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정찰위성을 통해 미국 핵 잠수함의 부산 입항을 포착했다고 주장한 가운데 정찰위성 없이도 북한의 민감한 군사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민간 위성사진에 북한의 잠수함 기동 장면이 선명히 찍혔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잠수함 건조 및 운용의 거점으로 알려진 함경남도 신포 조선소 인근 해상에서 약 76m 길이의 잠수함이 수면 위로 드러난 모습이 선명하게 포착됐습니다.
지난해 10월 19일 ‘구글 어스’ 위성 사진에 찍힌 것인데, 잠수함에서 연기가 배출되는 것도 확인됩니다.
북한 잠수함 대부분이 디젤 연료 추진 방식임을 고려할 때 기동 중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디젤 잠수함은 수면 위에서 기동을 위해 엔진을 가동하거나 배터리를 충전할 때 연기를 배출하는데, 잠수함 뒤로 옅은 파도와 물결이 인 흔적이 발견되는 점으로 미뤄 이동 중인 장면이 포착된 것으로 보입니다.
신포 조선소 동향, 민간 위성으로 모두 볼 수 있어
이 같은 북한 잠수함의 기동 장면은 연도 별로 수차례 확인됩니다.
이 뿐만 아니라 군사 시설인 신포 조선소 내 동향도 구글 어스나 플래닛 랩스 등 민간 위성을 통해 모두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신포 조선소에 정박 중인 북한 잠수함의 길이와 상태, 잠수함 진수 또는 수리를 위한 ‘드라이 도크’의 변화, 인근 먀양도에서 출격 대기 중인 잠수함 및 군함과 보수 중인 잠수함의 모습들을 일일 단위로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앞서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4일 담화를 통해 미국 핵추진 잠수함인 버몬트함의 한국 부산 입항을 ‘항공우주정찰소’가 포착했다면서, 핵잠수함이 지난 23일 10시 3분 10초에 입항한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핵잠수함의 입항 시간을 분초 단위까지 포착했다고 밝힘으로서 지난해 11월에 쏜 군사위성 만리경 1호의 정찰 역량을 과시하고 한국의 주요 군사 시설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고 주장하려는 의도라는 평가입니다.
북한은 이처럼 한국의 주요 군사 시설을 정찰 위성을 동원해 촬영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 잠수함의 기동 장면과 주요 시설의 동향은 굳이 정찰위성을 따로 띄우지 않아도 이처럼 상업 위성을 통해 상세히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특히 상업용 민간 위성보다 성능이 훨씬 더 우수한 군사 정찰 자산을 보유한 미국과 한국 군 당국이 유사 시 북한의 군사 역량을 더욱 정밀하게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구글 어스와 같은 상업용 위성의 해상도는 일반적으로 약 30cm 수준으로 제한 돼 있으며, 국제 규제에 따라 선진국의 군사 정찰 위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해상도를 갖고 있습니다.
30cm의 해상도는 수백 km 상공에서 지상에 있는 30cm 크기의 물체를 정확히 식별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민간 위성사진만으로 북한 정보 수집에 무리 없어”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25일 VOA와의 통화에서 "30cm는 우주에서 촬영한 사진에서 그 정도의 크기의 개별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최고 수준의 해상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밴 디펜 전 부차관보] "Well, it's 30 centimeters you know, that means that in the imagery taken from space you can determine individual objects that are that sized. So that's pretty good imagery. It's the best commercially available imagery. The US and probably Russian and Chinese governments would probably have better resolution. But at 30 centimeters that's pretty good and so you could definitely gather a lot of meaningful information about facilities in vehicles and activities in say gather information about North Korea."
그러면서 미국 등 위성 선진국 정부는 더 좋은 해상도를 갖고 있겠지만 민간 위성사진만으로도 북한의 시설이나 활동에 대한 의미 있는 정보 수집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첫 독자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한국도 30cm 정도 수준의 해상도를 갖고 있다고 군 당국이 발표했으며, 미국의 전문가들은 ‘군사적 효용성을 갖춘 훌륭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이 지난해 발사에 성공한 정찰위성 만리경 1호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고화질의 위성 사진을 찍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위성의 크기가 위성사진의 해상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소형 위성인 만리경 1호는 해상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밴 디펜 전 부차관보] “Based on the relatively small size of the satellite given the capabilities of the launch vehicle it's probable that the resolution is modest. My guess it was no better than a resolution of a couple of meters. That's because this satellite is a lot smaller. And so it can't have optics that are as large it can't have as many sensors. The guess that I've made is that it's probably no better than three meters.”
특히 최소한 1m 미만의 ‘서브미터’급 해상도를 갖춰야 군사정찰 위성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북한의 기술 수준을 토대로 분석하면 북한의 해상도는 3m 수준을 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11월 만리경 1호가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와 백악관, 미국 국방부 펜타곤을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고 밝혔고, 이번에도 미국의 전략자산인 핵잠수함의 부산 입항을 포착했다고 주장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사진을 공개한 적은 없습니다.
밴 디펜 전 부차관보는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대로라면 북한의 정찰위성은 미국의 민간 위성과 비교해도 10배 가까운 해상도 차이를 보이는만큼 미국 전략자산의 움직임을 ‘확인’했다는 것 이상의 군사적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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