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억류 피해자인 케네스 배 씨가 북한을 상대로 제기한 소장이 거의 4년 만에 워싱턴으로 반송됐습니다. 북한이 국제 우편물 수신을 거부하는 상황이 다시 한 번 확인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케네스 배 씨가 북한 정권을 상대로 제기한 소장이 워싱턴 DC로 반송됐습니다.
미국 연방법원 전자기록시스템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 서기관실은 최근 재판부에 배 씨 측의 소장을 담은 우편물이 반송됐다며 해당 우편물의 사진을 법원 문건으로 등록했습니다.
3년 8개월 만에 반송
배 씨는 2012년 북한에 억류됐다가 2년 만에 풀려났으며, 2020년 8월 정신적·신체적 고통에 대한 책임을 북한 정권에 묻는 민사 소송을 워싱턴 DC에서 제기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 서기관실은 2021년 2월 소장과 한글 번역본, 소환장을 평양 외무성에 일반 우편으로 보냈습니다. 수신인은 당시 외무상 리선권으로 지정됐습니다.
하지만, 소장은 약 3년 8개월이 지난 후 워싱턴으로 반송되었습니다.
반송된 우편물에는 중국어로 “우편 경로 차단”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이는 해당 우편물이 중국 혹은 중국어를 사용하는 지역까지는 도달했으나 북한으로는 전달되지 못했음을 시사합니다.
국제 우편망 단절
이번 사건은 현재 북한으로 우편물을 보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재확인시켰습니다.
그동안 국제 우편 서비스인 DHL을 통해 북한에 법원 문건을 전달하는 사례가 있었으나, DHL은 2020년부터 유엔이나 외교 목적이 아닌 모든 우편물에 대한 북한 서비스 제공을 중단했습니다.
다른 우편 서비스 업체인 페덱스(FedEx) 등도 이미 북한을 ‘배달 불가’ 지역으로 지정한 상태입니다.
이제 우체국을 통한 시도마저 실패함에 따라 북한과 국제사회 간의 모든 우편 경로가 끊긴 상황입니다.
소셜미디어∙이메일 통한 송달 허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 씨 측은 소송 고지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 재판부의 허가를 받아 뉴욕에 있는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에 소송 관련 문서를 우편으로 보냈고, 이 절차는 정식 소송 고지로 인정받았습니다.
또한,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의 공식 엑스(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북한의 피소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는 재판부가 소셜미디어와 이메일을 통한 소송 고지를 허가한 데 따른 조치였습니다.
미국 법원은 이처럼 대북 소송 관련 고지를 우편물이 아닌 대체적인 방식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케네스 배 씨 외에도 일본 적군파 테러 희생자 유족들이 같은 방법으로 소송 고지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북한에서 훈련받은 일본 적군파 요원의 테러로 사망한 카르멘 크레스포-마티네즈의 유가족을 포함해 부상자와 그 가족 등 131명은 2022년 북한 정권을 상대로 약 40억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북한은 적군파의 테러 계획을 지원하고 일부 테러범들을 훈련시킨 배후로 지목되어 피고로 포함됐습니다.
미국 연방법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근거로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1988년 최초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뒤 2008년 해제됐지만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현재까지 이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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