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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백신 예약 돕는 '백신 요정'...'투고 커피' 발상지, 뉴욕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백신 예약 돕는 '백신 요정'...'투고 커피' 발상지,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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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미국 내 코로나 백신 접종이 2억 회를 돌파했습니다. 정부의 주도하에 백신 접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백신을 맞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백신 접종 예약이 대부분 인터넷 온라인으로 이뤄지다 보니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는 노인들은 백신 접종에 앞서 예약 단계에서 난관에 부딪히는 건데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자원봉사자들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온라인 백신 접종 예약을 도와주는 비영리 단체, ‘백신요정(Vaccine Fairy)’의 자원봉사자 마이클 브로크먼 씨.
온라인 백신 접종 예약을 도와주는 비영리 단체, ‘백신요정(Vaccine Fairy)’의 자원봉사자 마이클 브로크먼 씨.

“첫 번째 이야기, 코로나 백신 예약을 돕는 ‘백신 요정들’”

[현장음:트루드 호퍼커 씨 집]

은퇴한 교사인 트루드 호퍼커 씨가 집에서 낱말 맞추기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호퍼커 씨는 최근 코로나 백신 2차 접종 예약을 하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호포커 씨가 가는 병원에 백신이 다 떨어져 다른 가능한 백신을 빨리 찾아 예약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겁니다.

[녹취: 트루드 호퍼커]

호퍼커 씨는 하지만 자신과 같은 노인들은 온라인 사용을 하지 않고, 컴퓨터에 능숙하지도 않기 때문에 예약을 할 수 없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호퍼커 씨는 다행히 도움의 손길을 찾았습니다. 이웃에 사는 23살 청년 마이클 브로크먼 씨가 호퍼커 씨의 백신 예약을 대신해 준 건데요. 하지만 컴퓨터라고 하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IT 업계 청년에게도 백신 예약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녹취: 트루드 호퍼커]

호퍼커 씨는 백신 접종 가능한 곳을 찾기 위해 애쓰는 마이클 씨에게 오늘은 그만하자고, 내일 다시 찾아보자고 말했다는데요. 하지만 그다음 날 아침 8시 즈음 마이클 씨가 전화해서는 드디어 예약했다고 알려왔다고 하네요. 거의 밤잠을 못 자고 매달린 끝에 호퍼커 씨를 위한 예약을 하게 된 거였습니다.

그때부터 마이클 씨는 이웃이나 친척들을 대신해 백신 예약을 잡아주기 시작했는데요. 지금은 온라인 백신 접종 예약을 도와주는 비영리 단체, ‘백신요정(Vaccine Fairy)’의 자원봉사자가 되어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녹취: 마이클 브로크먼]

마이클 씨는 회사 업무를 하지 않는 주말에 봉사한다며, 약 100건은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는데요. 단 30분 동안에 14건의 예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고 합니다.

무료로 온라인 백신 예약을 대행해주는 ‘백신요정’을 창립한 사람은 케이틀린 허텔 씨인데요. 부모님을 위해 백신 예약을 하다가 온라인 예약이 얼마나 힘들지 알게 됐고, 동화나 구전에 등장하는 착한 요정들처럼, 백신 예약을 도와주는 요정이 되기로 결심하게 됐다고 합니다.

[녹취: 케이틀린 허텔]

케이클린 씨는 한밤중에 백신 대행을 해주는 봉사 단체를 결성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바로 그다음 날부터 활동에 들어갔다고 했는데요. 사람들의 요청이 바로 들어왔고, 자원봉사자 신청도 받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백신요정은 미국 내 47개 주에서 무려 1만 건 이상의 예약을 성사시켰는데요. 케이틀린 씨는 이 같은 수치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녹취: 케이틀린 허텔]

예약 대행을 원하는 사람이 노인만 있는 건 아니라며, 교사들 또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들의 요청도 많이 들어왔다는 건데요. 중남미계 이민자들을 위해 스페인어로 된 접수 양식도 마련했고 지금은 중국어 서비스도 논의 중이라고 했습니다.

미 전역에서 활동하는 요정들 그러니까 자원봉사자들은 서로의 예약 비법을 공유하는 한편,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준다고 했는데요.

[녹취: 케이틀린 허텔]

온라인 예약이 가장 잘 되는 시간이 자정 즈음이기 때문에,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예약을 따내기 위해 밤을 새우는 일이 허다하다는 겁니다.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눈에 불을 켜고 여기저기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 헤메지만, 예약이 잘 안 될 때도 있다는데요.

[녹취: 케이틀린 허텔]

케이틀린 씨는 그럴 땐 정말 속상하고 힘이 쭉 빠지지만, 그래도 결국 예약에 성공하고 나면, 그때의 뿌듯함은 말로 다 못 한다고 했습니다.

이웃집 할머니를 돕다가 자원봉사자로 나서게 된 마이클 씨 역시 주말에 시간도 내야 하고, 밤잠을 못 잘 때도 있지만, 이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는데요.

[녹취: 마이클 브로크먼]

자신 덕분에 백신을 맞게 된 사람들이 장문의 감사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한다는 겁니다. 마이클 씨는 ‘당신이 내 생명을 구했어요’라는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며,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준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뉴욕 시민들이 야외 카페에서 커피를 즐기고 있다.
뉴욕 시민들이 야외 카페에서 커피를 즐기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투고(To-Go) 커피’ 문화의 발상지, 뉴욕”

미국 커피의 본고장이라고 하면, 미 서부에 있는 도시 시애틀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세계적인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가 시애틀에서 탄생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미국의 커피 문화, 특히 종이컵에 받아들고 나가는 ‘투고(To-Go) 커피’는 뉴욕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현장음: 커피 카트]

뉴욕의 아침, 거리 곳곳에 서 있는 노점상에선 이렇게 커피를 주문해 받아 가는 뉴욕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싸고 간편하게 아침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커피 노점상이라면, ‘델리(deli)’라고 하는 식당도 뉴욕 시민들이 아침을 많이 해결하는 곳인데요. 자그마한 규모에, 아침으로 먹을만한 것들을 파는 이곳에서도 사람들은 어김없이 커피를 사 들고 나옵니다.

[녹취: 스피로 애서나사토스]

‘프리스티지델리(Prestige Deli)’를 운영하는 스피로 애서나사토스 씨는 자신의 가게엔 실베스터 스탤론과 같은 배우를 비롯해 유명 인사들이 많이 다녀갔다며, 벽에 걸린 사진들을 보여주며 가게의 인기를 설명했습니다.

뉴욕에 커피가 처음 도입된 건 1600년대 초반입니다. 당시 네덜란드 식민지로 ‘뉴암스테르담’이라고 불리던 시절인데요.

[녹취: 존 무어]

‘바실라로스앤선즈 커피(Vassilaros and Sons Coffee Company)’ 가게의 존 무어 씨는 뉴욕은 북미의 커피 수도라며 뉴욕시의 커피 문화가 특별한 이유는 뉴욕이 유럽의 커피 강국인 네덜란드의 식민지였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1800년때까지, 뉴욕 시민들은 가게에 앉아 단돈 몇 센트에 커피를 마시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종이컵이 등장하면서 투고 커피가 뉴욕 시민들의 아침 일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녹취: 알렉산드라 바실라로스]

‘바실라로스앤선즈 커피’의 사장인 알렉산드라 바실라로스 씨는 지난 100년간 뉴욕 시민들에게 매일 갓 볶은 신선한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바실라로스 씨의 커피 가게는 3대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뉴욕 커피의 또 다른 특징은 1960년대에 시작됐는데요. 당시 그리스에서 온 이민자들이 커피 가게를 많이 운영하면서 뉴욕 커피가게의 종이컵에는 그리스식 항아리인 ‘암포라(amphora)’의 문양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1970년대,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가 등장했는데요.

[녹취: 존 무어]

무어 씨는 스타벅스는 다른 커피점들보다 원두를 검게 태워 진하고 풍미가 있는 커피를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게 바로 스타벅스만의 차이점이었고, 소비자들은 진한 커피에 입맛이 길들여지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아무리 바쁜 뉴욕 시민들이라고 해서 투고 커피만 즐기는 건 아닌데요. 여유 있게 앉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역사가 깊은 커피점도 뉴욕에 많이 있습니다. 고풍스러운 장식의 ‘카페레지오(Caffe Reggio)’는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 추출기를 보유한 가게인데요.

[녹취: 파브리지오 카발라치]

이 가게 주인인 파브리지오 카발라치 씨는 평소 같으면 가게 안이고 밖이고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겠지만, 지금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관광객이 많이 줄었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지난 50년간 이탈리아 전통 방식 그대로 커피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고풍스러운 카페에서든, 분주한 아침을 맞는 델리에서든, 한 잔의 커피는 뉴욕 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일부가 되어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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