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투병을 러시아에 파견한 가운데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여부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공급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어제(24일)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윤 대통령은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이어 가진 공동 언론발표에서 “우리 두 정상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과 도발, 러시아와의 불법 군사협력을 강력한 어조로 규탄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유엔 헌장과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한반도와 유럽을 넘어 전 세계의 안보를 위협하는 도발”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북한이 특수군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한다면 단계별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또 한반도 안보에 필요한 조치들을 검토해놓고 시행해나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관련해 “살상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가지고 있었는데, 북한 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그런 부분에서도 더 유연하게 검토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저는 대한민국이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러북 군사협력의 진전 여하에 따라 단계별로 국제사회와 함께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진행자) 윤 대통령의 발언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북러 군사협력 수준이 선을 넘고 있다는 위기 의식이 느껴지는데요. 특히 러시아에 대한 강한 경고라고 봐야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비록 러시아가 북한과의 협력이 한국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북한 군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될 경우 한국으로선 상응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현 상황의 윤 대통령 메시지는 북러가 선을 넘지 않는 것을 관리하는 상황의 메시지로 보여져요. 인민군이 전선에 투입되는 경우 이걸 지금 막기 위한 메시지라고 보여지고요. 만일 인민군이 전선에 투입되면 살상무기도 방어용이 있고 공격용이 있고 거기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거든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북한 군의 우크라이나 전장 투입 가능성은매우 높다면서 북한 군 파병 사실을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북한 군의 러시아 파병이 한국에게는 어떤 위협이 되는 건가요?
기자) 북한과 러시아는 북한 특수부대 ‘폭풍군단’의 10개 여단 중 1만 2천명에 해당하는 4개 여단을 러시아에 파병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국정원에 따르면 이미 일부 병력은 러시아로 들어갔고 순차적으로 수송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폭풍군단엔 저격수 부대, 공수부대 등으로 구성된 여단들이 편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이번 파병을 통해 전쟁터에서 실전경험을 쌓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한범 박사는 현대전을 실제 경험한 파병 군인들은 북한으로 돌아가 그 노하우를 각 부대에 전할 수 있고 이는 한반도 유사시 한국에게 큰 위협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군은 또 이번 전쟁에서 정찰용과 공격용 드론이 많이 쓰이고 있는 만큼, 실전에서 자신들의 드론을 사용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북한이 지난해 7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무인기 ‘샛별-4형’과 ‘9형’을 보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 군 파병이 향후 북러 군사협력 수준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향후 북러 군사협력이 한반도 군사력 판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한국 정부가 크게 우려하는 대목입니다.
장용석 박사는 북한 군 참전이 현실화하고 한국이 상응 조치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직접 공급하는 방향으로 사태가 전개되면 러시아의 대북 군사협력의 폭과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김정은이 목을 메고 있는 재래식 전력 강화 차원에서 러시아가 할 수 있는 게 대단히 많다, 결국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균형을 결정적으로 바꾸는 게 될 수 있고 또 재래식 무기는 사용 가능한 무기라는 점에서 한반도의 군사적 불안정을 급격하게 고조시킬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안보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선 이전과는 다른 엄중함들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들죠.”
진행자)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러시아가 유사시 상호 군사원조 조항이 들어있는 북러 조약을 최근 비준한 데 대한 입장을 내놨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북한 군의 러시아 파병에 이어 러시아 하원이 북러 조약을 비준한 데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외교부는 25일 “정부는 러북 간 군사협력에 대해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단호히 대처해 나가는 가운데, 러북 군사협력 진전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며 즉각적인 북한 군 철수와 불법적 협력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앞서 러시아 하원인 국가두마는 24일 러시아와 북한이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같은 날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결산 기자회견에서 북러 조약에 들어있는 상호 군사원조 관련 조항을 언급하며 “북한과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두진호 박사는 러시아는 북한과의 관계를 사실상의 동맹관계로 격상시키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두 박사는 북한 군의 전선 투입은 적응훈련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관련국들의 외교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두진호 박사] “다음달 미국 대선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배 그리고 러시아 북한의 동맹 수준과 북한 특수작전군의 실질적인 군사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미 대선 결과도 잘 지켜보며 대응해야 되겠습니다.”
한편 한국 국가정보원은 다음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연합(EU)에 북한의 러시아 파병 관련 동향을 설명하기 위한 정부 대표단을 벨기에에 파견한다고 25일 밝혔습니다.
대표단은 28일 북대서양이사회(NAC)와 EU 정치안보위원회(PSC)에서 파병 관련 북한의 움직임을 설명하고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면담도 할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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