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폭파한 경의선 도로 일대에서 대규모 공사 흔적이 포착됐습니다. 요새화 공사로 추정되는데 이로써 한국에서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 완전히 차단될 것으로 보입니다. 노시창 기자와 더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폭파한 경의선 도로에서 새로운 변화가 포착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경기도 파주와 개성공단을 잇는 경의선 도로를 촬영한 20일 자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된 내용인데요. 지난 15일 북한이 폭파한 경의선 북한 쪽 도로의 시작점 부분에 흙바닥으로 된 가로 135m, 세로 115m의 사각형 모양의 지대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최초 폭파 이후 약 닷새 만의 변화군요?
기자) 네, 폭파가 이뤄진 15일과 다음 날인 16일엔 이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자료가 없습니다. 그래서 직후 상황은 알 수 없는데요. 대신 17일 자 위성사진에선 이곳 도로를 가로지르는 약 100m 길이의 긴 지대가 포착됐습니다. 그런데 사흘이 지난 20일엔 그 100m 길이의 지대가 더 길어지고, 반대편으로는 넓어지면서 대형 면적의 사각형 지대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위성사진의 화질이 낮아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긴 어렵지만 지대의 한국 쪽 방향 끝부분에는 검은색 그림자가 식별되는 점으로 볼 때 방벽 등 구조물이 세워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북한 쪽으로 이어지는 도로도 기존 아스팔트 색인 회색에서 황토색으로 변해 있습니다. 이는 아스팔트가 해체되면서 아래에 있던 흙바닥이 드러나며 생긴 현상으로 풀이됩니다.
진행자) 이곳의 상황, 시간순으로 한번 짚어볼까요?
기자) 네, 이번 사안은 북한 군 총참모부의 지난 9일 보도문으로 시작됐습니다. 당시 총참모부는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 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어 15일 정오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군이 경의선과 동해선 일대에서 “폭파 행위를 자행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폭파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위성사진 자료로 볼 때 북한이 폭파한 지대에서 정지작업을 하며 구조물을 세우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진행자) 사실 북한이 폭파한 도로에는 한국의 자금이 투입됐는데요. 적지 않은 금액이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해당 철도와 도로 재연결은 2000년 김대중 한국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첫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한의 합의로 공사작업을 거쳐 이뤄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의 구병삼 대변인은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와 도로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진행되어 온 대표적 남북 협력사업으로 북한 요청에 의해 총 1억3천290만 달러에 달하는 차관 방식의 자재 장비 제공을 통해 건설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돈’ 이상의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남북 분단으로 단절됐던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그리고 철도와 함께 난 육상 도로의 재연결은 그간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변화가 포착된 경의선은 개성공단으로 이어지는 주요 길목이었잖아요? 이번 폭파와 요새화 작업은 남북 간 왕래를 더욱 어렵게 만들겠군요?
기자) 네, 북한이 폭파를 감행한 곳은 남북 군사분계선과 맞닿은 지점의 북한 쪽 부분입니다. 이곳을 따라 한국 쪽으로 약 1.7km 떨어진 곳에는 한국 파주의 ‘도라산역’이 있고요. 반대로 북한 쪽으로 약 3km 이동하면 개성공단 출입구가 나옵니다. 따라서 과거 개성공단이 운영되던 시절 한국 측 직원이나 정부 관계자가 왕래하던 유일한 길이 폭파로 가로막힌 데 이어, 이제는 요새화 공사로 통행이 더 어렵게 된 것입니다.
진행자) 최근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여러 개선 작업을 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북한이 자체적으로 개성공단을 가동하려는 것일까요?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최근 개성공단에서는 많은 변화가 포착되고 있습니다. 변화를 하나씩 살펴보면요. VOA는 최근 북한이 개성공단 도로에서 횡단보도 21곳을 새롭게 도색하고, 한국 기업 소유 부지에서 대규모 정지 작업을 진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이보다 앞선 지난 6월엔 개성공단 내 한 부지에 가로 50m, 세로 10m 규모의 건물을 짓기 시작해 최근 완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울러 최근 1년 간 개성공단 내 공장 부지와 도로, 공터에선 버스와 승합차, 트럭 등이 발견되고, 일부 공장에선 자재가 없어지거나 나타나는 등의 움직임이 확인됐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을 개성공단에 대한 재가동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이 김정은 위원장의 ‘지방발전 20X10 정책’의 일환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방발전 정책은 20개 시와 군에 10년 간 현대적인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에 따라 개성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현재 공장이 지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성에는 이미 한국이 만든 현대적인 공장이 지어져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하는 차원이 아니겠는가’라는 분석이 나온 것입니다.
진행자) 이번 폭파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어떤 입장을 냈나요?
기자) 네, 앞서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북한의 남북 연결도로 폭파와 관련해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동맹인 한국과 긴밀한 공조 아래 북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이 긴장을 완화하고 충돌 위험을 증가시키는 모든 행동을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으며, 대화와 외교로 복귀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당시 국무부 대변인은 관련 사안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도 미국 정부는 긴장과 우발적 확전을 줄이기 위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면서,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대화로 복귀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노시창 기자로부터 북한 경의선 도로에서 포착된 대규모 공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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