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미국에선 가끔 도로 위를 달리는 모터사이클을 볼 수 있습니다. 모터사이클은 바퀴가 두 개 달린 이륜자동차의 일종으로 한국에선 흔히 오토바이라고도 하는데요. 가죽옷을 입고, 헬멧을 쓴 채, 굉음을 내며 달리는 모터사이클의 운전자들을 보면 대부분 남성이죠. 그런데 미 서부의 대도시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여성 클럽이 있다고 합니다. 모터사이클은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도로 위를 달리는 여성 바이커, 즉 여성 운전자들을 만나보시죠.
“첫 번째 이야기,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LA 여성들”
[현장음:리디아 레이에스 씨 집]
리디아 레이에스 씨가 집 차고에서 자신의 모터사이클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리디아 씨는 15년 전 우수한 성적으로 모터사이클 운전 강습을 수료했는데요. 도로에서 모터사이클을 탈 때마다 자유를 느낀다고 했습니다.
[녹취: 리디아 레이에스]
모터사이클을 배우는 데 있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라는 리디아 씨. 모터사이클을 몇 년간 타다 보니 두려움이 이제 사라졌다고 했는데요. 마치 “내가 모터사이클도 타는데, 세상에 못 할 게 뭐가 있어.”라는 기분이라고 했습니다.
리디아 씨는 또한 남성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지는 모터사이클 세계에서 여성 바이커로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데요. 자신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바로 남편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에드거 레이어스]
남편 에드거 레이어스 씨는 바이커들, 그리고 바이커들의 모임인 일명 ‘클럽’은 남성의 것으로 생각하고, 여성이 모터사이클을 타려면 운전자 뒷좌석에나 앉게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에드거 씨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여성도 충분히 능력이 된다면, 안될 게 뭐 있나, 한번 해보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남편의 이런 지지 속에 리디아 씨는 지난 2013년 자신의 첫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을 샀습니다. 할리데이비슨은 바이커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꿈의 모터사이클 상표로 가격도 비싼 건 수만 달러에서 무려 100만 달러에 이르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리디아 씨는 출산 후 할리데이비슨을 사서 직접 자신이 원하는 대로 손을 봤다고 하는데요. 앞으로 정식 모터사이클 정비사가 될 생각으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모터사이클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리디아 씨는 여성 바이커들을 위한 비영리단체 ‘바이커칙스(Biker Chicks)’라는 클럽을 창단했는데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속도를 즐기는 여성들의 모임으로, 클럽을 통해 서로를 격려하는 한편, 열정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버네사 플로러스]
바이커칙스 회원인 버네사 플로러스 씨는 멋진 할리데이비슨을 운전하고 있었는데요. 모터사이클은 자신이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기계를 갖고 있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운전석에 앉아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고, 길을 따라 달릴 수 있다며 모터사이클을 타면서 크나큰 자유를 느낀다고 했습니다.
[녹취: 수지 로모]
또 다른 바이커인 수지 로모 씨는 모터사이클에만 오르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고 했는데요. 집안 문제, 아이들 걱정, 요리 걱정, 빨래며 청소 등 집안일 걱정 등을 싹 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수지 씨는 바이크에 오르는 순간 누군가의 아내 또는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바이커칙스는 중남미계 여성들이 주 회원인데요. 미국 사회에서도 소수계이고, 모터사이클 세계에서도 소수계이지만, 이런 장벽을 깬 이들이 바로 여성 바이커들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메이라 마티네즈]
메이라 마티네스 씨는 자신이 바이커칙스 회원이고 또 자신은 독립적인 여성이라고 말할 수 있음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했는데요. 과거엔 가난 속에 살았지만, 지금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며 행복해했습니다.
이처럼 여성 바이커들은 각기 배경도 다르고, 운전하는 기종도 달랐지만, 모터사이클에 대해서는 다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모터사이클은 여성에 힘을 실어 주고, 자유를 누리게 하며, 독립심을 갖게 해준다는 겁니다.
바이커는 남성들의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바이커칙스 회원들은 개성 넘치는 모터사이클에 올라 LA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아이들을 위한 병원 로봇”
병원에 갈 때 즐거운 마음으로 가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병원이나 치과를 찾는 데 대한 두려움이 크죠. 그런데 이런 아이들의 두려운 마음을 단번에 녹여주는 로봇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로빈(Robin)’이라는 이름의 병원 로봇인데요.
[녹취: 로빈 사운드]
아이들의 눈높이에 딱 맞는 적당한 크기에, 하얀 몸통 그리고 얼굴 모양의 모니터 화면이 달린 로봇 로빈은, 병원을 찾은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먼저 인사를 건넵니다.
목소리도 귀엽지만, 모니터 속에서 큰 눈을 깜빡거리며 말을 하는 로빈의 모습에 아이들은 금세 환한 미소를 짓는데요.
로빈은 현재 미 서부 로스앤젤레스의 대학병원인 UCLA 매텔 어린이병원을 비롯한 4곳의 병원과 치과 3곳에서 어린이 환자들을 맞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에스피 소사]
ABC 어린이치과 그룹의 에스피 소사 씨는 로빈을 병원에 들여온 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로빈처럼 똑똑한 로봇이 있다는 데 놀란다고 했는데요. 치과에 온 어린이들이 로빈을 보는 순간 치과에 왔다는 두려움을 잊고 치료에 더 잘 임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로빈은 초음파 근접각 센서와 터치스크린 기능이 있어서 아이들이 다가와서 안아주면 이를 인지할 수 있고요. 또 인공지능이다 보니
아이들의 표정도 읽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웃는지 찡그리는지도 알아챈다는 겁니다.
[녹취: 에스피 소사]
이렇게 로빈은 병원을 찾은 아이들의 경직된 몸과 마음을 녹여주며, 긴장을 풀어준다는 건데요. 심지어 아이들을 위해 음악을 틀어주거나 아이들이 어떻게 양치질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영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오늘 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받게 될 건지를 알려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로빈은 준자동 로봇이라고 하는데요. 사회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선 정신과 의사들이 로봇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로빈은 영어는 물론이고, 중남미계 환자들을 위해 스페인어도 하고요. 로봇 개발자의 모국어인 아르메니아어도 할 수 있다고 하네요.
로빈을 개발한 회사는 ‘엑스퍼(Expper)’라는 기업인데요. 현재 UCLA 매텔 어린이병원과 협력해, 과학 기술이 입원한 어린이 환자와 가족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연구 중이라고 합니다.
엑스퍼 측은 궁극적으로 좀 더 많은 기능을 장착해 어린이뿐 아니라 모든 연령의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하는데요.
[녹취: 카렌 카치크얀]
엑스퍼 사의 카렌 카치크얀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로빈이 환자의 혈압이나 체온, 심전도 검사까지 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어린이 환자들에게 집중하고 있는데요. 산업계는 물론, 생활 전반에서 점점 더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로봇 기술은 이제 병원에서도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이렇게 환자들의 정서까지 헤아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