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한 선박의 운항이 크게 늘었지만 해외 항구에서 안전 검사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고의로 검사를 회피하는 것인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와 더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 선박이 올해 안전 검사를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선박의 안전검사를 실시하는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도쿄 MOU)는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회원국 항구에서 이뤄진 안전 검사 결과를 공개합니다. 올해 이 자료를 조사한 결과 북한 선박에는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12일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안전 검사가 실시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북한 선박이 기항하는 나라는 주로 중국과 러시아일텐데요. 두 나라 항구에서 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군요?
기자) 네, 사실상 북한 선박이 매년 안전 검사를 받는 항구는 중국과 러시아의 항구뿐입니다. 북한 선박이 이들 2개 나라 외에 사실상 기항하는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엔 북한 선박이 태국이나 태평양 건너 쿠바 등으로 향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대북제재 체제가 강화된 2016년 이후부턴 북한 선박의 목적지는 중국과 러시아로 한정돼 있습니다. 따라서 안전 검사도 사실상 이들 나라 항구에서만 실시돼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단 한 곳도 북한 선박에 대해 안전 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입니다. 북한 선박이 마지막으로 검사를 받은 시점은 작년 9월입니다. 따라서 약 1년 넘게 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셈입니다.
진행자) 안전 검사라는 게 어떤 것인지도 좀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중국과 러시아 등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 회원국은 자국 항구에 기항한 선박을 무작위로 선정해 안전 검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항만국통제(PSC)로 불리는 이 검사는 국제협약에서 요구하는 사항의 이행과 안전기준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로, 연식이 높은 북한 선박은 안전 검사 대상으로 선정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안전 검사를 받은 선박은 결과에 따라 ‘정선’ 조치를 받기도 합니다.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항구에 발이 묶이게 되는 것입니다. 큰 문제가 아니라면 ‘결함’이 몇 건 발견됐다는 식의 기록만 받은 채 항구를 떠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과거엔 북한 선박이 얼마나 검사를 받았나요?
기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북한 선박은 높은 연식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검사 대상으로 선정되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선박은 국제사회 대북제재가 강화되기 이전인 2016년엔 총 275척이 안전 검사를 받았고, 제재로 운항이 급감한 2019년에는 51척이 검사 대상 선박이었습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엔 13척의 북한 선박에 대해 검사가 이뤄졌으며, 2021년엔 1척이, 2022년엔 한 척도 검사를 받지 않습니다. 그러다 선박의 운항이 다시 늘기 시작한 2023년 4척으로 회복세를 보였는데, 올해는 그 수가 다시 0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진행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는 선박에 대한 검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이 흥미로운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얼핏 보면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선박에 대한 안전 검사 횟수가 적은 게 아닌가라고 의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선박의 운항은 2023년부터 다시 크게 늘고 있습니다. 또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북한 선박의 운항 장면이 포착되고 있고요.
실제로 올해 VOA는 선박의 운항 기록을 분석해 일주일 동안 해외 항구, 공해상에서 운항 기록을 남긴 북한 선박을 70척 정도로 추산했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에는 일주일 단위로 포착되는 선박이 10척 미만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에 비하면 선박의 운항 횟수가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선박은 늘었는데, 안전 검사를 받는 선박의 수가 없다는 것은 매우 모순되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다른 나라 선박은 어땠나요?
기자) 네, 무작위로 검사 대상 선박을 선별하는 만큼 의도치 않게 북한 선박들이 안전 검사 대상에서 제외됐을 가능성도 물론 있습니다.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나라 선박에 대한 안전 검사 상황이 이를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 선박들에 대한 검사는 여전히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반도 주변국 깃발을 단 선박을 살펴보면 올해 한국은 955척이 검사 대상이었으며, 중국과 일본 선박도 각각 1천34척과 174척이 검사를 받았습니다. 유독 북한 선박만 검사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인데, 쉽게 납득되지 않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중국과 러시아가 고의적으로 북한 선박에 대해 검사를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고의성’이 의심되는 상황인데요.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도 올해 8월 이 같은 추정에 동의했습니다.
와츠 전 위원은 “항만국 통제(PSC) 검사는 선박의 기항 여부를 확실히 확인해주며, 검사 횟수는 무역의 증가 또는 감소 여부를 알 수 있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항만국 통제 검사를 하지 않는다면 이 두 가지 사실(선박 기항과 무역 증감 여부)을 매우 쉽게 숨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러한 정보 부재는 북한 선박이 중국으로 향하고 그에 따른 (방문) 빈도를 감추기 위한 고의적인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이는 ‘알면서 모르는 척하기’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안전 검사를 관장하는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네, VOA는 몇 차례 항만국 통제위원회 사무국에 관련 내용을 질의했습니다. 그런데 사무국은 “(항만국 통제위원회의) 새로운 검사 제도에 따라 각 항만 당국이 사용 가능한 검사 장비와 항구 내 선박 수를 고려해 검사 대상 선박을 선정하고 결정한다”며 “(위원회) 사무국은 항구 내 선박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역량이나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사무국은 중국이 북한 선박에 대한 검사를 회피하는 정책을 가졌는지 알지 못하고, (위원회는) 일종의 전문 기구인 만큼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사실상 즉답을 피했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함지하 기자로부터 북한 선박을 대상으로 한 안전 검사 실태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