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국경 봉쇄 조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엔이 작년에 북한에 필수 백신 총 710만 회분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양과 식수 위생 프로그램도 일부 진행됐는데요, 안소영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이 지난 한 해 활동 내역을 소개하는 보고서를 냈는데요, 대북 지원 사업과 관련해선 어떻게 설명하고 있습니까?
기자) 유니세프는 7일 작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 인도주의 상황’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북한과 관련한 지원 활동 가운데 가장 중요한 성과로는 백신 전달을 꼽았습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이유로 지난 2020년 1월 말부터 국경을 봉쇄해 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 직원들 모두 북한에서 철수했고요. 이에 따라 지원 물자를 북한에 반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까 백신이 들어간 것을 중요한 의미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에 반입된 백신 규모는 어떻게 됩니까?
기자) 백신 종류를 구체적으로 나열하진 않은 채 필수 백신 710만 회분을 지원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또한 인도적 기금으로 조달된 B형 간염 백신을 신생아 8만 5천 50명이 접종했고요. 지난해 9월에는 북한 전역에서 보건성이 유니세프의 지원을 받아 ‘접종 따라잡기 캠페인’을 벌였다고 소개했습니다. 이를 통해 60만 명이 넘는 어린이가 정기 예방접종을 받았다고 보고서는 전했습니다.
진행자) ’접종 따라잡기 캠페인’이라면 북한의 국경 봉쇄로 하지 못했던 예방접종을 늦게나마 했다는 건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생존에 필수적인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신생아와 어린이, 산모 등에게 백신이 확보되는 대로 접종을 하는 건데요. 이 캠페인에는 B형 간염, 홍역, 풍진, 파상풍, 디프테리아, 결핵, 소아마비 백신 등이 포함됩니다.
진행자) 현재 북한의 백신 접종률은 어느 수준입니까?
기자) 아직 2024년도 수치는 나온 게 없습니다. 유니세프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산한 2023년 접종률은 신종 코로나가 발병한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가장 필수적인 디프테리아와 파상풍, 백일해 1차 백신인 DPT1 백신 접종률이 41%로 195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고요.
아직 국경이 봉쇄된 2020년의 40%대에서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의 국경 봉쇄가 시작되기 이전인 2019년의 접종률 98%와 비교하면 상황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23년 B형 간염 백신과 소아마비 백신 2종 접종률은 아예 0%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앞서 전해주신 대로 지난해 9월 B형 간염 백신 접종이 이뤄졌다고 했으니까 접종률이 다소 회복되기는 하겠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준일 것 같습니다. 또 이번 보고서에서 영양과 식수 관련 분야 프로그램도 진행됐다고 밝혔는데요.
기자) 네, 먼저 영양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북한의 심각한 영양실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했습니다. 한정된 자원으로 9만 5천 명에 달하는 관련 대상 아동 모두를 지원하지는 못했지만 아동 1만 7천 133명을 지원했고 이중 치료 성공률은 96%였다고 전했습니다.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는 어린이 8천 45명은 추가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고, 1만 88명은 외래 환자로 치료받았다고 했습니다.
물과 위생, 청결 프로그램과 관련해선 유니세프가 북한 내 23개 군에 관련 물자를 배분했고 이에 따라 2만 6천 명이 혜택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유니세프는 북한 보건과 영양 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최근 유니세프는 물과 위생, 청결 프로그램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부터 제재 면제를 승인받기도 했지요?
기자) 네, 지난해 12월 3일 유니세프는 관련 프로그램에 필요한 4천 900달러 상당의 강판과 강철 와이어에 대한 제재 면제 신청을 허가받았습니다. 유니세프는 대북제재위에 보낸 서한에서 북한에 있는 병원과 진료소에서 주민 7만 6천 276명과 학교 3곳에 있는 학생들에게 깨끗한 식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었습니다. 이에 따라 유니세프는 내년 12월 3일까지 북한에 관련 물자를 반입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사실 지원 물자를 북한에 반입하거나 또 본격적으로 대북 지원 사업을 재개하려면 국제기구와 구호단체들의 대북 지원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려면 직원들이 북한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관련 움직임은 없습니까?
기자) 지난해 7월 식량농업기구(FAO)의 취둥위 사무총장이 북한의 국경 봉쇄 이후 유엔 기구 대표로는 처음 방북했었습니다. 국제기구와 구호단체들의 평양 복귀가 조만간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지만 여전히 변화는 없습니다.
유니세프, 세계식량기구(WFP), 국제적십자사연맹 등은 지난 1월 올해 북한 복귀 가능성을 묻는 VOA 질의에 ‘빨리 북한에서 활동을 재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짧게 답했습니다.
지금까지 안소영 기자와 지난해 유니세프의 대북 지원 활동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