원도 북한 문제에서 미국과 일본은 사실상 이견이 없는 상태라면서, 일본이 납북자 문제를 좀더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There's a bit of a difference in that Japan keeps its focused also on the kidnapped Japanese by North Korea…”
북한과 관련해 미국과 일본의 작은 차이점이라면 일본이 납북자 문제 해결에 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비핵화가 두 나라의 최우선 과제가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가 최우선 순위로 다뤄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보다는 중국의 부상 등이 더 시급한 과제라는 겁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이 가장 임박한 위험 요소일지 모르지만, 중국은 가장 큰 위협이라는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Because North Korea typically does some kind of major provocation, such as a nuclear test or an ICBM test early in a new U.S. and South Korean administration…”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은 통상 미국이나 한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섰을 때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같은 중대한 도발을 하는 양상을 보였고, 이 때 긴장이 급속도로 높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현재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국경 폐쇄 등으로 대화의 문을 닫고 있을 가능성이 있고, 이같은 도발도 보류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반면 중국은 훨씬 더 큰 위협이라고 클링너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도 이미 미국과 일본의 외교∙국방 장관 2+2 회의에서 중국 문제가 우세하게 다뤄지고 북한은 부차적 문제로 다뤄진 것을 목격했다면서, 현재 두 나라가 중국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고스 국장도 북한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는 한 북한 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The US sees China as a is a future threat and appear a rising peer competitor, which justifies a lot of what they want to do…”
중국은 미래의 위협인 것은 물론 떠오르는 경쟁국이며, 이로 인해 중국은 미국이 국방산업을 발전시키는 일을 정당화하는 나라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이나 이란 등은 아직까지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정상회담 기간 중 일본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체로 그럴 수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Simply because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made it widely known that it feels that there is important in having a stable Japan South Korea relationship…”
바이든 행정부가 안정적인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널리 강조한 만큼 그런 압박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스나이더 국장은 미국이 바라는 한-일 간 갈등 해결이 간단히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면서, 한-일 갈등은 미국이 직접 개입할 수 없고, 또 한국과 일본 정부 모두와 합의를 봐야 하는 등 복잡한 성격을 띄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주요 인사들이 과거 한-일 관계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The Obama administration, including then Vice President Biden personally were delivering sort of stern messages…”
바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관계와 관련한 엄중한 메시지를 보냈으며, 행정부로 복귀한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이나 국무부 부장관을 맡았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한-일 문제에 많이 관여해왔다는 겁니다.
다만 이들 인사들은 미국이 주요 동맹인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재판관으로 보이고 싶어하진 않을 것이라고, 클링너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와 비교해 바이든 행정부는 한-일 두 나라가 앞으로 전진하고, 현재 세 나라가 처한 문제와 한-일 간 역사 문제를 분리하도록 하는 일종의 ‘무대 뒤’ 압박을 더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정상회담은 오는 16일 백악관에서 열립니다.
백악관은 스가 총리의 이번 방미가 공식 실무방문으로 이뤄지며,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