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지난해 대중국 손목시계 수출국 2위...개당 판매 가격 11센트에 불과


중국 단둥 세관 직원이 북한으로 향하는 화물 서류를 확인하고 있다. (자료사진)
중국 단둥 세관 직원이 북한으로 향하는 화물 서류를 확인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지난해 대중국 손목시계 수출국 2위를 기록하며 일본, 스위스 등 전통적인 시계 제조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하지만 물품을 헐값에 넘긴 것으로 나타나 중국 기업이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통해 과도한 이익을 챙긴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지난해 대중국 손목시계 수출국 2위...개당 판매 가격 11센트에 불과
please wait

No media source currently available

0:00 0:05:15 0:00

중국 해관총서가 최근 공개한 무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총 12개 나라로부터 손목시계 ‘무브먼트’ 즉 손목시계의 시계 부분을 수입했습니다.

이중 북한은 수출액 1천627만8천 달러로, 전체 2번째로 많은 액수를 기록했습니다.

1위는 1억 2천만 달러의 일본이었으며, 3위에는 스위스(587만 달러)가 자리했습니다.

북한이 전통적인 시계 제조 강국 틈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입니다.

북한, 비제재품 ‘손목시계’ 대중 수출 크게 늘려

북한은 지난 2017년 국제사회 제재로 석탄과 섬유 등 주요 수출품의 판로가 막히자 비제재품인 손목시계에 대한 대중 수출을 크게 늘렸습니다.

대부분 북한의 인력과 생산시설을 이용해 제조한 물품을 중국으로 되돌려보내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는 중국 입장에선 ‘역외가공(Outward processing)’ 무역입니다.

이후 북한의 대중 손목시계 수출액은 2019년, 4천918만 달러까지 증가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터지면서 수출은 중단됐습니다. 그러다 2023년 약 405만 달러로 재개 조짐을 보인 뒤, 지난해엔 이보다 약 4배 많은 수출액을 기록한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북한의 손목시계 수출액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것이 북한의 손목시계 제조업의 실제 ‘성공’을 의미하는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표면적으로 수출액은 높지만, 북한이 낸 수익은 턱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1개당 가격 11센트에 불과…“중국만 이득”

지난해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손목시계는 1억3천688만 개입니다. 이를 지난해 수출액 1천627만 달러에 대입하면, 북한이 판매한 손목시계 1개 당 가격은 11센트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는 개당 가격이 1달러 47센트인 일본이나 3달러 42센트인 스위스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입니다.

중국인 10명 중 1명이 착용할 수 있을 만큼 적지 않은 수의 손목시계를 팔았지만, 벌어들인 돈은 2천만 달러가 채 되지 않는 것입니다. 북한이 헐값에 손목시계를 넘겼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NAEIA닷컴’ 대표
윌리엄 브라운 ‘NAEIA닷컴’ 대표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NAEIA닷컴’ 대표는 3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매우 큰 규모의 산업 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인보다 인건비가 훨씬 저렴하다”며 중국 기업이 북한에서 손목시계를 제조하며 많은 돈을 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대표] “So North Korea has a very large, I think well scaled workforce industrial workforce and they can do a lot of things as we can see. And they're probably very cheap, you know, compared to a Chinese worker. And so, the Chinese entrepreneur figures he's going to make a lot of money, and he probably does make a lot of money.”

또한 손목시계의 개당 수출액 11센트는 정상적인 수출액이라기보단 일종의 ‘수수료’일 것이라면서, 문제는 손목시계를 제조한 북한 노동자들이 저임금을 받거나 ‘노예 노동’ 환경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브라운 대표는 이 같은 사업은 중국 기업이 국제사회 제재를 매우 ‘영리하게’ 피하도록 할 것이라면서 ‘손목시계’가 제재 품목이 아니라고 말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의 가발 공장. (자료사진)
중국의 가발 공장. (자료사진)

가발 무역에서도 유사 사례 포착

이 같은 ‘비정상적인’ 사업 방식은 북한의 최대 수출품인 가발을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2022년부터 대중국 가발 수출을 대폭 확대해왔으며, 지난해에도 가발은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주요 수출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 북한은 지난해 중국에 가발 관련 제품을 수출한 43개 나라 중에서 수출량과 수출액에서 압도적인 1위에 올라있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국 가발 수출액은 1억8천21만 달러, 무게로는 2천620.8t입니다. 가발 1kg 당 수출액이 68달러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는 또 다른 가발 수출국인 방글라데시(132달러)나 미얀마(140달러), 나이지리아(142달러)의 1kg당 수출액의 절반 수준입니다.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머리카락이, 완제품으로 중국에 수출한 완제품 가발 가격보다 더 높다는 점도 의아한 점으로 꼽힙니다.

북한은 중국에서 머리카락을 수입해, 가발을 만들어 중국에 역수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북한이 중국에서 사들인 인모는 2천367.89t, 약1억6천889만 달러어치. 1kg당 수입액은 71달러입니다.

가발 1kg당 수출액이 68달러인 점으로 볼 때, 수출액은 오히려 3달러 낮습니다.

물론 제조가 끝난 가발에는 머리카락 외에 다른 부속품이 포함되는 만큼 무게 외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겠지만, 여전히 원재료와 완제품의 가격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은 쉽게 납득이 되질 않습니다.

브라운 대표는 손목시계와 마찬가지로 중국이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가발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다만 중국의 최대 가발 수출국이 미국인 점으로 볼 때, 북한의 노동력으로 만들어진 가발이 ‘중국산’으로 둔갑해 미국 시장으로 향할 수 있다면서, 이는 미국 제재 위반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의 ‘엘프 코스메틱스(e.l.f. Cosmetics·엘프)’ 사는 중국 소재 2개의 납품업자로부터 수입한 인조 속눈썹에 북한산 재료가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 2019년 미 재무부에 100만 달러의 벌금을 냈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Forum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