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상원의원이 북한에 가족을 둔 한인들과 만나 이산가족 상봉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건 미북 관계 개선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팀 케인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은 29일 미 정부가 북한에 가족을 둔 한인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더 적극성을 보인다면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할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케인 의원] “Maybe family connection and family reunification is something that we can start when other things seem harder. Why not begin that discussion? And that's part of the reason for the bill. We recognize that the registry isn't the same thing as guaranteeing reunification. But if we demonstrate a desire to do that, work with South Korea, possibly that can open up some diplomatic opportunities.”
케인 의원은 이날 버지니아주 센터빌 도서관에서 미 정부가 한인 이산가족 기록부를 구축하도록 하는 법안과 관련해 북한에 가족을 둔 한인들과 면담한 뒤 VOA의 관련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케인 의원은 핵 문제 등을 두고 미북 간 냉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미 정부가 내부적으로라도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다른 문제들이 더 어려워 보일 때 시작할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며 “그것이 바로 이 법안을 발의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물론 우리는 이런 기록부가 상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가 상봉에 대한 이런 열망을 보여주고 한국과 협력한다면 어떤 외교적 기회가 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케인 의원은 지난 3월 미 국무부가 한인 이산가족 정보를 담은 공식 기록부를 구축하도록 하는 법안을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함께 공동 발의했습니다.
하원에서는 버지니아주의 민주당 제니퍼 웩스턴 의원과 한국계인 공화당 미셸 스틸 의원이 공동 발의한 동일 법안이 지난 6월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상원에서는 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인 외교위에 계류 중입니다.
법안은 향후 대면 및 화상 상봉을 포함한 이산가족 상봉에 대비해 국무장관은 북한인권특사 등을 통해 북한에 있는 가족과 상봉을 희망하는 한국계 미국인들을 파악하고 이들의 이름과 기타 관련 정보를 담은 국가 기록부를 구축하도록 했습니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건 미북 관계 개선”
케인 의원은 미 정부가 이런 기록을 구축해 놓으면 향후 북한과 대화의 기회가 생길 때 이산가족 상봉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케인 의원] “When the moment opens up and there's better diplomatic relationships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the DPRK, we'll have all that information and we'll be able to hopefully use that in discussions with the DPRK to facilitate reunions.”
“미국과 북한 간 외교 관계가 개선되는 순간이 오면 우리는 이 모든 정보를 북한과의 논의에서 상봉을 촉진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여전히 미북 관계 개선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케인 의원] “The registry would be important. But ultimately, the real important thing is an improved relationship between nations, even if we're adversaries in some ways--improved enough that would allow family members to reunite. We have to keep working every day to find that path.”
케인 의원은 “기록부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정말 중요한 것은 비록 우리가 어떤 면에서 적대적인 관계일지라도 가족들이 상봉할 수 있을 만큼 개선된 국가 간의 관계”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길을 찾기 위해 매일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현재 이산가족 문제에 진전을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줄리 터너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지난 6월 워싱턴의 민간연구기관인 미국평화연구소(USIP) 간담회에 참석해 “한인이산가족과 한인 동포사회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외교정책수립에 한인동포사회와 한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을 최우선과제로 삼고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터너특사] “My priority has been listening to the voices of Korean divided families and Korean American Korean diaspora communities, and ensuring that we are incorporating the voices of the Korean diaspora community and Korean Americans in our foreign policy making.”
한편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고령의 한인 이산가족들은 이날 케인 의원에게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호소했습니다.
“북한에 있는 가족의 소식이라도 알 수 있었으면”
한국전 당시 17살 때 부모님, 그리고 5남매와 헤어지게 된 장송 씨는 이제 그 때의 어머니보다 더 고령인 92세의 백발이 됐습니다.
1950년 12월 미군과 한국군, 그리고 피난민 10만여 명이 철수한 ‘흥남 철수’ 때 수송선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피난을 가며 이산가족이 된 장송 씨는 이날 한 장밖에 없는 어머니 사진을 들고 왔습니다.
[녹취:장송 씨] “우리 부모님이 어디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개울가에서 죽어 뼈만 남았는지, 어디에서 살았고 지금 어디에 계시는지 전혀 모릅니다. 그래서 북한에 가서 부모님의 유골을 찾아 아버지, 어머니, 동생들 모두 한 자리에 모시는 게 내 소원이에요.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입니다.”
여든이 넘은 전선복 씨도 마찬가지로 흥남 철수 때 부모님과 남쪽으로 피난 가며 북쪽에 남았던 맏언니, 그리고 오빠와 헤어진 지 어느덧 7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녹취:전선복 씨] “북한에는 우리 언니의 가족하고 오빠가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대가 있어요.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는 두고 온 아들 때문에 많이 울었어요. 매일 부두에 나가서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돌아가셨어요.”
장송 씨는 많은 이산가족들이 이제는 고령이 돼 세상을 떠났다면서 북한에 있는 가족의 소식이라도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장송 씨] “때가 있는 거예요. 때를 놓치면 물처럼 흘러가서 다시는 오지 않아요. 우리에게는 지금 시간이 없어요.”
남북한은 지금까지 21차례의 대면 상봉과 7차례의 화상 상봉했지만 미국으로 이민 온 한인들은 한국전 이후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재회할 공식적인 기회가 전혀 없었습니다.
북한에 가족을 둔 미국 내 한인은 2001년 기준 10만 명으로 추산됐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최근 들어서는 그 규모가 대폭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