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는 최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북한군이 정당한 군사 목표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군 피해가 큰 것은 훈련 부족과 상호 운용성 부족, 소통 부재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최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사상자와 관련한 VOA의 질의에 “쿠르스크 지역에서 상당수의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앞서도 말한 바와 같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불법적인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은 정당한 군사 목표”라고 26일 밝혔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We are also aware of significant DPRK casualties in Kursk. As we have previously said, DPRK troops joining Russia’s illegal war against Ukraine are legitimate military targets.”
“러시아 하루 1천200여명 사상자 발생”
이어 “러시아가 하루 1천2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는 이 전쟁 중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숫자”라고 말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It is worth noting that Russia is suffering more than 1,200 Russian casualties per day – which is more than at any other time during the war.”
앞서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3일 발표한 ‘최근 북한군 동향’ 자료에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중 1천1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군 사상자가 3천 명을 넘어섰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9일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군 전사자가 최소 100명에 달한다는 한국 국가정보원의 보고와 관련해 “전사자와 부상자 수를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수백 명이 전사하거나 부상을 입었고, 그들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를 벌이고 있기 때문에 그 숫자는 분명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녹취: 라이더 대변인] “I'm not going to have a breakdown for you in terms of KIA versus wounded but several hundred have and as they engage in combat with the Russians you know, we certainly would anticipate that those numbers will go up.”
이후 미국 정부는 북한군 사상자 수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또 “북한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 대한 직접적 지원은 분쟁의 위험한 확장으로, 유럽과 인도 태평양 지역의 안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국제법을 옹호하며, 러시아의 잔혹한 침략에 맞서 자유와 독립을 수호하기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지하는 데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러시아와 북한의 심화하는 협력을 깊이 우려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Deepening cooperation between Russia and the DPRK should be of great concern to anyone interested in maintaining peace and stability on the Korean Peninsula, upholding international law and supporting the people of Ukraine as they defend their freedom and independence against Russia’s brutal invasion.”
“북한군 제대로 활용되지 못해 사상자 다수 발생”
미 육군 특수부대인 그린베레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를 역임한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군 사상자가 다수 발생하는 이유로 북한군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할 가능성, 러시아군과의 의사소통의 어려움, 훈련 부족 등을 꼽았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그들이 폭풍군단, 즉 11군단 특수작전부대라면 전통적인 군사작전보다는 침투 기술 훈련을 더 많이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고급 훈련과 특수 작전 훈련을 받았다고 해서 그것이 전통적인 군사 작전을 수행하는 데 가장 적합한 부대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They are unlikely to be employed in accordance with their capabilities. Meaning if they are special operations forces from the Storm Corps, the 11th Corps, they are more likely to be trained in infiltration techniques rather than conventional military operations.”
이어 “특히 복합적인 무기 시스템을 활용하고, 포병, 탱크, 보병이 서로 기동하는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다”면서 “특수부대를 이렇게 활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소통과 상호 운용성 부족도 원인”
맥스웰 부대표는 또 “러시아의 지휘 통제 아래에서 러시아 부대의 일원으로 배치돼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상호 운용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소통뿐 아니라 러시아와 북한이 사용하는 전술, 기술, 절차가 상호 호환되지 않기 때문에 장기간 합동 훈련을 했을 때보다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If they are employed as part of Russian units under Russian command and control where there is difficulty in communications, difficulty of interoperability where not only communications is difficult, but the tactics, techniques and procedures that the Russians and North Korean use may not be as compatible as if they had conducted a long term training together.”
“자원 부족으로 영양실조… 훈련도 ‘겉치레’에 그쳐”
맥스웰 부대표는 또 “북한군의 훈련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이는 특수부대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북한군은 자원이 부족하고 실제 전투 훈련보다 이념 교육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으며, 심지어 특수부대조차 농업과 건설 등 훈련 외의 다양한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은 그들이 전 세계의 다른 군대들만큼 효과적으로 전투 훈련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군 총참모부 직속 부대 출신으로 이번에 러시아에 파병된 폭풍군단 병사들과 함께 훈련도 했던 이현승 글로벌피스재단 연구원은 북한군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로 훈련 부족을 꼽았습니다.
이 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군은 훈련이 부족하고, 1990년대 중반 일명 ‘고난의 행군’ 이후부터는 군부대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 군인들이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훈련 외에 농사나 건설 작업에 많이 동원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 연구원] “첫째 이유는 훈련 부족입니다. 그러니까 일단은 북한 군인들이 현대전에 훈련이 아예 거의 안 됐다고 보고. 그리고 일반 훈련도 고난의 행군 이후부터는 이제 군부대에 대한 지원이 말하자면 잘 되지 않으면서 북한 군인들의 영양실조 상태도 많이 나타나고 또 군인들이 거의 많은 시간을 이제 농사나 또 이제 다른 그 훈련 외에 이제 활동에 소모가 되다 보니까 훈련에 대한 인식과 또 훈련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이 연구원은 또 특수부대는 항공기 등 기동 장비를 이용해 훈련을 해야 하는데 기름이 없어서 비행기가 뜨지 못하고, 기갑 등 차량 수송도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훈련을 한다 해도 ‘겉치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드론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군에서 산악지대 훈련은 많은 반면 개활지 훈련은 적은 것도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러, 1차 대전처럼 우크라 진지로 북한군 내몰아”
미국 중앙정보국(CIA) 한국 담당 부국장을 역임한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군은 드론 전쟁이나 현대전의 다른 측면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도 “북한군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보도가 엇갈리고 있어 북한군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북한의 훈련은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것 같다”면서 “그들은 현대전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러시아군과 북한군 지휘관과 부대 사이에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이어 “러시아가 북한군을 매우 단순한, 거의 1차 세계대전 당시 돌격전과 같은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1차 세계대전처럼 고정된 우크라이나 진지에 북한군을 무작정 투입하는 것과 같아서 많은 사상자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And Russia may also be using them in sort of very simplistic, almost World War I waves of attack. So it's just throwing the North Korean troops against fixed Ukrainian positions which like in World War I would lead to very high casualties.”
“분쟁 상황서 정확한 사상자 수 파악 어려워”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또 북한군 사상자 숫자와 관련해 한국과 우크라이나, 미국 정부 발표가 다른 것과 관련해선 “전쟁 중엔 정확한 사상자 숫자를 파악하기가 항상 매우 어렵다”면서 “러시아군과 북한군을 구별하는 것도 매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I think it's always very difficult to get accurate casualty figures, especially during the conflict. And it may also be very difficult to discern between Russian and North Korean troops.”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드론 영상에서 아시아계 군인들이 보일 수 있지만, 그들이 북한군이 아니라 러시아 극동 지역 출신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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