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민주당 정강에서 북한 비핵화 문구가 포함돼 있지 않는 것이 미국의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미국의 북한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며 대북 정책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국장은 21일 “미국은 북한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일러 전 국장은 올해 민주당 정강에서 북한 비핵화 문구가 빠진 것과 관련한 VOA의 질의에 “정강을 만든 사람들이 가장 생각지 않는 것이 바로 북한 비핵화 포기일 것”이라며 “민주당 정강에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이 미국의 정책 변화를 반영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전 국장] “I would say the furthest thing I think from the minds of those who would have crafted the platforms was to give up on the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 (중략) So I do not think that the absence of any mention of denuclearization in the Democratic Party's, uh, platform reflects any change in US policy.”
민주당이 지난 18일 발표한 ‘2024 민주당 정강’에는 지난 2020년 정강에 담겼던 북한 비핵화 문구가 빠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등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북 정책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캠프에서 새 정강 작성에 참여한 콜린 칼 전 미 국방부 정책 차관은 20일 민주당 전당대회가 진행 중인 시카고의 국무부 외신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강 정책에 의도하지 않은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며 “한반도 비핵화는 바이든 정부의 목표로 남아 있으며, 해리스 행정부에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일러 전 국장은 ‘미국이 비핵화 대신 핵 군축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관련해선 “어리석은 우려”라며 “만약 북한에서 어떤 형태의 핵 군축이 가능하다면 환영하겠지만, 북한은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어떤 대화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강은 정치 문서, 실제 정책과는 달라”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안보 석좌는 이날 VOA의 관련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한국인들은 미국이 한국을 강력하게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면서 “민주당 정강은 미국의 강력한 동맹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에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정책 성명이 아닌 정치적 성명”이라며 “김정은의 응석을 받아주기보다 오히려 동맹인 한국을 강하게 무장시키면서 한국과 함께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크로닌 석좌] “Every Korean can be confident that the United States will remain strong and ready to help defend South Korea. The Democratic Platform reaffirms America's strong alliance and opposes North Korea's unlawful WMD programs. Not mentioning CVID in that political statement is not a policy statement. Rather it contrasts the intention to stand with South Korea rather than to coddle Kim Jong Un while strong arming our ally.”
또 지난달 발표된 공화당 정강에도 한반도나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과 관련해선 “정강은 선거용 문서일 뿐 정책의 지표가 될 수 없다”면서 “어떤 미국 대통령도 동맹들과 협력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콜린 칼 전 차관의 발언을 상기시키면서 “북한 비핵화 문구가 정강에 나타나 있지는 않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미국의 대북 정책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또 “정당의 정강은 현재 정부 정책을 반영하지 않으며, 미래에도 반드시 정부 정책을 반영하지도 않는다”며 “그것은 정책 문서가 아니라 정치 문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런 문서에 너무 많은 비중이나 중요성을 부여하지 말고 과도하게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So I think this is all a reminder of some very important principles and guidelines to keep in mind when you're talking about party platforms political party platforms they don't reflect government policy currently and they don't even necessarily reflect government policy in the future. These are political documents they're not policy documents.”
“‘핵 보유는 북한 정권 종말’ 설득해야”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미국이 북한 비핵화 대신 핵 군축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북한은 핵무기 능력을 제한하거나 제약하는 어떤 종류의 군비 통제 협정에도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기로 결심했고, 핵무기 역량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의 가장 우선 순위는 핵무기가 아니라 체제 유지”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무기에 대한 입장을 재고하도록 설득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북한에 극명한 선택지를 주는 것”이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계속 보유∙개발하는 것이 북한 정권의 안정을 해치고 정권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The most effective way of convincing North Korea to reconsider its position about nuclear weapons is to give them a stark choice. And to convince North Korea that its continued possession of nuclear weapons and development of nuclear weapons is going to undermine the stability of their regime and possibly bring an end to that regime.”
“한국 자체 핵무장은 ‘중대한 실수’ 될 것”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대해서는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한국 국민에게 온갖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을 끝장내고 한반도 긴장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며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확보하기 전에 북한이 핵무기를 적극적∙위협적인 방식으로 사용하도록 동기를 부여해 한반도 위기와 전쟁 가능성을 촉발시킬 수 있단 겁니다.
게다가 한국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면 미국 내에서 굳이 핵무기를 보유한 한국을 미국이 방어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 제기돼 미국의 한국 방위 공약 종말을 부추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반도 문제가 중동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타이완 해협 위기 등으로 미국 정책 우선 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55년 이상 한반도를 면밀히 주시해 왔지만 미국이 지금처럼 한반도와 그 주변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말했습니다.
“누가 당선되든 북핵 비핵화 추진 중요”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 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누가 집권하든 한반도 평화와 안보는 가장 중요하다”면서 “한반도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동북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래서 한반도는 매우 중요하다”며 “누가 집권하든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한국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만큼 분명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So the Korean Peninsula is so important and I think regardless of the party in control in 2024, a complete, verifiabl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but obviously North Korea, South Korea does not have nuclear weapons as we know, so clearly it's important that there be a push towards complete verifiable denuclearization.”
미국이 비핵화 대신 핵 군축으로 방향 전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관련해선 “미국의 입장은 항상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며 “이것은 군비 통제가 아니라 북한을 핵 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또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핵 확산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며 “끔찍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검증 가능한 완전한 비핵화는 단기적인 목표가 아니라 장기적인 목표로 삼아 포기하지 말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과 관련해 “현 단계에서는 핵 우산이 현 상황을 대처하는 데 상당히 적절하다”면서도 한국이 자체 핵무장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미한 양국이 북한 핵무기 위협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북한 비핵화는 이상적인 바람∙∙∙실질적 조치 필요”
한편 양당의 정강에 북한 비핵화라는 이상적인 목표보다 실질적인 현실 인식이 담겼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핵화할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민주∙공화 양당은 비핵화에 대한 이상적인 바람보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비핵화가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단기적인 목표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북한 비핵화를 단기적인 목표로 추구한다면 실패할 것이란 것이 상황의 본질이며, 북한 비핵화 목표가 민주∙공화 양당의 정강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아무도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싶어하지 않는단 걸 의미한다는 겁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 mean, most people, most experts, don't think that North Korea's ever going to denuclearize. (중략) So I think with the parties are doing is they're recognizing the reality rather than the ideal desire of getting to denuclearization. That doesn't mean that denuclearization can't be an eventual goal, but it's certainly not the short term goal.”
베넷 선임연구원은 또 한반도 문제가 미국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미국은 한국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면서 “미국은 한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 중 하나가 북한이 핵무기를 계속 만들어 대량으로 보유하는 것이란 것을 알고 있지만, 미국은 그런 핵무기 증가를 막으려는 노력과 관련된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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