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인민회의 개최를 앞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포병학교를 찾아 사격훈련을 지도했습니다. 영토 조항을 새로 넣는 개헌을 예고한 가운데 한국을 위협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포 사격훈련 현지지도에 나섰다고요?
기자) 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오진우 포병종합군관학교 제75기 졸업생들의 포 실탄사격훈련을 현지지도했다고 6일 보도했습니다.
이번 포병학교 현지지도는 지난달 초 김 위원장이 이 학교를 현지시찰했을 때 졸업생 실탄사격을 보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오진우 포병종합군관학교의 소재지와 김 위원장의 방문 일자는 보도에 적시되지 않았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포 실탄사격은 가상전투 상황에 따라 진행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실탄사격 결과에 만족을 표시하면서 “학교에서는 작전전투지대의 실정에 맞게 빨치산전법을 부단히 연마해 신속한 기동전, 기습전으로 적들을 격멸소탕하는 데 중심을 두고 포병교육의 질적 수준을 제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무자비하고 처절한 포화로써 조국의 영토를 보위할 포병군관학교 학생들의 멸적의 기상이 만장약된 포탄들이 연이어 목표를 타격했다”고 훈련 모습을 소개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사격훈련에 쓰인 무기체계는 어떤 건가요?
기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육지에서 해상을 향해 포를 쏘는 훈련 장면을 담은 사진 여러 장을 보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진에 보이는 무기를 지상 견인형 곡사포인 152mm 곡사포로 추정했습니다.
러시아 D-20 152mm, 중국의 66식 곡사포와 같은 계열로 분류되는 무기체계로, 한국의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수도권을 위협하는 장사정포의 일종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 제4군단 관할 지역인 황해남도 장연군 제27포연대 견인곡사포포병대대에 152mm가 배치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장연군 쪽에 27 포연대가 이 152mm를 주력 배치하고 있는데 이게 사거리상으로 보면 24km면 수도권도 타격 대상이 되고 해역으로 보면 서해 5도는 다 타격권 안에 들어오는 거죠.”
진행자) 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이번 행보는 어떤 의도에서 이뤄진 걸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이번 포병학교 실탄사격 현지지도가 영토 조항을 신설하는 개헌을 예고한 가운데 7일 열린 최고인민회의를 염두에 둔 행보로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북한이 새 영토 조항을 넣는다면 한국의 NLL을 부정하고 이를 넘어선 해상국경선을 일방적으로 설정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박용한 박사입니다.
[녹취: 박용한 박사] “북한은 기본적으로 NLL을 부정하면서도 사실 남북관계 좋을 땐 다소 완화된 조치를 하다가도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도발하기 때문에 결국 해상 도발 가능성이 가장 크죠. 그리고 북한이 해상도발할 때 그런 포들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런 긴장감을 주는 측면이 크죠.”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월 15일 시정연설에서 개헌을 예고하면서 “불법 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영공·영해를 0.001mm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 도발”이라고 위협한 바 있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한국의 압도적 해군력 때문에 북한은 포병에 의존해 서해 남북한 접경수역을 분쟁 수역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헌법에 규정하게 되면 분명히 해상국경선을 그을 거거든요. NLL을 부정하고 NLL 안쪽으로 들어올 것이고 그런데 본인이 0.001mm라도 침범하면 전쟁으로 간주한다고 선언을 했기 때문에 그 말의 구속을 받고 있는 거에요. 모종의 행동을 해야 되거든요.”
진행자) 그렇군요, 김 기자, 한국 정부와 군 당국도 이번 최고인민회의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정부는 7일 개최가 예고된 북한 최고인민회의에 대해 “현 단계에서 예단하지 않고 지켜보겠다”고 말했습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헌법 개정 그리고 적대적 2국가와 관계된 조치들이 예상된다”며 “최고인민회의 결과가 공개될 시점과 관련해선 “7일 하루에 끝낼지 8일까지 할지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2년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최고인민회의는 모두 19차례 열렸는데 대부분 하루만에 끝났고 이틀에 걸쳐 열린 건 5차례였습니다.
북한은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김 위원장이 예고한 헌법 개정 사항인 한국 주적 명기, 통일 관련 표현 삭제, 영토·영해·영공 조항 신설 등을 공식화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대통령실은 앞서 6일 북한 개헌 대응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기간 북한의 헌법 개정이 예상됐기 때문에 사전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 회의를 했고, 필요한 조치 사항을 대통령에게 보고해 승인받은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이런 가운데 북한이 또 다시 한국을 향해 쓰레기 풍선을 날렸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7일 새벽부터 오전까지 대남 쓰레기 풍선 120여 개를 부양했고, 경기 북부와 서울 지역에서 80여개의 낙하물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은 “확인된 풍선 내용물은 종이류와 비닐, 플라스틱병 등 생활쓰레기”라며 “분석한 결과 안전에 위해가 되는 물질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풍선 살포는 지난 4일 이후 사흘 만에 이뤄진 것이고 지난 5월 말을 시작으로 25번째입니다.
진행자) 북한의 풍선 도발이 이처럼 일상화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한동안 뜸했던 한국 민간단체들의 공개적인 대북 전단 살포 움직임도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납북자가족모임의 최성룡 대표는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와 강원도 고성군 거진 앞바다에서 각각 이달 중순과 다음달 중에 납북자 생사와 소재 확인, 그리고 송환을 촉구하는 대북 전단 총 10만 장을 살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최 대표에 따르면 전단엔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납치된 우리의 가족을 아시는지요’라는 제목 아래 납북자 가족의 고통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과 함께 한국인 고교생 납북자 5명, 최 대표의 부친 최원모 씨, 일본인 납북자의 상징으로 김영남과 결혼한 요코타 메구미 등 납북자 7명의 이름과 사진이 함께 실렸습니다.
납북자가족모임은 이달 중순 통일대교에서 개최할 전단 살포 행사를 앞두고 집회신고서를 파주경찰서에 8일 제출할 예정입니다.
최 대표는 풍향 예보에 따라 살포 일자를 결정해 언론 등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풍선 도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런 공개적인 전단 살포 행동이 한국에서 논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기자) 한국에선 지난해 대북 전단 처벌법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진 뒤 민간단체의 대북 살포가 재개됐지만 북한의 원점 타격 위협, 반대 단체와의 충돌 가능성 등을 고려해 비공개 살포하거나 살포 후 공개하는 관행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최성룡 대표는 납북자 문제를 철저히 외면하는 김정은 정권과 해결 노력이 미흡했던 한국 정부 모두에 경종을 울리고 국민의 관심을 호소하기 위해 공개적인 전단 살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대표는 납북 당시 고교생이었던 아들들의 어머니들 가운데 일부는 나이 아흔이 넘었다며, 수십년을 인내한 가족들이 마지막이라는 심경으로 나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성룡 대표] “오물 풍선에 대한 대응이 아니고 우리 가족의 마지막 남은 호소에요. 국민들도 좀 동참해달라 이 할머니들이 소원을 풀게 해 달라, 어떻게 보면 반절은 국민들한테 호소하는 것이고 반절은 김정은한테 빨리 해결하라고 추궁하는 거에요.”
조한범 박사는 그러나 남북한 심리전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공개 전단 살포는 자칫 접경 지역에서 무력충돌 등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고, 공개 살포를 하게 되면 북한 군과 주민들에게 비상경계령이 떨어지면서 해당 전단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며 자제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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