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체제를 오랫동안 분석해 온 미국 전문가들이 북한 정권은 기독교의 구원 서사를 주민 통제에 활용해 왔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미 중앙정보국(CIA) 한반도 담당 분석관을 지낸 정 박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담당 부차관보는 27일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워싱턴에서 주최한 '북한의 권력·종교·이념' 토론회에서, '고난의 행군'이 바로 그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전 부차관보는 "어딘가에 구원이 있고, 그곳으로 데려다 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김정은뿐이라는 메시지는, 굶주리고 충성심이 부족해 자신을 탓하는 주민들에게 매우 강력하게 작용한다"고 말했습니다.
조너선 청 월스트리트저널의 중국 지국장은 이날(27일) 토론회에서 이 역설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청 지국장은 "19세기 말 평양은 아시아 최대의 기독교 도시로 '동방의 예루살렘'이라 불렸고, 1907년 평양 대부흥운동이 전국을 휩쓸었다"며 "북한을 세우고 49년간 통치한 김일성 자신이 바로 그 문화 속에서 성장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김일성은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했고, 교회에서 오르간을 연주했으며, 청년 모임을 이끌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청 지국장은 김일성이 종교의 언어와 상징, 구조가 얼마나 강력한지 직접 체득한 채 북한 체제를 설계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종교를 억압하면서도, 그 작동 방식을 체제 안으로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박 전 부차관보는 이 자리에서 북한이 종교를 극단적으로 탄압하는 이유를 묻는 VOA 기자의 질문에, 이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전 부차관보는 종교는 민주적이라며 “누구나 복음을 이야기할 수 있고, 공식적으로 승인받지 않은 사람들의 모임이며, 당신의 지도자와는 다른 신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종교는 "체제보다 더 카리스마 있는 다른 지도자가 등장할 가능성도 열어준다"고 말했습니다.
박 전 부차관보는 또 북한 인권 문제가 대북 외교에서 항상 부수적으로 취급돼 왔다고 비판했습니다. 다만 김정은이 '비핵화는 협상 불가'라고 선언했지만, 인권은 그 금지 목록에 올리지 않았다며, 북한과의 재관여가 이뤄지더라도 인권은 여전히 의제로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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