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동성 간의 결혼을 보호하는 ‘결혼존중법안’에 서명했습니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7.1%를 기록하며 1년 만의 최저 수준을 보였습니다. 이어서, 미 역사상 최악의 총기 참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 사건이 발생한 지 10주년을 맞았다는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이제 미국에서 동성결혼이 연방법의 보호를 받게 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13일 동성결혼과 인종 간 결혼의 권리를 보장하는 ‘결혼존중법안(Respect for Marriage Act)’에 서명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남쪽 뜰에서 서명식을 가졌는데요. 부인 질 바이든 여사를 비롯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 등 의회 주요 인사가 참석해 서명식을 지켜봤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결혼존중법안에 서명하며 뭐라고 밝혔습니까?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 서명에 앞서 “미국이 일부가 아닌 모두를 위한 평등과 자유, 정의를 향해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었다”며 “품위와 존엄성, 사랑이 인정되고 존중되며 보호되는 국가로 향하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결혼존중법안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기자) 법안은 결혼을 ‘여성 한 명과 남성 한 명의 결합’으로 제한한, 지난 1996년 제정된 ‘결혼보호법’을 폐지하고, 동성 커플의 결혼도 합법적인 결혼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주에서도 만약 다른 주에서 합법적으로 한 결혼이라면 성이나 인종 등을 이유로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다만, 모든 주에 동성결혼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진행자) 몇 년 전에 연방 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합헌이라고 판결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또 연방법으로 관련법 제정을 하게 됐는지 궁금하네요.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연방대법원은 지난 2015년에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보편적인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하면서 동성결혼 합법화 논란이 재점화됐는데요. 보수 절대 우위로 재편된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의 합법성을 인정한 기존 판례도 뒤집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겁니다. 실제로 보수 성향인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로 대 웨이드’ 폐기에 찬성하는 의견문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기존 판례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따라서 의회 차원에서 동성결혼을 연방 법으로 보장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난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의회 내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보수적인 공화당 의원 대부분이 법안에 반대한 건데요. 하지만 결혼존중법안은 지난달 29일 하원을 통과한 데 이어 이달 8일 상원까지 통과하면서 결국 바이든 대통령의 책상 위에 올랐습니다. 상원에서는 민주당 의원 전원 찬성에 공화당 의원 12명이 지지를 보탰고요. 하원에서는 역시 민주당 전원 찬성에 공화당 의원 39명의 찬성을 끌어내면서 258대 169로 가결됐습니다.
진행자) 이날(13일) 서명식에 참석한 다른 주요 인사들은 어떤 소감을 밝혔습니까?
기자) 펠로시 하원의장은 “수백만 명의 미국인에게 이 법은 필수적이고 절대적으로 근본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이어 “이 법은 평등을 소중히 여기고, 동성 커플과 인종이 다른 커플도 결혼이 제공하는 모든 법적 보호와 재정적 혜택에 접근하는 것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 이렇게 동성결혼을 보호하는 연방법이 제정된 데 대해 어떤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미국 사회에서 이제는 동성결혼이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법 제정으로 이어졌다고 언론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동성결혼에 대한 미국인이 생각이 지난 수십 년 동안 크게 달라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진행자) 설문 조사 결과,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진행자)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 1996년 처음으로 동성결혼에 대한 미국인의 생각을 물었을 때는 동성결혼을 지지한다는 응답률이 27%에 불과했는데요. 올해 5월에는 지지 응답률이 71%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전 나온 공영방송 ‘NPR’과 ‘PBS’, ‘마리스트’의 공동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동성결혼을 지지한다는 응답률은 67%를 기록했습니다.
진행자) 응답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서도 동성결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랐나요?
기자) 네, 공화당 성향 응답자들이 동성결혼에 더 반대하는 입장인데요. 하지만 이 또한 시대가 바뀌면서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갤럽 조사에서는 공화당 지지 응답자의 19%만이 동성결혼에 찬성했는데요. 이번 NPR 공동 설문 조사에서는 공화당원의 동성결혼 찬성 비율이 43%를 기록하며 과반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민주당 성향 응답자들은 87%가 동성결혼에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진행자) 그리고 결혼존중법은 동성결혼뿐 아니라 인종 간의 결혼도 보호하고 있지 않습니까? 요즘 보면 인종이 다른 사람들이 가정을 이루는 경우도 많거든요?
기자) 맞습니다. NPR의 보도에 따르면, 인종 간 결혼 비율도 크게 올랐습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 지난 1967년에는 미국에서 인종 간 결혼 비율이 3%에 불과했는데요. 지난해에는 새로 결혼한 커플 가운데 19%가 인종 간 결혼이었습니다. 인종 간 결혼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었는데요. 지난 1958년 갤럽의 설문조사에서 흑인과 백인 간 결혼을 지지한다는 응답률은 4%에 불과했지만, 작년에는 인종 간 결혼 지지 비율이 94%까지 치솟았습니다.
진행자) 그리고 결혼존중법은 동성결혼이 합법이 아닌 주에서도 다른 주에서 합법적으로 결혼한 동성 커플을 인정하도록 하고 있지 않습니까? 동성결혼과 관련한 주법이 다 다른가 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민주당입법운동위원회(Democratic Legislative Campaign Committee)’가 올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50개 주 가운데 32개 주가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주 헌법 또는 주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전국주의회협의회(NCSL)’는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만약 연방 대법원이 동성결혼 합법화 판례를 폐기할 경우 15개 주와 워싱턴 D.C. 그리고 5개 미국령에서만 동성결혼이 합법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이번엔 미국인들이 반길만한 경제 소식이 들어와 있네요. 물가 상승세가 조금 주춤해졌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 노동부는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해 7.1% 올랐다고 13일 밝혔습니다. ‘다우존스’ 등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밑도는 수준으로 작년 12월 이후 최소폭의 상승을 보인 겁니다. 또 전달 대비 상승률은 0.1%로 역시 전문가의 예상치를 밑돌았습니다.
진행자)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소식은 지난달에도 전해드린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물가 상승세 둔화는 지난 10월부터 시작됐습니다. 10월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7% 상승을 기록하며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연간 증가율이 7%대로 내려갔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3월 8.6%를 기록한 뒤에 6월에는 9%대까지 올랐는데요. 5개월 연속으로 상승폭이 줄어들며 11월에는 7%대 초반까지 내려간 겁니다.
진행자) 식품과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11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 동월과 비교해 6.0%, 전달보다는 0.2% 올랐는데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시장 전망치보다 낮게 나온 것은 물론이고요. 전달의 증가 폭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진행자) 어디에서 물가가 오르고 또 내렸는지,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볼까요?
기자) 노동부에 따르면, 물가가 여전히 큰 폭으로 오른 부분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 비용과 식료품 가격입니다. 우선, 주거 비용은 전월 대비 0.6%, 전년 동월 대비 7.1% 각각 올랐고요. 식료품 지수도 전월보다 0.5%, 전년 동월보다 10.6% 각각 올랐습니다. 하지만 식품 가격 월별 상승률은 꾸준히 낮아지고 있는데요. 지난 5월에는 전달에 비해 1.2% 상승세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가격 하락세를 보인 부분은 뭔가요?
기자) 바로 에너지 가격입니다. 에너지 물가지수는 전달에 비해 1.6%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특히 휘발유 가격이 2%나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에너지 가격은 여전히 13.1%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11월 물가상승률에 대해 어떤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전문가들은 두 달 연속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최악의 인플레이션 고비는 넘겼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코메리카뱅크’의 빌 애덤스 수석경제학자는 ‘AP’ 통신에 “2022년은 인플레이션이 심각했지만, 2003년 전망은 훨씬 낫다”고 평가했는데요. “공급망이 다시 원활해지고 있고, 기업의 재고량도 많다며, 인플레이션을 가져온 요소들이 대부분 해결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기자) ‘네이비 패더럴 크레딧 유니온’의 로버트 프릭 경제학자는 ‘CNBC’ 방송에 “인플레이션이 안정되면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고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압박감을 덜어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높은 물가로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던 미국인들이 한숨을 돌리게 되는 것”이라며 “특히 인플레이션에 가장 큰 피해를 본 저소득 계층에 이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물가 지표 발표 뒤에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이 기준금리를 발표했죠?
기자) 맞습니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준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의 열린 정례 회의를 마치고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발표했습니다. 앞서 연준은 최근 4차례 연속으로 한 번에 0.75%P 금리인상을 하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아왔는데요.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발표에선 0.5%P 인상했습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인하를 고려하는 것은 시기상조이지만, 금리 인상 속도는 조절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소비자물가지수 발표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수치는 “미 전역의 모든 가정에 반가운 소식”이라며 특히 자동차와 장난감 가격 하락은 연말 쇼핑에 나선 사람들에 득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지만 내년 연말까지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10년 전에 발생한 총기 참사 관련 내용이군요.
기자) 네, 바로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 사건과 관련한 소식입니다. 지난 2012년 12월 14일에 미국 동부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사건인데요. 14일로 참사가 일어난 지 10주년이 됐습니다.
진행자) 이 사건으로 많은 학생과 교사가 목숨을 잃었죠? 워낙 큰 충격을 준 사건이어서 미국인들의 기억에 선명할 텐데, 벌써 10년이 지났군요?
기자) 맞습니다.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사고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이 사건의 총격범은 당시 20살 청년인 애덤 란자 씨였는데요. 란자 씨가 난사한 반자동소총에 맞아 1학년 학생 20명과 6명의 교직원이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진행자) 당시 란자 씨는 어떻게 됐죠?
기자) 란자 씨는 범행 전 자신의 어머니를 먼저 살해한 뒤 샌디훅 초등학교에 침입했는데요.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진행자) 희생자들의 가족들은 사건 발생 10년 만에 피해 보상을 받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총격 당시 범인이 사용한 반자동소총 제조사인 ‘레밍턴’이 지난 2월 유족들과 보상 합의를 하고 7천300만 달러를 보상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10주년을 맞아 특별한 추모 행사가 있었나요?
기자) 샌디훅 초등학교가 있는 코네티컷 뉴타운에서 공식적으로 진행된 10주년 추모 행사는 없었습니다. 그동안에도 조용하게 추모하는 것이 이 지역의 방식이었는데, 이번에도 그대로 이어진 겁니다. 다만, 앞서 지난 7일 워싱턴 D.C.에서는 총기 피해 희생자 유가족들 모임이 열렸는데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 사건 생존자인 한 여학생을 만나 안아주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14일 샌디훅 총기 난사 10주년을 맞아 성명을 발표했군요?
기자) 맞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이런 비극적인 총기 사건이 발생한 뒤에도 여전히 제대로 된 총기 규제법을 마련하지 못한 부분을 지적하며 모든 미국인은 이에 대한 ‘사회적 죄책감'을 지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용감하고 젊은 생존자들, 그리고 10년 전 영혼의 일부를 잃은 가족들의 고통을 목적으로 이끄는 데 있어서 빚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수십 년 동안 추진되어 온 총기 규제법이 바로 올해 통과되지 않았나요?
기자) 맞습니다. 역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학교 총기 사고였죠. 지난 5월 텍사스주 유밸디 롭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뒤 지난 6월 미 의회에서 규제법이 통과됐습니다. 총기 구입 허용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는데요. 그동안 총기 관련 규제가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는데 다소 진전을 이룬 겁니다.
진행자) 하지만, 해당 법이 총기 난사 사고 등을 예방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민주당이 주도하는 공격용 무기 판매와 대량 탄창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격범이 사용한 것이 바로 반자동소총, 즉 공격용 무기였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1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더 강력한 총기 규제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