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오늘(11일)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적 군사 협력을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노동당 창건 기념행사를 통해 러시아와의 밀착을 과시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행한 발언부터 전해주시죠.
기자) 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라오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참석해 “러시아와 북한의 불법적 군사 협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욱 장기화시키고 있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지켜내기 위한 연대를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한국은 우크라이나 평화연대 이니셔티브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인도, 재건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해 나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남중국해에서 유엔해양법협약을 포함한 국제법 원칙에 따라 항행과 비행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동아시아 정상회의는 어떤 나라들이 참가하는 회의인가요?
기자) 동아시아 정상회의는 아세안+3을 확대한 별도 대화포럼으로, 아세안+3에 들어있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여기에 미국과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인도까지 회원국으로 참가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러시아와 중국 대표단이 참석한 회의에서 양국이 각각 가장 민감해하는 북러 협력과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한 겁니다.
다만 이번 회의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윤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서 북한과 관련해선 언급이 없었나요?
기자) 윤 대통령은 “북한은 오로지 정권의 안위를 위해 주민의 민생과 인권을 탄압하고, 핵으로 같은 민족을 위협하고 있다”며 “북한의 행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동북아시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의 평화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비핵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개발과 도발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8·15 통일독트린은 자유롭고 열린 통일한반도의 비전을 제시한 것으로서 북한 땅에 자유의 기운을 불어넣고 북한 주민들에게 바깥세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지를 부탁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북한에선 노동당 창건 79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고요. 주목할만한 대목이 있나요?
기자)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당 중앙간부학교에서 열린 당 창건 79주년 경축공연과 경축연회에 참석했다고 11일 보도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가 김 위원장의 ‘개인초청 손님’으로 참석했고 마체고라 대사는 경축연회 헤드테이블에 김 위원장과 함께 앉았습니다.
김인애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의 11일 브리핑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김인애 부대변인] “이번 당 설립 79주년 행사에서 러시아대사를 국가수반 개인 손님으로 초청했는데 이와 같은 외국 대사에 대한 국가수반 개인 명의 초청은 이례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그럼 이번 행사에 초청된 외국 대사는 마체고라 대사뿐이었던 건가요?
기자) 한국 정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만, 일단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매체의 보도 내용이나 행사 사진에 다른 외국 대사 모습이 포착되거나 언급되지 않은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북한을 떠나 아직 복귀하지 않은 외국 대사들은 그럴 수 있지만 중국대사가 참석하지 않은 점에 대해선 주목하고 있습니다.
북중 수교 75주년인 점 등을 감안할 때 현재의 북중 관계가 그만큼 불편하다는 방증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입니다.
[녹취: 홍민 박사] “왜 중국대사를 안 부르냐, 이 당 창건 행사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의외로 중국을 초청하지 않은 부분을 어떻게 봐야 되느냐, 그러니까 최근에 어떤 관계 소원함이라거나 양측에 외교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내부적 갈등, 뭔가 서로간의 상당히 오해와 불신이 잠재돼 있는 부분들이 여기에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냐는 생각이 들고.”
진행자) 그렇군요. 북한이 이번 행사를 통해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를 대외적으로 다시 한 번 과시한 셈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의 그런 의도는 연회장 헤드테이블 좌석 배치에서 한층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헤드테이블엔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양옆에 딸 김주애와 최선희 외무상이 자리했고 최 외무상 바로 옆자리에 마체고라 대사가 앉았습니다.
헤드테이블엔 또 조용원 당 조직 담당비서와 조춘룡 당 중앙위 군수공업부장, 노광철 국방상, 김정식 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헤드테이블에 국방 군수 담당 핵심 인사들이 앉은 것은 북러 군사 협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여기엔 조춘룡과 김정식 제1부부장을 앉혔으니까 어쨌든 이게 대외 메시지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인데, 김 부부장은 러시아도 비공개 방문을 했었죠, 저번에 전람회도 갔었고. 아마도 지금 북러간 진행되는 군수 지원 등 이런 부분에서 김정식이 개입하는 부분이 크니까 헤드테이블에 앉히지 않았나 싶습니다.”
홍민 박사는 당 서열이 더 높은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자리가 헤드테이블 옆 테이블로 밀렸다며, 이는 김 위원장의 핵심 관심사가 국방과 외교라는 점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한편 북한이 또 쓰레기 풍선을 살포했다는 소식이 있군요. 전해주시죠.
기자) 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10일 밤부터 11일 오전까지 40여개의 쓰레기 풍선을 띄웠고 강원도 철원 지역에서 낙하물 여러 개가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낙하물은 종이류와 비닐 등 생활쓰레기로, 안전에 위해가 되는 물질은 없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북한은 지난 5월 이후 이번까지 총 27차례 쓰레기 풍선을 살포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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