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고중량 고위력의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내 미한 두 나라 지하 군 지휘부 공격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어제 시험발사한 미사일을 공개했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미사일총국이 18일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 시험발사와 개량형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고 19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4.5t급 초대형 상용 탄두 즉 재래식 탄두가 장착된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중등사거리 320km의 목표명중 정확도와 초대형 탄두 폭발위력을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앞서 18일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미사일의 시험발사는 지난 7월 1일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첫 시험발사 당시 미사일 총국은 7월 중 중등사거리 비행특성 등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시험발사에 나서겠다고 했는데 당초 예고보다 지연돼 이번에 이뤄진 겁니다.
지난번엔 ‘중량모의탄두’가 쓰였지만, 이번에는 실제 탄두를 장착해 폭발 위력을 검증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번에 재차 시험발사된 미사일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 건가요?
기자) 화성포-11다-4.5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의 탄두를 키워 4.5t짜리 고중량으로 개량한 미사일입니다.
북한은 이 미사일이 지표면을 향해 수직에 가깝게 내리꽂힌 후 폭발해 다량의 연기가 피어 오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습니다.
폭발 형상 등으로 미뤄 방호지붕을 관통해 지하 시설물을 공격하는 무기인 벙커버스터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이번 미사일 사거리는 한국의 평택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까지의 거리와 일치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왜 개천에서 320km를 쐈을까. 개천에서 320km를 정확하게 콤파스로 그려보면 위성사진을 확대해보니까 캠프 험프리스에 딱 타격할 수 있게끔 320km를 맞춰놨다는 거고요.”
홍 박사는 지난 7월 첫 시험발사 땐 비행안정성과 명중 정확성 확증에 목적을 두었다면 이번에는 목표 명중 정확도와 초대형탄두 폭발 위력을 확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북한이 이번에 시험발사한 미사일이 이례적으로 바다가 아닌 내륙에 떨어지지 않았습니까?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기자)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미사일의 탄착 지점이 함경북도 산악 지역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때 동해상의 무인도를 표적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전엔 발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미사일이 내륙에 떨어진 적은 있었지만 북한이 의도적으로 내륙을 향해 쐈다고 밝힌 경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해당 미사일의 폭발력을 감안하면 육지로 발사한 것은 그만큼 정확성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입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육지에 착탄시킨 것은 비행 안전, 정확도 등 기술적인 자신감들이 좀 있을 수 있겠죠, 상대적으로. 그리고 육지에 착탄시킨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한국의 또는 주한미군의 지하화된, 요새화된 지휘부 시설을 공격하기 위한 이런 목적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이런 측면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북한의 성공 주장에 대해 의문도 제기됩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2021년 3월 2.5t급 탄두 탑재형인 화성-11형과 이번에 공개된 미사일을 비교했을 때 외관상 큰 차이가 없다”며 “시험발사 환경에선 실전적 유도방식이 아니라 레이저 조준 등 실전에선 안 쓰는 방법 등으로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합참은 당초 비행거리를 400km라고 분석했는데 북한이 320km라고 공개한 데 대해 “기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이미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이런 고위력 고중량 재래식 탄두를 실을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록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해도 실전에서 핵무기 사용을 금기시하는 국제사회 룰 때문에 열세에 놓인 재래식 무기체계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시험발사를 참관한 자리에서 “오늘날 지역의 군사정치 정세는 자위적 군사력을 강화하는 사업이 국가의 제일중대사로 되어야 함을 시사해주고 있다”며 “핵 무력을 계속 증강하는 것과 함께 재래식 무기 부문에서도 세계 최강의 군사기술력과 압도적인 공격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원래 북한 KN-23에 탑재하는 탄두 중량은 최소 500kg 정도로 ‘화산-31’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2021년 3월 KN-23에 2.5t짜리 탄두를 끼운 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고, 탄두 중량과 연료 탑재량을 늘리는 개량을 지속해서 추진해 온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북한은 이번에 개량형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도 함께 진행하지 않았습니까? 서로 다른 종류의 미사일을 함께 시험발사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 아닌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국 군 당국도 북한의 섞어쏘기 사실을 19일 밝혔는데요.
탄도미사일은 동북 방향으로 날아갔고 시차를 두고 발사된 순항미사일은 서해상에서 8자형으로 비행하다가 탄도미사일과 비슷한 동북쪽으로 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섞어쏘기 시험발사에 대해 신무기체계 시험을 자신들의 개발 스케줄에 맞춰 진행하면서 대내외에 국방력을 과시하려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비행 고도가 수십 km인 탄도 미사일과 수십 m 저공비행이 가능한 순항미사일을 함께 과시함으로써 미한의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한국 국방대학교 명예교수입니다.
[녹취: 권용수 명예교수] “순항미사일 그 다음에 이런 신형 전술탄도미사일에다가 재래식 탄도미사일을 이용한, 수직으로 내리꽂는 이런 식으로 해서 국가전략 핵심 자산이라든지 지휘소를 공격하게 되면 상당한 위협이 되는 거죠.”
진행자) 한편 북한은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와 같은 날 쓰레기 풍선을 한국에 또 다시 살포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국 합참은 북한이 18일 오후부터 야간까지 160여 개의 쓰레기 풍선을 부양했고 경기 북부와 서울 지역에서 30여 개의 낙하물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은 풍선의 내용물이 종이류, 비닐, 플라스틱병 등 생활쓰레기라며 “분석 결과 안전에 위해가 되는 물질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지난 5월 이후 이번까지 총 21차례 쓰레기 풍선을 살포했습니다.
북한의 쓰레기 풍선 살포가 일상화되는 양상에 대해 한국 측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지속하는 것에 대한 불만 표시 또는 저강도 도발을 통해 한국 내부의 혼란과 불안감을 조성하기 위한 의도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 개발, 그리고 비군사적인 쓰레기 풍선 살포 등 북한의 최근 잇단 도발은 복합적인 대남 강압전략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쓰레기 풍선 계속 보내죠. 그리고 이 재래식 무기 개발하죠. 그리고 수시로 핵탄투 탑재하는 초대형 방사포 그리고 발사 차량, 이번에 전략순항미사일 개량, 그러니까 핵을 기반으로 하는 핵 강압전략의 일환이다 그리고 대남 적대적 관계, 전쟁 관계 전환을 선언했으니까 여기에 맞는 북한식 대응을 하고 있는 거라고 봐야죠.”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최근 쓰레기 풍선을 거의 매일 보내다시피 한다”며 “최근의 풍향이나 한국 측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단체가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최근 상황은 ‘팃포탯’ 즉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대응 차원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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