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국민들의 직접 투표로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선거인단이라는 중간 과정을 거칩니다. 선거인단을 한 명이라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독특한 제도인데요. 이조은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요, 즉 간접선거라는 뜻이죠?
기자) 네, 맞습니다. 선거인단은 대통령을 직접 뽑는 투표 인단을 말합니다. 미국 헌법은 각 주별로 할당된 특정 수의 선거인을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일반 유권자 투표를 통해 대통령 선거인단을 선출하고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형식상 간접선거입니다. 선거인단은 주로 자신이 속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합니다.
일반 유권자는 대통령 선거일에 자신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하지만, 사실은 각 주를 대표하는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셈입니다.
진행자) 대통령 선거인단은 어떻게 구성됩니까?
기자) 각 주의 선거인단 수는 연방 상원의원 2명과 해당 주의 인구 비례에 맞춰 할당된 연방 하원 의원 수를 합한 수입니다. 현재 미국 대통령 선거인단은 모두 538명인데요. 연방 상원 100석과 하원 435석, 그리고 수도인 워싱턴 DC 3석입니다.
선거인단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서부 캘리포니아주로 54명이고, 제일 적은 주는 알래스카, 델라웨어 등으로 각각 3명입니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각 당은 전당대회나 당 중앙위원회에서 선거인단 명부에 들어갈 당원을 선발합니다.
유권자들은 각 주에서 후보자에게 투표하지만, 실제로는 그 후보자가 선택한 선거인단에게 투표하는 셈입니다. 선거가 끝난 후 각 주의 선거인단이 연방 수도 워싱턴 DC에서 모여 공식적으로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진행자)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승자독식제란 한 후보가 주 전체에서 과반 이상의 득표를 하면 그 주의 모든 선거인단 표를 가져가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텍사스 주에서 한 후보가 51%를 얻고 다른 후보가 49%를 얻었다면, 그 후보가 텍사스 주의 모든 선거인단 표를 차지하게 됩니다.
대통령 선거인단을 뽑는 미국 내 50개주와 워싱턴 DC 가운데 네브래스카주와 메인주를 제외하고 모두 대선 당일 일반 선거에서 최다 득표한 대선 후보가 해당 지역의 선거인단 전원을 획득하는 승자독식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메인주와 네브래스카주는 예외적으로 비례 배분제를 채택하고 있는데요. 주 전체 득표와 각 선거구 득표를 조합해 선거인단 표를 나눠줍니다. 최다 득표한 후보가 선거인단 2표를 획득하고, 나머지는 하원 선거구 각각에서 승리한 후보가 선거인단 1표씩을 가져가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전체 주에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후보도 일부 선거인단 표를 가져갈 수 있게 합니다.
진행자) 대통령 당선을 확정짓는 선거인단 수, ‘매직넘버’라고도 하는데요, 몇 명을 확보해야 승리하는 겁니까?
기자) 미국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과반인 270명 이상의 표를 확보해야 합니다. 매직넘버를 획득하지 못하고 선거인단 수가 정확히 절반인 269명으로 나뉘면, 연방 하원이 투표로 대통령을 선출하고, 상원은 부통령을 뽑습니다.
진행자) 과거 대선에서도 이런 승자독식제가 당락을 좌우했죠?
기자) 네, 선거인단 제도로 인해 후보자는 반드시 전국 득표율에서 과반을 차지하지 않더라도, 선거인단 표를 통해 당선될 수 있는 것인데요. 인구가 많은 주에서 소폭으로 패배하고, 경합주에서 승리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는 사례가 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전체 득표에서는 밀렸으나 더 많은 선거인단 수를 확보해 대통령으로 선출됐습니다.
2000년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도 전체 득표는 상대인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 보다 많았지만 선거인단 확보에서 밀려 결국 선거에서 패배했습니다. 결국, 각 주에서 단 한 표라도 더 얻으면 선거인단을 싹쓸이해 총 득표수와 관계없이 당선되는 겁니다.
진행자) 후보들이 경합주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이런 선거인단 제도 때문이죠?
기자) 네. 무작정 많은 표를 끌어 모으기보다 선거인단 수 확보를 위해 주별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승자독식제의 영향으로 경합주(swing state)들이 선거의 결정적인 요인이 되며 후보자들은 경합주에 집중해 선거운동을 펼칩니다. 다수 득표자의 의사보다는 특정 주의 결과에 따라 전체 선거 결과가 결정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미 여론조사기관들과 언론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거의 반씩 갈리는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을 이번 대선의 핵심 경합주로 꼽고 있습니다. 이들 7개 경합주의 선거인단은 총 93명에 달하는데요. 이 중 펜실베이니아는 가장 많은 선거인단인 19명이 걸려있고,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는 그 다음으로 많은 16명의 선거인단이 각각 걸려 있습니다.
진행자) 지난 9월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여론조사 결과 선거인단 제도 폐지에 찬성하는 미국인은 60% 이상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선거인단 제도와 승자독식 체제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선거인단 제도와 승자독식제를 개혁하자는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제도가 계속 유지되는 이유는 인구가 적은 주의 의견을 선거 결과에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평가 때문입니다. 주별 대표성을 보장해 소수 주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각 주가 고르게 참여해 각 주의 관심사와 요구를 반영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죠.
또 이 제도는 미국의 전통적인 연방제도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요. 각 주에 대통령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고 인구 규모에 관계없이 각 주의 힘에 균형을 맞췄다는 것이 선거인단 제도 옹호자들의 주장입니다. 특히 선거인단 제도는 대선 후보들이 더 많은 주에 공을 들이도록 하고 한 주에서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조은 기자와 함께 미국 대통령 선거인단 제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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