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에서 한국계 미군 참전용사였던 고 김영옥 대령에게 연방의회 금메달을 추서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한국계 하원의원들이 주도한 새 회기 첫 안건입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민주당의 메릴린 스트릭랜드 하원의원이 제2차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서 활약했던 고 김영옥 대령에게 연방의회 금메달을 추서하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31일 의회 기록 시스템에 따르면 법안은 28일 발의돼 금융서비스위원회와 하원행정위원회로 회부됐습니다.
법안 발의에는 스트릭랜드 의원 외에도 공화당의 영 김 하원의원과 올해 하원에 처음 입성한 민주당의 데이브 민 하원의원 등 3명의 한국계 의원들이 참여했습니다.
민주당의 조시 고타이머, 조너선 잭슨, 안드레 칼슨 의원도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의 영웅”
법안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한 고 김영옥 대령의 영웅적 행동과 지도력, 인도주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연방의회 금메달을 추서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이 메달은 의회가 민간인에게 수여하는 최고 영예의 상입니다.
[법안] “To award posthumously a Congressional Gold Medal to Colonel Young Oak Kim in recognition of his extraordinary heroism, leadership, and humanitarianism...It is the sense of Congress that the Smithsonian Institution should make the gold medal received under paragraph available for display, particularly at the National Portrait Gallery.”
수여된 메달은 워싱턴 DC 국립 박물관과 미술관을 관장하는 스미스소니언 재단이 보관 및 전시하도록 하고, 특히 국립초상화미술관에서 전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법안에 담겼습니다.
“아시아계 최초 육군 장교…서유럽 전선서 활약”
1919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김 대령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 육군에 입대하려 했으나 아시아계라는 이유로 입대를 거부당했습니다.
이후 미 의회가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도 징병을 확대하면서 김 대령은 군 경력을 쌓기 시작해 첫 아시아계 육군 장교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습니다.
특히 독일군 점령지에 잠입해 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자원해 연합군의 로마 해방에 크게 기여하는 등 서유럽 전선에서 세운 전공으로 이탈리아 최고 무공훈장과 프랑스 십자무공훈장을 받았습니다.
또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자진해 다시 입대해 제7보병사단 31보병연대 참모를 거쳐, 미군 첫 아시아계 전투대대장을 맡았습니다.
특히 1952년 당시 교착에 빠진 한반도 중부 전선을 60km 이상 북으로 밀어낸 공로로 미국 정부로부터 은성 및 동성 무공훈장을 받았습니다.
“퇴역 후 소수인종 위한 사회봉사”
1972년 군 생활을 마친 김 대령은 미국 내 한인 청소년과 소수 인종을 위한 사회봉사에 평생을 바쳤습니다.
김 대령은 2005년 한국과 프랑스 정부로부터 최고 무공훈장에 해당하는 태극무공훈장과 레지옹 도뇌르 무공훈장을 받았습니다.
그해 12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세상을 떠난 김 대령은 하와이 호놀룰루 국립묘지에 안장됐습니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29일 성명에서 “한국계로서 우리 3명의 하원의원은 김영옥 대령의 귀감이 되는 업적을 기리기 위해 모였다”며 “그는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영웅이자 지역사회의 굳건한 지도자, 그리고 인도주의자로서 이 높은 영예를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미 하원에서는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의결로 이어지진 못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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