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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북한 탈취 암호화폐 26만 달러 한국에 반환…북한 암호화폐 악용 우려”


비트코인 가상화폐 (자료사진)
비트코인 가상화폐 (자료사진)

스위스 당국이 한국과의 공조를 통해 북한에 의해 탈취된 암호화폐를 한국에 반환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가상 자산이 악용되고 있다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위스는 26일 “스위스 법무장관실과 산하 연방 경찰청(Fedpol), 한국 당국 간의 협력을 통해 약 23만 2천 스위스 프랑, 미화 약 26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이 한국 당국에 반환됐다”고 밝혔습니다.

[스위스 법무장관실] “The Office of the Attorney General of Switzerland (OAG) confirms that it received a request for mutual legal assistance from South Korea in January 2022 in the context you are interested in and that it executed this request. Thanks to the excellent cooperation between OAG, the Federal Office of Police (fedpol) and their South Korean counterparts, bitcoins worth around CHF 232,000 (around USD 260,000) were repatriated to the South Korean authorities.”

스위스 법무장관실(OAG)은 이날 한국의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보관하던 암호화폐가 북한에 의해 탈취된 사건과 관련한 VOA 논평 요청에 “해당 사안과 관련해 지난 2022년 1월 한국으로부터 상호 사법 공조 요청을 받았으며, 이를 이행했음을 확인한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다만 북한의 범죄 행위 등 구체적 수사 내용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법무부는 다른 국가에서 진행 중인 범죄 수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습니다.

앞서 한국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21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보관돼 있던 암호화폐 ‘이더리움’ 34만 2천개가 2019년 11월 탈취된 사건과 관련해, 북한 정찰총국 소속 해킹조직 ‘라자루스’와 ‘안다리엘’ 등이 범행에 가담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피해 금액은 당시 시세로 미화 4천 150만 달러, 현재 기준 약 10억 달러 상당으로, 한국 당국은 IP 주소와 암호화폐 흐름, 북한 어휘 사용 흔적 등을 토대로 북한 소행임을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공격자가 사용한 정보통신기기에서는 북한말로 중요하지 않은 일을 뜻하는 ‘헐한 일’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이어 북한이 탈취한 이더리움 중 57%가 북한이 개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암호화폐 교환 사이트 3개를 통해 시세보다 2.5% 싼 가격에 비트코인으로 바꿨으며, 나머지는 해외 51개 거래소로 분산 전송한 뒤 세탁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지난 2020년 10월 비트코인으로 세탁된 일부 피해 자산이 스위스의 한 가상자산 거래소에 보관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스위스 당국에 협조를 요청해 공조 수사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었습니다.

“북한, 가상자산 악용…심각 우려 사안”

스위스 법무장관실은 암호화폐 분야에서 계속되는 북한의 범죄활동에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법무장관실은 VOA의 관련 질문에 스위스 자금세탁보고사무소(MROS)가 참여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FT) 최신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가상 자산 부문은 북한을 포함한 사기꾼과 테러 단체, 기타 불법 행위자들이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지원하는 데 지속적으로 악용되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우려 사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스위스 법무장관실] “VA sector is a serious concern as VAs continue to be used to support the proliferation of weapons of mass destruction, including by DPRK, as well as by scammers, terrorist groups, and other illicit actors. We will continue to engage with FATF member countries, the global network, technical assistance providers and the private sector on progress and challenges.”

그러면서 “진행 상황과 도전 과제에 대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회원국과 국제 네트워크, 기술 지원 제공업체 및 민간 부문과 계속 관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스위스, 자금세탁방지기구 권고 전면 준수”

스위스 정부 당국은 또 북한이 암호화폐 범죄 자산 은닉에 스위스의 가상 자산 거래소가 연루된 데 대해서는 국제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강도 높은 암호화폐 규제 노력을 이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스위스 정부의 국제 금융 정책을 조율하는 재무부 산하 국제금융국(SIF)은 VOA의 관련 논평 요청에 “스위스에서는 암호화폐 및 기타 모든 디지털 자산이 금융시장 법률 및 규제의 완전한 적용을 받는다”면서 자국 은행법과 금융기관법,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 방지법 등에 따른 규제 대상이라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스위스 국제금융국] “Cryptocurrencies and all other digital assets are under full application of Financial Market legislation and regulation in Switzerland, including, but not limited to, the Banking Act, Financial Institutions Act, Financial Services Act, Financial Infrastructure Act, and the AML/CFT Act. Switzerland is a member of the FATF’s Virtual Assets Contact Group and has not only implemented the Travel Rule for Virtual Assets (VA), but has enacted legislation and regulation bringing Virtual Assets Service Providers (VASP) under full application of the legislation mentioned above, regulated and supervised in line with FATF’s 40 recommendations.

그러면서 스위스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의 가상자산 연락 그룹 회원국으로서 가상 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을 막기 위해 자금의 송수금이 이뤄진 경우 주요 정보를 기록하고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트래블 룰(Travel Rule)’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은행법과 금융기관법 등 관련 법률의 완전한 적용을 위해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체(VASP)를 규제 및 감독하는 법률과 규정을 별도로 제정하는 등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의 권고 사항을 준수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한-스위스 공조, 국제 암호화폐 범죄 대응 모범사례”

미국의 암호화폐 분석 정보업체 TRM 랩스의 닉 칼슨 분석관
미국의 암호화폐 분석 정보업체 TRM 랩스의 닉 칼슨 분석관

미국의 암호화폐 분석 정보업체 TRM 랩스의 닉 칼슨 분석관은 2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스위스와 한국 당국 간 공조는 국경을 넘나드는 암호화폐 범죄에서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칼슨 분석관] “You have both governments doing a lot. So that process right that teamwork that interagency collaboration and intra government and private sector cooperation has gotten amazingly more effective. So that their target space is getting smaller.”

칼슨 분석관은 한국과 스위스 정부가 이번 북한의 암호화폐 탈취 및 자금세탁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많은 공조를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를 통해 북한의 활동 범위를 더욱 위축시키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앞으로 정부 및 기관 간 협력, 또 민간 부문 협력이 더 효과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칼슨 분석관은 국제사회의 각종 규제 및 보완 조치로 인해 북한이 암호화폐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해마다 줄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직은 북한이 악용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칼슨 분석관] “Crypto businesses, traditional centralized exchanges have become much more security conscious and so that target space has diminished year on year. But, you know, why would North Korea stop too right? I think that's the other key question here. This is the golden goose for them. They have no reason to ever walk away from this until we can change that dynamic.”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그 역학을 바꾸기 위해 계속 노력하지 않는 한 북한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암호화폐 해킹 분야를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국제사회의 해킹 지적에 반발하며 사이버 공격 자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2022년 2월 7일 홈페이지에 “우리는 있지도 않은 우리의 사이버공격, 가상 화폐 절취설을 내돌리는 미국의 비열한 행위를 우리 국가의 이미지 훼손으로, 주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과 도전으로 보고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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