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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인사이트] "한국과 미국 한인 가정 공통의 그늘…'1등과 체면' 뒤에 갇힌 자녀들”

대학교 졸업식 연출 이미지 (화면 출처: ADOBE 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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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인사이트] "한국과 미국 한인 가정 공통의 그늘…'1등과 체면' 뒤에 갇힌 자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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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함 교수님께서는 아시아계와 한국계 미국인이 겪는 정신건강 문제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계십니다. 한국인 가정에서는 특히 높은 성취와 가문의 명예, 강한 극복 정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런 기대가 한국과 한국계 미국인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요?

함혜욱 교수) 높은 성취, 가족의 명예, 회복탄력성을 말씀하셨는데, 그것들은 모두 아름다운 미덕들입니다. 그런 미덕을 갖는 것에 잘못된 점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높은 성취와 가족의 명예, 회복탄력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때 부모들은 종종 눈이 멀어 보지 못하게 됩니다. 제가 한국인 가정과 한국계 미국인 가정에서 자주 보는 현상은 소통의 벽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모든 부모는 자녀가 성공하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학업적 성취나 스포츠 성취, 학교생활을 얼마나 잘했는지, 친구가 몇 명인지 이야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면의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부모가 만들어주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엄마, 나 실패자 같아. 엄마, 나 정말 잘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잘할 자신이 없어. 사실 나 D 학점 받았어." 이런 이야기들 말입니다. 자녀들이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부모들이 높은 성취나 가족의 명예, 혹은 정신적인 강인함에만 너무 집중하기 때문에 자녀들의 아픔을 보지 못합니다. 자녀는 부모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고 부모는 높은 기대를 품고 있기 때문에 바로 그 지점에서 부모와 자녀가 부딪힙니다.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충돌이 발생하며, 바로 그때 문제들이 생겨납니다.

앵커) 한국에서는 정신건강이나 우울증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꺼리거나 수치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강했었습니다. 이전 세대와 비교해, 한국은 물론 해외 한인 이민 세대 젊은 층에서 정신건강과 심리 치료를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나요?

함혜욱 교수) 소셜미디어, 영화, 책, 그리고 배우들이 정신건강과 자신들의 정신건강 투병 경험을 이야기해 준 덕분에 우리 사회가 엄청난 진전을 이룬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훨씬 더 거침없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건강을 인식하는 것과 자신에게 정신건강의 어려움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은 다릅니다. 그것이 바로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한국계 미국인을 생각해 보면 한국에 있는 자녀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부모에게 짐이 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자녀들은 부모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을 봅니다. 부모들은 말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경제적인 걱정을 안고 있습니다. 부모들은 이민자이고 영어를 그리 잘하지 못합니다. 또 이민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부모나 형제자매 같은 친척들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자주 자신들이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외롭습니다. 자녀들은 영리해서 그것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녀들은 부모에게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또 다른 점은 평소에 이야기를 나누지 않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고통스러운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어휘 자체가 없습니다. 따라서 정신건강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심리치료를 찾거나 치료사를 찾아가는 경우는 여전히 매우 낮습니다. 우리는 이 부분에서 여전히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앵커)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알아도, 상담받는 것은 여전히 두려움이나 수치심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계 미국인들이 정신건강 전문가를 찾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어떤 것일까요? 또 주변에 자연스럽게 도움을 요청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함혜욱 교수) 아주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가 롤모델이 되어야 합니다. 부모가 세상의 모든 권력을 쥔 것처럼 행동하거나 지나치게 엄격해서 학교에서 잘하고 있다는 말 외에는 집에서 아무 말도 꺼낼 수 없는 불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부모가 먼저 "나도 이런 실수를 해. 가끔은 바보 같은 짓을 하기도 해. 가끔은 울고 싶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자녀 앞에서 우는 것도 괜찮습니다. 자녀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나약함이나 울음을 함께 나누어도 괜찮다는 것을 배울 수 있도록 우리는 자녀들에게 내면의 모습과 진정한 자아를 더 자유롭게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감정을 나누거나 눈물을 흘리는 것은 나약함의 표시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것은 단지 "우리 엄마도 가끔은 엄하고 강하지만,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부드러운 면도 가지고 있구나"라는 점을 보여줄 뿐입니다. 따라서 부모는 체면을 생각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기보다는 좋은 롤모델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침묵의 굴레에 갇히게 됩니다. 그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앵커) 좋은 롤모델이 된다는 것은 부모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뜻합니까? 부모는 어떻게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습니까?

함혜욱 교수) 인간이라는 것은 때로는 울어야 하고 때로는 우리가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때로는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실망스러웠다"고 말해야 합니다. 솔직해져야 하지만, 부모들 스스로가 그런 감정을 나누는 것을 불편하게 느끼기 때문에 솔직한 대화를 나누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가 감정을 닫아버리면 자녀들은 눈치를 채고 "우리 집에서는 공부 이야기만 해야 하는구나. 내가 아주 잘한 일만 이야기해야지, 안 그러면 부모님이 속상해하실 거야"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때 자녀들은 가정이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고 느끼기 시작합니다. 자녀에게 솔직하고 진솔해지는 것,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자녀와 함께 공유하는 롤모델이 되는 것이 좋은 출발점입니다.

앵커) 이민 1세대 부모와 미국에서 자란 자녀들은 사용하는 언어와 생활 문화적 환경이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정서적 건강 문제를 놓고 한국인 부모와 자녀가 대화할 때 가장 자주 발생하는 오해나 소통의 장벽은 어떤 것들일까요?

함혜욱 교수) 세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는 부모가 자녀의 삶에 대해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녀가 학교에서 잘 지내고 학교에서 연락이 오지 않으며 별다른 우울 증상을 보이지 않으면, 부모는 "괜찮구나" 하고 필요한 것만 챙겨줄 뿐 깊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너 정말 어떻게 지내고 있니?" 하고 깊이 묻지 않는 현상이 매우 널리 퍼져 있습니다. 둘째는 자녀가 좌절감이나 화가 나서 마침내 입을 열었을 때 부모가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조용히 경청해야 할 순간이 있습니다. 그것이 화난 목소리일 수도 있고 우는 목소리일 수도 있고 답답해하는 목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정말 조용히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셋째는 많은 부모들이 "이해가 안 간다. 우리 아이들은 방에 텔레비전도 있고 좋은 음식도 있고 자동차도 있고 모든 것을 다 가졌다. 하지만 내가 자랄 때 한국은 너무 가난했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듣습니다. 일종의 '특권 격차' 시각입니다. 하지만 부모들이 이해해야 할 점은 지금의 Z세대는 정서적으로 훨씬 더 고통스러운 여정을 겪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래들과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비합리적인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명문대에 진학하고 안정적이고 훌륭한 일자리를 얻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워진 극심한 경쟁 사회입니다. 게다가 총기 폭력을 비롯해 오늘날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폭력이 존재합니다. 우리 자녀들이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 이해하려면 이러한 시각을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앵커) 교수님께서는 보스턴대학교의 '어웨어 랩 (AWARE Lab)'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적 맥락을 고려한 정신건강 지원 모델을 개발해 오셨는데요. 상담 치료사와 의료 체계가 일률적인 접근 방식보다 환자의 문화적 배경을 깊이 이해하는 것은 왜 중요한 건가요?

함혜욱 교수) 한국계와 아시아계 미국인은 이민자이고, 자녀들은 이민자의 자녀입니다. 이민자인 부모와 이민자의 자녀 모두 고유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부모들은 언어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대대로 살아온 사람들에 비해 고립되어 있으며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차별을 경험합니다. 이러한 모든 스트레스 요인은 실제로 자녀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고통일 수 있지만 자녀들은 느끼고 있습니다. 치료적 개입을 개발할 때 이민과 관련된 이러한 스트레스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으면, 심리치료를 받을 때 이민자의 자녀들은 무언가 빠져 있다고 느낍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느끼는 것입니다. 따라서 치료 과정에서 미묘한 차이를 파악하고 이들이 어디서 왔는지 깊이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야 내담자들은 "선생님은 내가 겪는 어려움을 진정으로 이해하시는군요. 백인 치료사에게 하듯 모든 것을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네요"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치료사와 치료를 받고자 하는 개인이 처음부터 적절한 시기와 장소에서 눈높이를 맞출 때 효과적인 치료 결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앵커) 불안감이나 우울증, 극심한 피로감(번아웃) 등으로 남모르게 힘들어하는 가족을 둔 한국의 가정, 또 한국계 미국인 가정들이 적지 않다고 하는데, 이들이 오늘부터 가정에서 건설적이고 따뜻한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해야할 가장 중요한 첫걸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함혜욱 교수) 세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는 안정적인 애착 형성입니다. 서로 가까워지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보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바라보지 않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애착이며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둘째는 기대의 균형을 맞추는 것입니다. 당연히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지만, 자녀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자녀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기대를 조율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자녀들이 자신이 온전히 주목받고 있으며, 부모가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고, 자신이 사랑받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것입니다. 셋째는 소속감입니다. 학교나 동아리, 교회 등 여러 단체에 있을 때 우리 청소년들은 자신이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고 느껴야 합니다. 어딘가에 속해 있다고 느낄 때 그곳은 스스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고 자신의 삶에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느끼는 공간이 됩니다. 이 세 가지를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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