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통일은 경제적인 이해득실을 떠나 도덕적인 의무, 가치 지향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한국 통일부 장관이 말했습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은 17일 “통일의 목표는 한반도의 모든 사람이 자유와 인권을 누리는 것”이라며 “통일은 도덕적 의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 장관은 이날 워싱턴 D.C.의 조지워싱턴대에서 열린 특별 강연에서 최근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상황과 한국의 통일 정책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녹취: 김 장관] “통일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개개인 모두가 자유와 인권과 번영을 누리는 것입니다. 통일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남북관계의 어젠다의 하나가 돼야 합니다.”
김 장관은 “북한의 열악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북한 당국에 개선을 촉구할 경우 그런 주장이 북한 당국을 불편하게 해서 남북 대화를 저해할 것이란 주장이 있었지만, 그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 장관은 최근 한국 젊은이들이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통일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인들에게 통일은 도덕적 의무”라며 “통일은 경제적인 이해득실을 떠나서 도덕적인 의무, 가치 지향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 장관] “통일이라고 하는 것도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본다면, 자유세계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나 국제사회에 있는 시민들이 한국의 통일문제라고 하는 것을 도덕적 의무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된다."
“통일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 극복 가능”
김 장관은 통일 비용 등 논란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분단된 상태에서 대한민국이 지난 70년간 민주화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뤘다”면서 “그런 한국인들의 역량이라면 통일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어려움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장관은 또 “김정은 정권은 세습적 독재 권력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덩샤오핑이 1978년 전임자인 마오쩌둥을 비판하고 개혁 개방으로 나아갔고, 베트남도 1986년 그 당시 젊은 지도자들이 전임자들을 비판하면서 도이머이 개혁 개방 정책을 펴나갔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권력을 세습 받았기 때문에 전임자들을 비판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면서 북한이 처한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또 철도 등을 통한 남북 간 교류 가능성과 관련해선 “남북 간 철도가 열리고 교류가 활성화한다면 통일 과정에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남북 간 단절에 나선 것으로 봐서는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 장관] “북한은 최근 적대적인 두 국가론을 내세우면서, 북한 주민들의 한국 사회에 대한 동경심을 차단하기 위해서 완전히 지금 휴전선 일대에 철조망을 쌓고, 방벽을 쌓고, 과거 일부 놓았던 경의선, 서해안의 경의선과 동해안의 경원선 철도도 폭파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렇기 때문에 방금 말씀하신 그런 방향으로의 남북관계 개선은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김 장관은 흡수통일 논란과 관련해선 “대한민국 정부는 흡수통일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러나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의 존재는 북한 정권에는 위협이 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북한 정권은 대한민국이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음에도 자유와 풍요로운 대한민국의 존재 때문에 흡수통일 당할 것이라는 강박 관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갈수록 도를 더해가는 북한의 적대적인 태도 역시 북한 주민의 통일에 대한 열망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입니다.
김 장관은 이어 “한국 내에도 통일 방법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국인들이 합의한 게 하나 있는데, 대한민국 헌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헌법에)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평화통일을 이룩해야 된다고 명시돼 있다”면서 “우리가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고, 그런 원칙에 서서 통일을 추진해 나간다면 궁극적으로 통일과 관련해서도 국민적인 컨센서스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주민 정보 접근권은 기본적인 알 권리”
김 장관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 제79주년 광복절을 맞아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김 장관은 8∙15 통일 독트린의 통일 방안 중 하나로 제시한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권 확대와 관련해선 “북한 주민들의 외부 정보에 대한 접근권은 북한 주민들이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알 권리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북한 주민들이 이 자유를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북한 정권이 자원을 왜곡 분배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하고, 그럼으로써 북한 경제가 악화하고 주민들이 식량난을 겪는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북한 당국의 정책, 행동, 태도 변화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장관은 또 최근 경기도가 대북 전단 살포를 단속하기로 하는 등 대북 전단 살포를 놓고 한국 내에서 갈등이 계속되는 것과 관련해선 “남북관계발전법에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조항은 헌법재판소에서 표현의 자유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은 지금까지 약 30회에 걸쳐 6천 개가 넘는 오물풍선을 살포했다”면서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는 매우 비열하고 전례가 없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현재 탈북민들의 전단 살포와 관련해선 ‘2kg 이상의 물체를 매달아 날릴 경우엔 항공안전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법적 규정이 있어 일부 단체가 현재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항공안전법과 같은 법에 근거해 전단 문제가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장관은 미한일 북한인권 3자회의 등 고위급 국제통일대화를 위해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의 일정으로 워싱턴을 방문 중입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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