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당국은 내년 5월 전승절 행사에 북한 군이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러 간 군사적 연대를 미국 등 서방에 과시하는 효과를 노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함께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러시아가 북한 군이 내년 전승절 행사에 참석할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공식적으로 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은 내년 5월 9일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군을 보내기로 한 여러 국가에 북한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러시아가 내년 전승절 80주년 행사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여러 외국 정상이 러시아를 전격 방문하고 일부 국가의 군 파견대가 열병식에 참여한다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앞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달 29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한 군을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초청하며 “긍정적인 결정을 기다린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인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독일에 승리한 날을 기념해 매년 5월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전승절 행사를 엽니다.
진행자) 러시아 당국자의 발언이 북한 군 참여 여부에 대해 좀 애매한 부분이 있는데 이에 대해선 어떤 해석이 나오나요?
기자)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북한 군이 파병까지 한 상황에서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북한 군의 전승절 참석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6월 포괄적인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하며 양국 관계를 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시켰습니다.
북한 군 파병에 대해선 북러 모두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 병사들의 격전지 전사 소식까지 연이어 전해지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내년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김정은 위원장이 전승절에 모스크바를 방문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기도 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우크라이나와의 전투가 격렬해지는 가운데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의 추가 지원이 한층 절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그러니까 러시아로선 현재 북한의 안정적인 지원을 받아내기 위한 일종의 팁으로 내년 전승절 북한 군 참여,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 초청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고 또 김정은으로서도 만일 5월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 주석단에 서게 되면 대내외적인 위상 제고 등 남는 장사가 될 수 있거든요.”
진행자) 북한 입장에선 러시아 전승절 행사 참여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기자) 러시아의 내년 전승절은 80주년을 맞기 때문에 다양한 군사장비와 부대를 선보이며 이전과는 다른 규모로 군사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행사에 북한 군의 참여가 이루어진다면 북러 군사 협력의 상징적 장면으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러시아는 특히 이번 전승절에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 의미를 부각시키면서 북한을 전승국 반열로 추켜세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러간 군사적 연대를 보여주는 이런 신호들이 나오는 데 대해 북러 모두 미국을 압박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미국의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단기간에 변화될 수 있는 흐름이 아니다, 저항의 축 내지는 반미연대라는 게 하루아침에 없어졌다 생겼다 하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라는 걸 명확히 보여주는 메시지가 있는 것이고 동시에 트럼프를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의 전략적 입지를 약화시키기 보다는 어쨌든 강화할 필요성 그런 맥락에서 전략적 연대를 과시하려는 의지 이런 게 제일 중요한 것 같고.”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의 참석 가능성에 대해선 어떤 이야기가 나오나요?
기자)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평양 북러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의 모스크바 답방을 기다리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두진호 박사는 김 위원장이 내년에 러시아를 방문한다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 기념일 또는 5월 9일 전승절을 계기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러시아 전승절 행사가 친러시아 성향 국가 정상들이 초청되는 행사로, 김 위원장은 이런 다자 무대를 통해 북한의 핵 보유국 입지를 넓히고 전략적 지위 국가로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삼으려 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북한의 목표가 되돌이키기 어려운 핵무기 고도화를 통해 대미 억지력을 갖는 게 한 축이라면 또 하나는 그것을 국제적으로, 동북아 차원에서 전략적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거든요. 소위 전승절에 김정은이 직접 가게 된다면 바로 그런 동맹을 과시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국제적 위상, 소위 전략적 지위를 일종의 시위하거나 보여주는 그런 의미를 갖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행자) 러시아는 이번 행사에 친러 국가들을 모아놓고 반미 반서방 세력의 결집을 과시하려 하겠군요.
기자) 그럴 것으로 보입니다.
두진호 박사는 러시아로선 트럼프 신행정부와 새로운 미러 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국 일극체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러시아를 중심으로 권위주의 진영을 결집하는 데 전승절 행사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두 박사는 특히 미한일 안보 협력에 대응한 북한과의 군사연대를 통해 동북아에 새로운 안보지형을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두진호 박사] “이 행사에 북한이 참여한다는 건 이제 동북아 지역에서 그간엔 러시아 단독으로 혹은 중러가 미국 패권에 경쟁했다면 이제는 러시아 북한이 함께 해서 한미동맹 미일동맹 나아가서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응하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의미가 있겠습니다.”
내년 전승절 행사에는 세르비아와 베트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그리고 슬로바키아와 헝가리 등 일부 유럽연합 국가 수반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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