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대선 결과가 앞으로 4년간 미국 대외정책 방향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는 이번 대선이 한반도와 역내 안보 지형에 미칠 영향을 짚어보는 전문가 진단과 인터뷰 등 다양한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그 첫 순서로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다음 달 5일 실시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한반도와 역내 안보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접근법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 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24일 VOA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되면 북한 김정은과의 대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And I think former President Donald Trump will be more proactive in regards to North Korea engaging Kim Jong UN and I think that would be a very positive step given what's happened with North Korea and certainly their allied relationship with the Russian Federation.”
“김정은과 대화 재개” vs “비핵화 압박 지속”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이 핵을 가진 김정은과 잘 지내왔다고 수 차례 강조해 왔습니다.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는 “핵무기를 많이 가진 사람과 잘 지내는 건 좋은 일이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독재자’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주고받았다고 비판했었습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2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한반도와 역내 안보 지형의 변화를 의미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 석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인적인 업적을 남기려는 의도로 김정은과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핵 동결 등의 대가로 북한에 무엇을 제시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이나 미한 연합훈련 중단 또는 축소 등을 제시할지, 이런 제안들을 한국과 미리 상의할지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의 한반도 정책 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24일 VOA에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Vice President Harris, on the other hand, would likely continue to apply pressure on North Korea, strengthen the U.S.-ROK alliance, enhance U.S.-ROK-Japan cooperation, and seek to further isolate North Korea, although she would probably keep the door open to dialogue with Pyongyang.”
“해리스 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두되, 북한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고, 미한 동맹을 강화하며 미한일 협력을 증진하고,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려 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앤드류 여 한국석좌도 “해리스 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이란 사전 보장이 없으면 어떤 만남도 매우 꺼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여 석좌] “I think in Harris's case, she would be very reluctant to have any kind of meeting without having some kind of guarantee up front from her that they would be taking steps towards denuclearization.”
다만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동결이나 위험 감소 조치가 있을 수도 있다”고 여 석좌는 말하면서도 “그것을 위해 미군의 군사력 태세나 동맹에 대한 헌신을 희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러 협력 심화 속 북한과 의미 있는 대화 난망”
그러면서 여 석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든 해리스 부통령이든, 모두 북한과의 의미 있는 대화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여 석좌] “I think North Korea has moved in a direction that veers far away from Washington and it's deepening its ties with Russia. It doesn't want unification with South Korea. I think it makes it very difficult for any kind of engagement, whether you're Trump or Harris, to have some kind of meaningful dialogue with North Korea.”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멀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러시아와의 관계를 심화시키고 있고, 한국과의 통일을 원치 않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북한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회담을 미국으로부터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미한 간 갈등을 부추겨 미한 동맹을 약화시키는 데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If Trump restarts talks with North Korea, the DPRK's goals for those talks will include: gaining U.S. acceptance of Pyongyang's nuclear status, enticing the U.S. to enter into "arms control" talks, using those talks to achieve Washington's recognition of the DPRK's nuclear status, seeking to get the U.S. to put its tactical and strategic forces that protect the ROK on the negotiating table, driving a wedge between the U.S. and the ROK, and undermining the U.S.-ROK alliance.”
트럼프 “한국은 ‘머니 머신’”∙∙∙국익 우선
미국 대선 결과가 미한 동맹에 미칠 영향도 주목됩니다.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인식하는 글로벌 정세 판단과 북러 협력을 포함해 점증하는 글로벌 안보 위협 아래에서 군사력 증강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두 후보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인 동맹 관계에 대한 접근 방식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정부를 계승하는 해리스 부통령은 동맹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맹 관계에서도 미국 국익을 우선하며 동맹의 책임 분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한 동맹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Donald Trump has questioned the value of the U.S.-ROK alliance, and more generally included the ROK on that list of countries that he regards as getting a ‘free ride’ when it comes to paying its ‘fair share’ in terms of burden sharing.”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5일 ‘시카고 경제클럽’에서 ‘블룸버그’ 통신 존 미클스웨이트 편집국장과 진행한 대담에서 “그들(한국)은 ‘머니 머신(현금 자동 지급기)’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가 그들을 북한과 다른 사람들로부터 보호해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전 대통령] “They have a money machine. We protect them from North Korea and other people. North Korea is very nuclear. I got along with them very well, Kim Jong-un. But they don’t pay us anything. And I said, this is crazy.”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학 동아시아학 교수는 23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맹을 일종의 거래 관계로 보고 있다”며 “동맹이 미국이 보호해주는 대가로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교수] “He sees them as sort of transactional relationships in which people pay us or should pay us the United for protecting them. He doesn't understand that alliances were built, constructed to reflect our national interests actually more so than those of our allies to be honest about it.”
하지만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담당 국가정보분석관은 24일 VOA와의 영상통화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맹들이 자국 국방에 더 많이 기여하기를 기대할 수는 있지만, 동맹의 가치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동맹이나 해외 주둔 미군의 근본적 목적이 순식간에 뒤집힐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전 분석관] “But I certainly do believe that President Trump sees the value of these types of conversations and having allies as there's no sense I have that the very fundamental purpose of having allies or US troops abroad would be overhauled or instantaneously overturned the minute that a potential President Trump took office.”
해리스 “북한 위협 맞서 DMZ 방문∙∙∙동맹 중시”
반면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동맹 협력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 대외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교수] “She's put a lot of emphasis on the importance of alliances in her campaigning. She's also during her time as Vice President, she's been very involved on many levels in the management of our alliances in Europe and in Asia.”
스나이더 교수는 “해리스 부통령이 선거 운동에서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며 “부통령 재임 중에도 유럽과 아시아 지역 동맹 관리에 여러 방면으로 깊이 관여해 왔다”고 평가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도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의 모든 군사 동맹에 대한 강력한 헌신과 지지, 그리고 이러한 동맹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왔다”고 평가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Kamala Harris has made clear her strong commitment to and support for all of America's military alliances, and her determination to further strengthen those alliances.”
해리스 캠프는 지난달 홈페이지에 ‘새로운 앞길’이란 제목으로 주요 정책을 공개하면서 북한 등 한반도 문제와 역내 현안에 대한 해리스 후보의 입장을 소개했습니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의 주요 외교 활동 중 하나로 한국의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꼽으면서 “북한의 위협에 맞서 한국에 대한 우리의 흔들리지 않는 공약을 확인하기 위해 DMZ를 방문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위협에 미한일 협력 계속될 것”
두 후보의 동맹에 대한 수사는 다를지라도 점증하는 글로벌 안보 위협 아래서 동맹과의 협력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습니다.
여 석좌는 “해리스 정부에서는 미한일 3국 협력이 계속될 것이며, 트럼프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여 석좌] “I certainly Harris under Harris will see a continuation of US Japan Korea trilateral initiatives I think under Trump as well too I've, I feel like those things will continue. There's people that are around Trump Senator Hagerty. There's also some conservative thinkers that believe that the trilateral and US alliances with Japan and Korea are useful to challenge China.”
또 “트럼프 전 대통령 주변에는 미한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빌 해거티 공화당 상원의원을 비롯해 3국 협력과 미일, 미한 동맹이 중국에 대항하는 데 유용하다고 믿는 보수 성향의 인물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은 “근본적으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중국이 역내와 국제 체제에 가하는 위협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해리스와 트럼프 행정부 모두 한국에 협력을 기대할 가능성이 높으며, 중국과 타이완 갈등은 한반도에 즉각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 “Most importantly, perhaps, is that Xi Jin-ping's future actions and goals, to include those related to Taiwan, are not likely to be influenced significantly by who is in the White House. Both the Harris team and the Trump team will likely have high expectations for cooperation on this issue from Seoul.”
“타이완 접근법 다를 수도”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시진핑 중국 주석과 그의 ‘철권통치’에 대한 찬사를 거듭 밝혔다”면서 “타이완 방어에 대한 회의와 타이완이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Trump has recently reiterated his admiration for Xi Jinping and his ‘iron-fisted’ rule over his people. He has also reiterated his skepticism about defending Taiwan and the need for Taiwan to ‘pay’ for its defense. None of these things bodes well for America's allies in the region and for their confidence in the commitment the United States has made to defend them.”
스나이더 교수는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의 대중국 및 타이완 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과 타이완 충돌 시 타이완을 방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교수] “I don’t see any major change in US policy toward China and Taiwan if Harris wins. (중략) If Trump wins, there will be chaos and confrontation with China over trade. (중략) I saw he repeated this in recent days — that he would not act in defense of Taiwan in case of a confrontation with China.”
여 석좌는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적 모호함을 유지하면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변경하지 않고 타이완에 충분한 약속과 안보 보장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때때로 타이완 방어에 대해 보다 냉담한 태도를 보이며 추가적인 안보 공약을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 VOA가 준비한 기획 보도, 다음 시간에는 미국 대북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제언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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