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은 북한이 비핵화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오준 전 유엔 주재 한국 대사는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북한이 트럼프 집권 2기에 ‘부분적 비핵화’를 통해 돌파구를 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2013~ 2016년 유엔 주재 한국 대사를 역임한 오준 전 대사를 최원기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12.3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가 한국 외교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오준) 네, 크게 보면 두 가지 정도의 영향이 있는데요. 이제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인식에 좀 영향을 줬고요. 그 다음에 실제로 외교를 수행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우리에 대한 인식이라면, 저는 이런 사태로 해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퇴보했다,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거라고 보고요. 이제 우리가 그런 민주적인 회복 능력을 보여주니까요.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 영어로 ‘Uncertainty’ 그런 불확실성이 경제적으로도 영향을 주고, 국제사회의 영향을 주죠. 그런 부분이 하나 있고, 또 하나는 실제로 외교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국가원수가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요. 왜냐하면, 외교라는 것은 계급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러니까 영어로 ‘랭크 베이스드’(Rank based) 그래서 계급에 맞는 얘기를 하게끔 되어 있는데, 우리는 지금 국가원수가 없고 대행 체제로 가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외교부 장관을 중심으로 직업 외교관들이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려고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정상외교를 대행 체계로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현재 한국은 한시적 대행 정부 체제인데, 이런 상황에서 한국 외교부가 가장 먼저 챙겨야할 과제를 꼽아 주십시오.
오준) 물론 1월 20일 출범하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조가 중요하죠. 그리고 이제 트럼프 행정부가 여러 가지 새로운 정책을 지금 가지고 나올 걸로 예상이 되는데, 거기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연초에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특히 미국의 새로운 무역정책, 관세정책, 이민정책, 그리고 한미동맹과 관련해서 방위비 분담 증액 요청이라든지, 이런 것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미국과 협의할 것인지, 그런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기자) 윤석열 정부의 업적인 한미 동맹 강화와 한미일 3자 협력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요?
오준) 현재 진행 중인 대통령 탄핵소추가 어떤 결론을 낳게 될지 지금 예단할 수 없지만, 만일 새로운 대통령 선출이 필요한 상황이 된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보수정권은 한미동맹 강화에 중점을 두고, 진보정권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 같은 평화 유지에 외교안보 정책의 우선순위를 주었잖아요. 그래서 만일 대통령 선거가 금년에 있다면, 그 결과로 어떤 정권이 우리나라에 들어서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한미동맹, 한미일 3자 협력 이런 것이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자) 트럼프는 지난해 7월 선거 유세 과정에서 “핵무기를 많이 가진 자(김정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추진할까요?
오준) 트럼프 1기였던 2018년에 사상 최초로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잖아요. 그것은 저는 북한 지도자를 만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의지가 결정적이였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젠 최초의 의미가 없어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또 김정은을 만나려면 새로운 성과가 필요한데, 과거에 보면 2019년에 하노이에서 다시 정상회담을 했지만 비핵화라는 실질적인 성과가 어려워지자 트럼프 측이 즉각 철수했죠. 거기서 볼 수 있듯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과시할 만한 성과 이런 게 없으면, 그렇게 쉽게 열리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기자) 2019년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은 미국이 모든 북한 핵무기와 핵시설 폐기를 요구하는 빅딜(Big Deal)을 주장한 반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만 주장해 결렬됐습니다. 새로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 핵 동결 등 스몰딜(Small Deal)을 추진할까요?
오준)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트럼프 측에게 중요한 것은 빅딜이냐, 스몰딜이냐, 이런 문제라기 보다는, 뭔가 성과로 내놓을 수 있는 진전이 있느냐 없느냐, 거기에 달렸다고 저는 보거든요. 그래서 예를 들어, 2019년 하노이에서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만 폐기하겠다고 한 것이, 그건 별 성과가 되지 못한다 하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었으니까 철수했죠. 그렇지만, 그동안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이 더욱 고조됐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부분적인 비핵화라도 평가될 수 있다, 이런 인식이 있을 수도 있다고 봐요. 북한으로서도 제재가 계속되기 때문에 북한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핵화와 경제적 보상을 맞바꾸려면 북한 지도층에 대해서 적대적이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왔을 때 협상해야 된다, 이런 인식을 북한이 가질 수도 있거든요. 그렇게 된다면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가 열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 수뇌부는 핵무장을 ‘만능의 보검’이라고 주장하는 데 동의하시는지요?
오준) 북한의 핵 능력은 미국이나 러시아 같은 강대국과 핵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은 전혀 아니고요. 외부의 침공에 대해서 어떤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의 핵무기가 의미를 갖는 것인데. 그렇게 생각한다면, 미국이나 한국이 실제로 북한을 침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잖아요. 그러니까 만능의 보검이 절대 될 수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핵 개발로 인해서 국제 제재를 자초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오래갈수록 점점 경제 발전에 발목을 잡는, 일종의 매사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렇게 봅니다.
기자)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로 경제난을 겪은 김정은 위원장은 러시아에 1만1천명 이상의 병력을 파병하고 포탄과 미사일을 수출해 돈을 벌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활용해 경제난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오준) 러시아가 북한의 군사 협력에 대해 반대 급부로 제공할 수 있는 보상은 저는 크게 두 가지라고 보는데, 하나는 북한에 핵, 미사일을 고도화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군사기술 제공, 또 다른 하나는, 이게 유엔 제재 위반이긴 하지만, 석유나 가스를 북한에 제공하는 것이죠. 그래서 군사기술을 받거나 러시아의 석유, 가스를 받는다고 해서, 북한이 지금 국제 제재를 받고 있는데, 경제난을 극복하고 경제 발전이 하는데까지, 도움을 줄 순 없다고 봅니다. 다만 제재하에서 어려움을 버텨 나가는데는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 한국 국정원에 따르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100명이 사망하고 1천 명이 부상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요?
오준) 북한 주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는 것이 북한이 북한군이 생명을 희생해서라도 지원해야 하는 일인가, 이런 점을 납득하기가 저는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이런 식의 참전, 북한군의 희생이 따르는 이런 식의 참전이 지속되면, 아무리 통제가 강한 북한 사회라고 하더라도, 주민들의 불만이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기자) 오준 대사님은 2014년 12월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 주민들은 그저 ‘아무나’가 아니”라며 “부디 훗날 우리가 오늘을 되돌아 볼 때 북한 주민들을 위해 옳은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한국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오준) 현시점에서 우리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제 생각에는, 그들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인도적 지원은 계속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인도적 지원은 제재하에서도 유엔이 허용하는 지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현 정부 들어와서는 국제적인 대북 압박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인도적 지원은 중지됐는데, 저는 이 부분은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오준 대사님은 2016년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결의 2270호 채택 후 행한 연설에서 북한 수뇌부에게 한국말로 ‘이제 그만 하세요’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방송은 북한 수뇌부와 주민들이 듣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 수뇌부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으신지요.
오준) 국제 제재는 순전히 핵무장 때문입니다. 다른 무기를 북한이 아무리 많이 보유해도 국제 제재를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주민들의 삶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지도층이 이것을 깨닫고, 과감하게 핵을 포기하고 경제를 선택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취임하는데요. 이러한 것이 북한에게도 최소한의 체면 손상으로 변화, 정책 전환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북한 수뇌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것이 변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겁니다.
기자) 오준 대사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오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오준 전 유엔 주재 한국 대사로부터 한국의 탄핵 사태와 북한의 러시아 파병 그리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북한 비핵화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최원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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